[558호 2024년 9월] 문화 시
사랑나무
동문 시
사랑나무
백제의 부여에 가면
사랑나무가 있다
성흥산 가림성
산마루에 그리 높지 않은
구릉이지만
해와 달과 별과 구름
눈과 비와 안개마저도
고즈넉히 대화가 되는
포용의 언덕인데
그 천년의 얘기를 모두 담은 듯
수령 400년의 사랑나무는
넉넉한 자세를 뽐낸다.
금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남풍을 느긋하게 호흡하며
느티나무는 사랑의 율동을
스스로는 정지한채로
모습으로 공연한다
그토록 긴 역사 속에서
겨울에는 나이테를
봄, 여름에는 힘차게 뻗어나는
가지를 앞세워
성흥산 사랑나무는
세상을 보듬어 주는
겨레의 깊은 숨소리를
천년이 넘도록
전하고 있다
유장희 (경제59-63)
대한민국학술원 회원·매일경제신문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