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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호 2022년 6월] 기고 에세이

일상에 활력 불어 넣어준 국토문화기행

양준호 미텍인터내셔날 그룹 회장
동문기고

일상에 활력 불어 넣어준 국토문화기행



양준호
ALP 11기
미텍인터내셔날 그룹 
회장


지난 5월 21일 제3차 국토문화기행을 통해 서동과 선화공주의 설화로 유명한 전북 익산에 다녀왔다. 왕도 불교 문화가 응축된 고장 익산에서 오늘은 어떤 새로운 풍경을 만나게 될지,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을 맛보게 될지 가슴이 설렜다. 5월은 눈부신 초록색 잎과 갖가지 들꽃이 피어나는 온화한 날씨로 나들이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이민부(지리교육74-78) 동문의 감칠맛 나는 해설은 역시나 국토문화기행의 백미였다.

첫 번째 답사지는 ‘익산 왕궁리 유적’이었다. 백제 무왕 때 조성된 이곳 왕궁터는 왕궁리 오층석탑을 비롯해 정원시설, 대형건물지 등 백제왕궁과 관련한 다양한 건물터를 둘러볼 수 있었다. 이곳 유적이 발견되면서 1만여 점의 유물이 출토돼 백제왕릉의 면모가 더욱 선명해졌다. 왕궁리 유적의 중심에 위치한 왕궁리 오층석탑의 해체 보수과정에서 유리사리병과 금강경판, 금제 사리함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왕궁리 유적에서 2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고도리 석조 여래입상’은 서로 바라보는 쌍 입상으로, 사이에 작은 하천 ‘옥룡천’이 흐른다. 현재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종교적인 것보단 일상적인 아름다움, 숙연함, 사랑스러움 등이 더 절실히 느껴졌다. 남녀입상으로 볼 수 있는 두 석불이 평소엔 헤어져 있다가 섣달 그믐날 밤 옥룡천이 얼면 서로 만나 회포를 풀고 첫닭이 울면 서로 제자리로 간다는 전설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답사지는 익산시 석왕동에 있는 ‘쌍릉(무왕릉)’이었다. 백제 말기 굴식돌방무덤으로, 남북으로 2기의 무덤이 나란히 있어 쌍릉이라 불린다. 북쪽의 것은 대왕묘, 남쪽의 묘는 소왕묘라 한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익산 미륵사지 석탑’. 백제 무왕 때 건립된 3탄 3금당의 독특한 가람 배치를 한 사찰로 201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특히, 미륵사지는 삼국시대 최대사찰로 목탑과 석탑으로 변화되는 과도기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동양 최대 최고의 사찰로, 삼국유사에 따르면 무왕과 선화공주가 용화산 밑의 큰 연못에서 미륵 삼존이 출연하자 사찰을 짓고 싶다는 부인의 청을 받아들여 연못을 메운 후 법당과 탑, 회랑 등을 세우고 미륵사라고 하였다고 전한다. 미륵사지 입구 바로 옆엔 이곳에서 출토된 2만9000여 점의 유물을 보존하고 전시한 국립익산박물관이 있다.

한국 근현대 시조의 대가이자 서울대 교수를 역임한 가람 이병기 선생(1891-1968)의 생가와 문학관을 둘러보기도 했다. 가람 선생은 고시조의 관념성과 추상성을 배격하고 개성과 사실주의를 주장하면서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기에 작품과 이론으로 현대시조를 정립한 선구자였다. 또한 서울대를 비롯해 다수의 명문 학교의 교가를 작사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금강 하구에 인접해 있는 나바위성당. 우리나라 최초의 천주교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첫발을 디딘 곳이다. 1906년 설립된 성당으로 동서양 건축의 조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건물이다.

‘문화란 한 시대의 주요한 행동 양식과 그 상징’이란 사전적 해석을 음미하면, 코로나19 장기화로 예전 같을 수만은 없지만,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국토문화기행은 동문들이 다시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