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89호 2018년 1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세계 최고 원자력 기술 도로아미타불될까 걱정”

김종찬 모교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인터뷰

“1979년 스리마일,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세계의 원자력 사업이 주춤할 때 우리나라는 용기 있게 밀어붙여 원자력 기술에서 앞장설 수 있었습니다. 피땀으로 쌓아올린 기술이 급속한 탈원전 정책으로 ‘도로아미타불’이 될까 걱정입니다.”


모교 원자력공학과 1회 졸업생인 김종찬(원자력공학59-63·사진) 모교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가 11월 22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김 동문의 주도로 원자력공학과 1회 동문들은 최근 한 온라인 매체를 통해 탈원전 재고를 청원하는 내용의 기고문을 발표했다. 1959년은 국내 최초 원자력연구소와 원자로가 생긴 ‘원자력 원년’. 그해 최고 수준의 경쟁률을 뚫고 원자력공학도가 된 이들이 60년 후 절실한 호소를 보낸 것이다.


논의는 평소 소소한 일상을 나누던 동기 채팅방에서 시작했다. 미국 원자력 업체 웨스팅하우스에서 근무했던 강삼석 동문이 ‘탈원전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운을 띄우자 ‘전공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입학인원 20명 중 생존해 있고 연락이 닿는 15명의 동문이 한 달여간 토론을 거쳐 기고문을 완성했다. “졸업 후 모두가 원자력 분야에 종사한 건 아닙니다. 당시엔 전공을 깊게 공부하기도 어려운 환경이었으니까요. 문외한들은 아니니, 심도 있게 논의해서 정리해 보기로 했죠.”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탈원전으로 인한 국가 경쟁력의 상실이다. 김 동문은 “2009년 원전 강국인 프랑스와 최종 경쟁 끝에 우리가 수주한 두바이 원자로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신유형의 제3세대 원자로였다”고 했다. 이제 그 결실을 수확하기 시작할 때였다는 것. 특히 “중국은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막대한 규모의 원자력사업을 전개하며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며 “이 시기에 원자력을 포기한다면 미래 자산을 중국에 고스란히 양보하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원자력 사업의 지속적인 확장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며, 원자력이 절대 안전하다는 게 아니”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국내에서 걱정이 큰 중국의 원자력 안전 문제에 대해선 “원자로의 제일 첫 사명은 안전이기 때문에 우리가 중국과 첨예한 경쟁관계를 유지한다면 중국도 견제를 위해 안전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김 동문의 설명. 우리가 앞선 제3세대 원자로는 안전성이 강화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선배 된 마음으로 원자력 후속세대의 대가 끊기는 상황도 심각하게 바라봤다. “수소 시대에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 생산, 핵 폐기물 처리 등 앞으로 연구할 거리가 많아요. 세계 원자로들이 수명을 다하면 폐로 사업이 우리의 좋은 먹거리가 될 겁니다. 화분에 키운 화초와 텃밭에 키운 화초는 엄연히 다른데 원자력 연구 토양이 없어지면 어떻게 이 일들을 하겠습니까.”


김 동문은 “최근 ‘탈원전 반대’ 국민투표를 실시한 대만처럼 먼저 여론을 수렴하는 게 정상적인 수순”이라고 했다. 기고문은 “탈원전 정책을 당장 철회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2~4년간 시행을 늦추고 면밀히 검토해달라”고 끝맺었다.


이번 기고문에 참여한 동문은 김 동문과 강삼석 전 웨스팅하우스 연구원, 강창무 전 GE 연구원, 김창수 전 L

G 사장, 김인섭 카이스트 명예교수, 구덕건 전 한국중공업 부장, 박우형 전 벡텔 엔지니어, 윤석길 전 울산대 부총장, 이 실 전 컴버스천엔지니어링 연구원, 이재근 경북대 명예교수, 이재승 미시간대 교수, 이황원 전 진로 사장, 정희목 전 아르곤국립연구소 연구원, 조영충 전 나사 연구원, 채성기 전 원자력연구소 하나로센터장 등이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