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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호 2022년 7월] 기고 여행기

무역과 동기 7명과 떠난 남도 여행

김선용 선명회계법인 공인회계사
동문기고

무역과 동기 7명과 떠난 남도 여행



김선용
무역68-72
선명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친구 일행 7명이 모여 렌트 승합차로 해남-영암-진도-목포 2박 3일의 남도 여정길에 나섰다. 죽어서 화려한 꽃상여 타고 천국 여행길에 오른들 망자(亡者)에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승합차를 화려하게 개조한 영구차에 죽어서 침통하게 실려 가느니, 차라리 살아 있을 때 승합차를 친히 몰고 그 안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아름다운 여행의 추억을 만드는 것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노후의 멋진 여행으로 꽃상여를 살아서 타 보자는 이러한 궤변에 넘어가 7순 노인네들이 의기 투합하여 이른바 꽃상여 가불(假拂) 렌트 여행길에 나선 셈이다. 정성껏 준비한 추모의 글을 사후에 바치기보다는, 살아 생전 주인공 순서별로 자기 인생 회고를 겸한 추모사 헌정 행사를 여행지를 돌아가며 열자는 기발한 발상도 나왔다.

고산 윤선도 녹우당, 대륜산 기슭 서산대사의 드넓은 품 안에 자리 잡은 대흥사, 영암 땅 아늑한 도갑사의 대나무 숲 계곡 바람 타고 흐르는 대숲 향기, 남해 섬들이 내려다 보이는 달마산 기슭 아담한 천년고찰 미황사, 영암 군청 마을 어귀 어느 여신이 빚어 낸 병어 무우 조림  별미, 대륜산 너머 저 멀리 제주까지 시야에 펼쳐지는 수많은 남해의 섬들, 땅끝마을의 노을진 해안 도로, 진도의 솔비치를 품어 안고 있는 해안 절경, 육지와 바다의 두 운명을 넘나드는 신비한 바닷길, 명량 해전 울돌목과 팽목의 물결, 소치의 예술혼이 되어 운림 산방 정원에 가득한 금목서 은목서의 그윽한 가을꽃 향내 등 그야말로 환상적인 꽃가마 여행 잔치였다.
선계의 문턱 달마산 정상에 올라 가슴을 열어 헤치고 남해 바다에 널린 작은 섬들과 아기자기 영감을 나누며 주렁주렁 염원과 회한과 참회의 독백을 중얼거리다가, 세상 근심 다 내려놓고 어지러운 마음속 번뇌 다 녹여 저 바다 바람에 다 날려 보내고 나니, 이제 나는 한마리의 갈매기 처럼 창공을 나는 자유인이 되었다. 

끝없는 탐진의 인생길 아직도 다 타지 못하고 남은 애타는 묵은 여한을 다음 여정에서는 어느 길섶에 묻어 버릴까? 인생의 짐 보따리를 어디에 풀어 헤쳐 놓고 해탈의 미소를 띠어 볼까? 

곧 꽃가마 여행의 계절인 가을이 온다. 인생의 고뇌의 짐들을 몽땅 배낭에 꾹꾹 구겨 넣고, 우리 모두 속세의 대문을 박차고 가을 꽃 향 내음을 찾아 광활한 대지에 번뇌를 묻는 장엄 화려한 꽃상여 장례를 치르자.



해남 대흥사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