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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호 2016년 6월] 기고 여행기

앙코르와트서 다시 본 캄보디아

정봉수 전 국방과학연구소 위촉 연구원




앙코르와트서 다시 본 캄보디아

정봉수(기계공학59-63)전 국방과학연구소 위촉연구위원



캄보디아는 한국의 표준 시간보다 2시간이 늦다. 연평균 기온이 27도라지만 낮에는 30도가 넘는 것 같다. 캄보디아가 우리나라 6.25 전쟁 때 물자 및 재정지원국 39개국 중의 한 나라임을 알고 놀랐다. 그런데 지금은 동남아에서 최빈국이다. 관광지마다 거지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손을 내밀고 있어 마음이 괴로웠다. 90년간 프랑스 식민통치를 받았고 그 후에도 공산정권에 의한 수난사는 참혹하다. 200만명의 지식인 종교인들이 모두 학살당해서 나라살림을 이끌어갈 동력을 잃고 말았다. 지금도 이 나라의 살림은 외국인에게 의존하고 있다. 즉 전력과 공항관리는 프랑스, 상하수도는 일본, 앙코르와트 같은 중요 사원 관리는 베트남, 문화유적지 보수 공사는 프랑스와 일본이 맡아서 하고 있다. 지금의 훈센총리는 친한파 인사로 국가재건을 위해 한국을 나라 발전의 롤모델국가로 정했고 가장 존경하는 분을 박정희 한국 대통령이라 했다.


캄보디아가 장장 90년간이나 식민지 통치를 받고 있으면서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하게 된 비화가 재미있다. 당시 아무 실권이 없는 왕이 신병치료 구실로 영국과 미국으로 가서 자국의 독립 지원을 요청하나 두 나라의 입장 때문에 왕의 요청이 거부당하자 뉴욕 광장에 가서 전 세계 기자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지금까지 자기의 행보에 대한 설명을 하고, 미영 두 나라의 비협조적인 조치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 강력하게 자국의 독립지원을 호소한다. 이것이 캄보디아가 프랑스의 식민통치로부터 벗어나 독립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1853~1953 간의 프랑스 식민 통치의 종지부를 찍게 되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일찍이 식민통치에 눈을 뜬 서구 열방들이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못된 짓을 다하고 나서 동남아로 다시 진출하면서 어질고 순진한 동남아 국가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처음에 고고학자들의 학술 조사로, 다음엔 종교인들이 포교를 구실로 들어와서는 온갖 정보를 수집하여 본국으로 가져간다. 선교를 위해 온 참다운 성직자들에겐 매우 곤혹스런 얘기지만 실제 종교인으로 가장한 나쁜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세계 최대 석조물을 축성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조상들의 피가 지금도 그 후손들에게 흐르고 있는 한 언젠가는 이들의 찬란한 문화도 재창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앙코르와트 전경


이 나라엔 1,200개의 사원이 건립되었으나 현존하는 사원은 120개 정도 남아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원은 앙코르와트, 앙코르 톰, 타 푸롬 사원 등 3개이다. 천년의 역사를 품은 앙코르와트는 수비아바르만 2세가 만든 힌두교 사원으로 세계 7대불가사의 중의 하나다.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께 바친 타 푸롬 사원은 ‘브라만의 조상’ 이라는 어원을 품고 있으며 일명 ‘밀림사원’이라고도 부른다. 영화 ‘툼 레이더’의 주 촬영지이기도 한 이 사원은 너무 아름다워서 인접한 태국이 이 사원을 뺏으려고 쳐들어 와서는 거기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몰살시켰다. 많은 시신 처리가 불가능해서 방치된 시신의 부패로 인한 지독한 냄새와 전염병 창궐, 귀신 소문 등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기피 장소가 된 채 400년 동안 폐허로 방치되었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채 400여 년의 세월이 흘러간 것이다. 그 후 프랑스 사학자가 문헌을 보고 연구하여 이 사원을 되찾았다고 한다.


식당, 가게 등지에서 일하는 캄보디아인들의 모습을 보면 착하고 성실하다. 신앙심이 있고 신을 잘 섬기며 세계 최대의 석조건물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나라에,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없어야 한다. 나라를 스스로 지킬 수 없으면 불행을 각오해야 한다. 귀국 후 우리나라가 참으로 좋은 나라임을 알게 된다. 한국에 와 있는 월남, 캄보디아, 필리핀, 태국, 등지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더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