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호 2024년 11월] 뉴스 모교소식
인간보다 더 똑똑한 인공지능과 공존 모색할 때
인간보다 더 똑똑한 인공지능과 공존 모색할 때
모교 국가미래전략원 오픈포럼
‘그랜드퀘스트 2025’ 10개 발표
과학기술 난제 발굴, 선제적 접근
모교교수 비롯 국내외 전문가 참여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이 생활 전반에 침투 중인 가운데 이를 뛰어넘는 일반인공지능(AGI)과 초지능의 도래에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모교 국가미래전략원(원장 김준기)이 최근 발표한 10가지 도전적인 과학기술 문제 ‘그랜드 퀘스트 2025’를 통해서다. 국가미래전략원은 최종현학술원과 함께 11월 5~15일 다섯 차례에 걸쳐 ‘그랜드 퀘스트 2025’ 오픈포럼을 개최했다.
국가미래전략원 ‘과학과 기술의 미래 클러스터’는 “도전적 질문(Grand Quest)이 진정한 혁신의 출발점”이라는 취지 하에 지난해 처음으로 ‘그랜드 퀘스트’ 10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국가미래전략원에 따르면 △아직 풀리지 않았거나 △단기적으로 해법이 잘 보이지 않아 실패할 가능성이 크지만 △해법을 찾으면 그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는 문제들이다. 올해 ‘그랜드 퀘스트’는 모교 교수뿐만 아니라 국내 타 대학과 미국의 전문가를 초청해 외연을 확장했다. 주제는 인공지능·로봇·노화·차세대 배터리·반도체·노화 연구를 아우른다.
‘노화’는 지난해에도 선정된 화두인데 올해는 ‘역노화’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준호 모교 생명과학부 교수와 이승재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는 ‘역노화 기술을 이용해 인간이 다시 젊어질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특정 세포와 조직 수준에서 다양한 역노화 연구가 이뤄지는 가운데, 세포를 넘어 개체 수준의 역노화가 가능할지 따져본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기술도 모색했다. 미생물의 대사 경로를 조작해 유용한 화학 물질을 생산하는 시스템대사공학과 합성생물학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상엽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와 서상우 모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를 먹이(원료)로 삼는 미생물 세포 공장에 기반해 온실가스를 원료로 하면서 경쟁력도 높은 플라스틱 생산 공정을 만들 수 있을지 질문했다.
코로나19는 소강상태지만 가운데 미래에 나타날 신종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신의철·박수형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신종 바이러스를 예측해 백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는 일, 아직 출현하지 않은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범용 백신’을 만드는 일 모두 쉽게 풀기 어려운 과제로 꼽았다.
인간 뇌의 비밀을 푸는 연구 성과의 진전에 발맞춰 기대해봄직한 미래도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프로젝트는 고해상도 전극을 뇌에 삽입해 실시간으로 신경 신호를 주고받는 데 성공했다. 이대열 존스홉킨스대 신경과학과 교수와 백세범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이같이 외부 장치와 뇌를 연결해 기억·학습 등 고등 인지기능까지 제어하고 가상현실보다 향상된 뇌내현실을 실현할 수 있을지 물었다. 연구진은 “뇌의 개별 신경회로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더라도, 뇌 가소성과 자기조직화 원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전기적 조작을 통한 인지기능의 증강이 가능할 것”이라 설명했다.
한편 석민구 컬럼비아대 전기공학부 교수와 전동석 모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뇌의 뉴런과 시냅스를 모방해 사람 뇌처럼 동작하는 컴퓨터”의 가능성을 묻는다. 이러한 ‘뉴로모픽 아키텍처’는 기존 원리로 작동하는 CPU와 GPU보다 효율이 높고 메모리 병목현상도 없다. 그러나 뇌 신경망에 대한 근본적 이해, 3차원 구조 반도체 설계 등 기술적 난관이 뒤따른다.
나노 공정에 도달한 반도체 분야에선 그 너머의 미래를 내다봤다. 신창환 고려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이철호 모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나노 단위보다 더 작은 옹스트롬 시대 반도체의 핵심 소재와 소자에 대해 질문했다. 염한웅 포항공대 물리학과 교수와 최성율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나노공정이 1.5nm의 물리적 한계에 도달한 이후를 대비해 실리콘 기반 기술의 근본적 한계를 돌파하면서도 기존 반도체 플랫폼과 조화되는 새로운 반도체 소자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홍용택·박재형 모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공상과학 영화처럼 3차원 공간에 영상을 만드는 ‘공간 디스플레이’ 실현을 앞당길 방법으로 ‘스마트글래스’와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조합하는 등의 기술을 제안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계속된다.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와 남기태 재료공학부 교수는 현재 47.6% 정도인 태양 전지의 에너지 변환 효율을 60%로 끌어올리는 기술의 조건을 추적했다. 관건은 다양한 파장에서 각각 다른 에너지를 가지는 광자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중 엑시톤 생성, 무한대 pn 접합, 메타물질을 이용한 광자 분리, 극저온 전자 제어 등다양한 관점에서 도전적인 연구를 주문했다.
모교 홍성욱·천현득 과학학과 교수와 김건희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인간과 같거나 더 똑똑한’ 일반인공지능, 초지능과의 공존 문제를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인공지능은 보통 20세 인간의 지능 수준, 초지능은 IQ 6000 이상 수준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일반인공지능의 ‘일반성’에 대한 합의는 각기 달라 그것이 도래할 시점과 예상되는 문제를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진은 특히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을 사전에 포착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반드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교가 주도한 그랜드퀘스트는 기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난제를 발굴해 선제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랜드퀘스트에 참여한 한 연구진은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데는 고통도 따르지만 철학과 비전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몰입하면 사람들은 한 번 더 진지하게 쳐다보고, 이는 세상의 관성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그랜드퀘스트 홈페이지(http://snugrandquests.org/)에서 볼 수 있다.
박수진 기자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