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99호 2019년 10월] 뉴스 단대 및 기과 소식

망자를 다시 죽이려 나선 세상

본회 창립 50주년 기념극 10월 31일까지 이해랑극장
 
망자를 다시 죽이려 나선 세상
 
 
본회 창립 50주년 기념극
10월 31일까지 이해랑극장
 
 

지난 10월 6일 연극 망자죽이기가 끝난 후 동문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 6일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관악극회(회장 윤완석)가 총동창회 창립 50주년 기념극으로 올린 ‘망자죽이기: 죽거나 까무러치거나’를 관람했다. 300여 명의 관람객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망자죽이기’는 ‘발칸반도의 고골’로 불리는 블라니슬라브 누쉬치의 작품으로 국내 초연이다. 내용은 이렇다. 어느날 갑자기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의 유산과 업적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눠 가진다. 그러던 어느 날 죽었다던 사람이 살아 돌아온다. 돌아온 자는 자신의 것을 다시 찾으려 하지만 나눠 가진 자들은 온갖 비열한 방법, 공권력까지 동원해 빼앗은 것을 지킨다. 악한 무리에 맞서 싸우기엔 한 개인은 힘이 없다. 결국 그가 다른 곳으로 떠나며 이야기는 씁쓸하게 끝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욕망하는 사랑, 돈, 명예 앞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를 향하는지, 한 남자의 죽음이라는 상황을 통해 우스꽝스럽게 혹은 씁쓸하게 그려낸 무대를 비웃으며 보다가도 오늘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돼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된다.
 
이순재(철학54-58) 예술감독은 “‘망자죽이기’에서 펼쳐지는 불륜도 사랑이라 외치는 리나와 노바코비치, 돈을 위해서는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스파소예, 안타, 류보미르, 이들의 연대적 평안을 위해서 어쩌면 망자로 살아있어야 하는 주인공 파블레의 처지가 우리들의 소시민적 자화상은 아닐까 생각해 보는 시간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배우로 박찬빈(독문64-72)·신강균(식품공학69-73)·나호숙(가정관리70-74)·조향용(체육교육73-81)·김인수(건축74-79)·정인범(금속76-81)·신영선(국문97-03)·지주연(언론정보03-07) 동문 등이 출연해 열연을 펼쳤다.
 
관악극회는 2012년 첫 공연 때부터 사회성 짙은 국내 초연작을 고수하고 있다. 상업극단에서 시도하지 못하는 동서양의 고전 희곡들을 올림으로써 순수 공연예술의 보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안경모(전자공학89입) 연출가는 “도덕적 공정성에 대한 반성이 우리 사회를 끊임없이 휘감고 있는 요즘, ‘망자죽이기’의 시의성이 크다고 봤다”며 “관악극회가 동문극단에서 시민극단으로 발돋움하는 만큼 우리 모두가 그 의미를 공유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올렸다”고 했다.
 
연극은 10월 31일까지 매주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3시·7시, 일요일 오후 4시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한편 이날 공연 후 극장 로비에서 공연 개막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본회 신수정 회장, 모교 신석민 교무처장, 윤의준 연구처장,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관악극회 이순재 예술감독, 윤완석 회장 등 100여 동문 및 관계자들이 모여 연극의 성공을 기원했다.
 
 
 

(왼쪽부터) 신석민 모교 교무처장, 신수정 회장, 이순재 관악극회 예술감독이 케이크 커팅을 하고 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