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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호 2023년 9월] 기고 사진

사진 한 컷 : 5인5색 모자 패션

김  원 건축61-65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5인5색 모자 패션


 
김  원 건축61-65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1961년과 1962년 즉 대학교 1, 2학년 때 열심히 산을 다녔습니다. 위 사진은 설악산 가는 길에 ‘38교(옛날 38선 자리에 세운 교량)’라는 다리가 있고 거기 검문소에서 버스가 잠시 쉬는 사이에 찍은 것입니다. 사실 돌이켜보면 38선을 넘는 길과 다리가 생기고 우리가 버스를 타고 그 비극의 선을 넘어서 북쪽으로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신통방통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화장실이나 휴게소가 있는 게 아니고 그냥 길에 차를 세우니까 볼일을 아무 데서나 보는 것입니다. 설악동 내설악 백담사 앞까지 보통 비포장도로로 여덟 시간이 걸렸습니다. 

왼쪽부터 박경린(전자과), 김용철(건축과), 민계식(조선항공학과), 김원(건축과), 강창순(원자력과)입니다. 지금 아무리 보아도 복장들이 가관입니다. 등산 가는 복장이니 당연히 구두는 등산에 가장 적합한 미군 워커(walker)로 통일이 되어 있지만, 옷들은 청바지와 검게 물들인 미군 작업복이 주류입니다. 이 작업복은 값도 싸고 튼튼하고 그래서 시장에서 쉽게 고쳐 입을 수 있었습니다. 박경린은 보통 모자를 썼지만 용철이는 빵모자를, 민계식은 서울대학 교표가 달린 베레모를 쓰고 있습니다. 서울대학의 정식 교모입니다. 내가 쓴 것은 멋진 신사모를 풀어내려 벙거지 형태로 만든 것으로 내가 산에 갈 때 늘 쓰던 모자입니다. 강창순은 모자 없이 미군 탱크병의 고글(goggle)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