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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호 2016년 1월] 뉴스 본회소식

“9천만 인구…TPP 참여 12개 국가 중 손꼽히는 생산기지”

동문들이 전하는 베트남.. 김인환 전 차관 등 5명 방담

왼쪽부터 변점석·이용봉·박동철·강인구·김인환동문, 기자, 노경용 동문


18일 저녁 숙소 인근 한식당에서 6명의 베트남 전문가 동문들이 모였다. 코이카 자문관으로 온 김인환(농경제61-65) 전 환경부 차관, 20년 이상 베트남에서 건설 관련 일을 해 오고 있는 박동철(법학68-72) 탐비나 대표, 건설·무역 컨설팅업무를 하고 있는 노경용(독어교육84-88) 아르페지오 베트남 대표, 이용봉(경제85-92) 우리은행 하노이 지점장 대우, 변점석(심리88-94 현대오일뱅크 하노이지사장 등이다. 대부분 베트남 생활 5년차 이상이었다. 베트남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이들의 방담을 분야별로 정리했다

 

경제-청년국가, 노동질 높고 부지런 FTA 12개국 중 최고의 노동시장


노경용 :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지난 10월 타결됐는데 협정 국가 12개국 안에 베트남이 들어가 있다. TPP 참여국가 중에 베트남이 가장 손꼽히는 생산기지 국가다. 베트남에서 생산한 물품은 미국으로 관세없이 수출할 수 있다. 한국의 경공업 업체들의 베트남 러시가 계속될 것이다.

박동철 : 사실 TPP가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구축한 건데, 베트남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거다. TPP 12개국 중에 베트남 만큼 노동력이 좋은 곳이 없다. 미국이 베트남을 끼워준 것은 아마도 베트남 항만 사용을 염두해 둔 것 같다.

김인환 : 베트남 사람들이 부지런하고 노동의 질이 높다. 여름에는 밤새도록 공사하는 곳도 많다. 공사현장으로 넘쳤던 우리나라 80년대를 보는 듯하다.

노경용 : 베트남은 청년국가다. 활기가 넘친다. 중국을 두고 변방에 있지만 우리가 베트남, 몽골 등과 연합해 향후 미래에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기반을 쌓을 수도 있다.

기자 : 성장률은 어떤가.

노경용 : 67% 정도. 우리 과거와 비교해 보면 성장률이 낮다고 할 수 있는데 베트남 친구들을 만나보면 빨리빨리 성장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시한다. 왜 그래야 하지? 지금도 행복한데, 그러면서.

박동철 : 정부의 고위 공무원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10% 이상 나오면 금융 문제 등 다른 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현 수준에서는 67%가 적당하다고 보는 거다. 그럼 왜 농업에만 몰두하냐, 그건 한계가 있는 건데. 사견이라고 전제하면서 농민이 다스리기가 좋다고 하더라.

이용봉 :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본다. 다른 나라 케이스를 봤을 때 성장 뒤 갈등이 심하다. 얼마 전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주제가 빠른 성장 후에 오는 갈등 구조를 해결하는 방법이었다. 베트남은 그런 과정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박동철 : 베트남 경제의 문제는 큰 기업들이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 부동산 기업이라는 점이다. 1억의 인구가 먹고 살기엔 서비스, 부동산업은 한계가 있다.

김인환 : 베트남서도 서서히 환경규제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은 이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할 듯싶다.



관광-공기 맑은 청정지역 달랏 추천


노경용 : 베트남 남부에 람비엔 고원지대에 달랏이라는 곳이 있다. 위치상으로 더운 지역이지만 해발고도 1415m에 도시가 있어 아주 쾌적한 도시다. 기후가 일년 내내 1823도다. 거기서 나오는 배추가 아주 좋다.

박동철 : 달랏대학교에 유태현(외교63-67) 전 베트남 대사가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어 가보곤 했다. 골프를 하면 공이 30야드 이상 더 나간다.

김인환 : 아내와 여행을 몇 번 간 적이 있다. 자고 일어나면 얼마나 좋은지 바로 느껴진다. 또 다낭에 바나힐이란 곳이 있는데, 거기도 기가 막히다. 프랑스 점령 시절 그곳에 만들어진 와이너리도 기막히다.

박동철 : 지금 베트남 하롱베이는 난개발이 돼서 문제가 많다. 좀 체계적인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바나힐, 달랏도 관광지로 체계적인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또 베트남 다낭 해변의 길이는 40km가 넘는데, 개발 수요가 무궁무진하다.


문화·교육-교육열 높아 발전여력 커

박동철 : 베트남에서 일을 하려면 베트남을 정말 제대로 알아야 한다. 얕봐서도 안 된다. 베트남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지면 가끔 베트남 시를 읊는데 그렇게 좋아할 수 없다.

변점석 : 베트남 공무원들과 술자리에서 호치민 주석이 옥에 있을 때 쓴 산문과 시를 외워서 읊었더니 호응이 대단했다.

노경용 : 중국에 꽌시라는 게 있는데 베트남에도 그런 게 있다. 오히려 더 강한 것 같다. 그게 없으면 여기서 사업하기 힘들다.

변점석 : 베트남서 두 번째 큰 국영석유사를 뚫기 위해 2년 반 기간 동안 수시로 인사를 갔다. 거르지 않고 인사하고 선물주고 하니까 그때서야 한번 공급해 보란 말이 나오더라. 중간에 담당 직원도 바뀌고 그러면 참 힘들지만 인내를 갖고 정성을 보여야 한다.

노경용 : 한번 그렇게 인연을 맺으면 그 관계는 굉장히 견고하다. 베트남서 9년 정도 일을 해오고 있는데 초창기에 비해 지금은 수월하게 일을 하는 편이다.

박동철 : 916, 수교 되기 전 포스코 베트남 책임자로 왔다. 당시 신일본제철이 베트남을 장악하고 있을 때다. 포스코의 존재는 극히 미약했다. 어떻게 알려야 할까 고민하다 당시 미스베트남을 비서로 채용했다. 월급을 후하게 줬다. 6개월 뒤 한국 여행을 보냈다. 미스베트남이다 보니 한국에서도 관심이 있었는지 쟈니윤쇼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 친구가 다녀와서 한국 기행문을 주요 일간지에 기고했다. 그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다음 타깃은 오방께 수상 부인으로 잡았다. 베트남 공과대학 교수로 철의 녹에 대해 전문가였다. 국교정상화가 되기 전 5월에 이 분을 모시고 한국에 들어갔다. 공산주의 국가 퍼스트레이디를 모시고 가서 포항제철을 보여줬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한국경제 모 여기자에게 걸렸다. 롯데호텔에서 묵고 있을 때였는데, 사실이냐고 묻더라. 기자에게 부탁했다. 이걸 기사화하면 나는 물론이고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발을 디딜 수 없다. 대승적으로 생각해 달라고. 나 같았으면 특종이라고 썼을 텐데, 그 여기자는 쓰지 않았다.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그 뒤로 일들이 일사천리로 풀렸다. 우리 회사 일은 아니었지만 한국석유공사에서 광구 시추 사업을 따내는 데도 도움 아닌 도움을 받았다. 수상 부인에게 도와줄 수 있겠느냐 했더니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없고 단 정보는 주겠다고 하더라. 발표나기 이틀 전에 걱정하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다.

노경용 : 베트남의 미래가 밝은 이유는 교육열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과 비슷하다. 과외도 많이 시키고, 명문학교 진학 경쟁률이 대단히 높다. 전쟁 중에도 호치민이 젊은 학생들을 유학을 보냈다. 1세대는 러시아 동부유럽, 2세대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최근에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 등으로 많이 보낸다.

박동철 : 이곳의 고위층들은 대부분 자녀들을 미국에 유학 보낸다. 미국 유학을 보내지 못하면 부모 자격 미달이라고 생각한다.

김인환 : 아파트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 강남 엄마들 저리가라인 것 같더라. 앞으로 발전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