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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호 2023년 5월] 뉴스 모교소식

북·중·러 유발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할 때

국가미래전략원 보고서 발간


북·중·러 유발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할 때

국가미래전략원 보고서 발간
모교 홈페이지서 볼 수 있어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서로 연계돼 있다. 가능성이 작더라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마련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2~3년 내 대한민국이 당면할 수 있는 지정학 리스크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가 모교에서 나왔다. 4월 10일 모교 국가미래전략원이 발간한 ‘한국이 당면한 지정경(地政經) 리스크: 평가와 대응’ 보고서다.

보고서는 “지정학과 경제가 서로 연결되어 사건의 영향 및 국가 간 파급효과가 훨씬 커진 지정경(地政經)의 시대”라며 국민과 정책결정자들에게 지정학과 연결된 세계 경제 문제의 엄중함, 복합성을 인식시키는 취지에서 작성됐다. 시나리오 분석기법에 따라 미국발 도전요인과 중국, 러시아, 북한의 리스크를 분석하고 가능성이 가장 큰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일본에 대한 분석은 진행 중인 현안의 해결 동향에 따라 가변성이 있어 포함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미국의 경우 대중(對中) 전략적 관여에 따라 미·중 경쟁이 지속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 나타난 한국과의 전기차 갈등처럼 동맹국과 경제 이익을 둘러싼 갈등은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책까지 여력을 쏟으면 미국이 북한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미국 내 양극화된 정치 구도에 따른 외교정책 변화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관련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의 대만 침공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2~3년 내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이 일어날 가능성은 5%로 상당히 낮다고 평가했다. 만일 중국이 대만 침공을 결정한다면 △국제자본 통제 강화 △해외 중국 자본에 대한 신속한 청산 △긴급 물자(의약품, 기술 부품 등) 비축 급증 △주요 수출품(미네랄, 석유, 식품 등) 수출 중단 △주요 수입품(석유, 가스 등)에 대한 수요·배급 제한 등 경제안보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엘리트 정치 리스크 △사회경제 리스크 △외교안보 리스크 등이 병존한다. 시진핑 주석의 강력한 영도를 정당화하기 위해 중국은 내·외부의 적을 설정하고, 과장된 체제 위기 의식과 안보담론을 확대하면서 공산당 엘리트의 단합과 분투 의지를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주변국가에는 영향력 공작을 시도하고, 미국에 대해선 ‘투쟁은 하되 파국은 피한다(鬪而不破)’는 노선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봤다.

러시아는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향후 2~3년간 전쟁이 지속되면서 러시아의 경제적인 내구력이 약화된다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연구진이 평가한 확률은 10%지만 파급효과는 그 이상일 수 있다. 미국과 서방이 핵전쟁의 확산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북·중·러가 보조를 맞춰 대응한다면 한반도도 분쟁 지역이 될 수 있다. 전쟁 장기화에 따라 푸틴 대통령이 실각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연구진이 검토한 최악의 시나리오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북한 리스크다. 머지않아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거나 이에 준하는 군사적 도발을 일으킬 확률을 35%로 평가했다. 올해 내로 도발을 감행할 확률은 20%지만,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내년과 내후년엔 50%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북한의 핵실험 전후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 공격을 한다면 북핵 문제가 일으키는 파장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보고서는 △억제 △제재 △경제개발 △평화체제 △지식공유의 다섯 축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북한 비핵화 단계에 따라 패키지를 만들어 제시하는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은 해답이자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며 “핵실험에 따른 북·중 국경지역 환경 오염 등 중국 이해에 직결되는 부분을 제기해 국익 차원에서도 북한을 압박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 면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기업들이 연이어 도산하고 금융시스템마저 흔들리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다. 미국에서 15년 만에 뱅크런 현상으로 실리콘밸리은행 등 대형 지역은행 3곳이 연쇄 파산했고, 이러한 불안이 전이된 유럽에선 크레딧 스위스가 부도 위기를 맞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충돌이 세계 경제를 대혼돈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목도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만일 글로벌 퍼펙트 스톰이 불어닥칠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존하는 상황이라 양적 완화 등 무제한적 정책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정책당국은 높은 경각심을 가지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자주 하고, 상황별로 구체적인 대응계획을 정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취하는 수익률곡선 통제정책의 지속가능 여부, 중국의 부동산 경기 위축 등 발생확률은 낮지만 파급 효과가 큰 ‘꼬리 위험(tail risk)’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번 연구는 중장기 정책연구를 수행 중인 전략원의 6개 연구 클러스터와 별개로 긴급 태스크포스를 꾸려 진행했다. 모교 각 전공 분야 교수들과 김병연 원장, 손인주 부원장, 전재성 모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형진 책임연구원(전 국가안보실 제2차장),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 안도걸 책임연구원(전 기획재정부 차관) 등 전직 외교 경제 분야 고위공무원이 참여했다. 보고서는 모교 홈페이지(snu.ac.kr) ‘서울대 소식>보도자료’ 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박수진 기자

△국가미래전략원 '한국이 당면한 지정경 리스크' 보고서 게재 페이지: https://www.snu.ac.kr/snunow/press?md=v&bbsidx=140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