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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호 2019년 3월] 인터뷰 신임 동창회장 인터뷰

“술 한 잔 하자고 찾아오는 동창회 만들겠다”

대전충남지부 김창수 회장
“술 한 잔 하자고 찾아오는 동창회 만들겠다”

대전충남지부회장
김창수 정치73-77·도시공감연구소장




“창업과 수성, 무엇이 더 어렵냐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둘 다 어렵다고 봅니다. 오응준 회장님께서 창업하신 대전충남지부를 잘 이끌어 가겠다고 이 자리에서 약속 드립니다.”

지난 2월 26일 열린 대전충남지부 회장 이취임식. 김창수(정치73-77) 신임 회장의 취임 소감에선 16년 만의 새 회장다운 책임감이 느껴졌다. 두 달 전 오응준 초대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으로 선출된 그에게 격려가 쏟아졌다. 이날 행사를 앞두고 대전 선화동 도시공감연구소에서 김 동문을 만났다.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를 지내고 1999년 정치에 입문, 대전 대덕구청장과 제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의 새 보금자리였다.

“19년 가까이 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지역에 다시 와 정치 일선에 뛰어들고 동문들에게 신고도 하면서 동창회와 연을 맺게 됐죠. 오 회장님이 저를 지켜보시면서 인맥 관리나 지역, 모교에 대한 애정을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여러 번 권유를 고사했지만 오래 동창회를 위해 봉사하신 선배님의 짐을 덜어드리는 게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새로운 방안을 찾기보다 전임 회장님의 운영을 계승해서 다소 침체돼 있던 부분들을 원상복귀시키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대전 4,500명, 충남 및 세종 2,500명 등 총 7,000여 회원이 소속돼 있다. 정부청사와 대덕 과학단지, 카이스트, 충남대 등이 있어 모교 동문이 많은 환경.

회원 수가 많은 만큼 조직 정비를 위해 부회장단을 보완하고, 수석부회장제를 신설해 승계 체제를 확실히 하겠다는 계획은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이취임식에 앞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강은모(외교78-82) 수석부회장과 이봉호(치의학86-90) 간사장을 선임했다. “동창회를 뒤에서 도우면서도 절대 나서지 않던 사람들을 이끌어냈다. 리더십이 탁월하다”는 오응준 명예회장의 칭찬.

인터뷰 도중 2004년 열린 동창회 음악회 포스터를 보여주며 “우리 동창회의 르네상스였던 이때를 재현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골프회와 기우회, 산악회처럼 활성화가 잘된 동호회와 더불어 음악회와 형태만 남은 단대별 지회 활동도 다시 볼 수 있을 듯하다. 동창회 기금엔 매년 3명 가량의 모교 학생을 지원하는 장학기금이 포함돼 있는데 더 많은 동문들의 모금을 독려할 계획이다.

“서울대인은 국가로부터 혜택 받은 장학생이고 빚을 진 셈이다. 야인이 된 후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김 회장은 언론인과 행정가, 정치인의 삶에 이어 고향 대전과 모교를 위해 일하는 것으로 인생 2막을 열었다. 지난해 ‘대전에 건강한 담론이 필요하다’며 민간정책연구소인 도시공감연구소를 세우고 도청, 지역 대학 등과 연계해 정책 제안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구소 산하 다산학당에는 사회 지도자와 시민들이 다산 정약용의 사상을 배울 수 있는 강좌도 운영 중이다. 연구소를 세우며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심도 더러 받았지만 모든 당적을 정리한 상태임을 분명히 했다.

“섭공이 공자에게 좋은 정치란 무엇인지 묻자 공자가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고 대답했습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고, 먼 데 있는 사람이 오게 하는 것이 정치라고요. 그런 뜻에서 보면 동창회를 잘 활성화시키는 것도 정치가 아닐까요. 우리 동문들을 즐겁게 하고, 동문들이 회장과 술 한 잔이라도 하러 자꾸 찾아오게 만드는 것. 저의 새로운 정치인 셈입니다.”

문득 궁금해 물은 그의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 개수는 2,000여 개. 바둑 아마 5단으로 ‘포석을 기가 막히게 놓는다’는 기우들의 평이 있다. 배우 김학철 씨가 동생이며 3녀 1남 중 막내인 아들이 올해 대학을 졸업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