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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호 2021년 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아나운서라고 안경 착용·유튜버 활동 안 될 이유 있나요?

MBC 교양 TV 진행자상 임현주 동문


아나운서라고 안경 착용·유튜버 활동 안 될 이유 있나요?

MBC 교양 TV 진행자상
임현주 동문





지금의 행복 좇아 다양한 도전
강연 칼럼 이어 수필집 출간도


지성과 미모를 동시에 보증하는 직함 여자 아나운서. 남녀노소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을 갖고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서울대인이 있다. MBC 아나운서 임현주(산업공학04-10) 동문이 그 주인공.

지난 연말 교양부문 TV 진행자상을 수상할 만큼 본업에서 인정받고 있으면서도,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틈틈이 강연을 나가며 유튜버 활동까지 병행한다. 최근엔 수필집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를 출간했다. 책 제목 그대로 아낌없이 살고 있는 그를 1월 26일 상암동 MBC 경영센터에서 만났다.

“아나운서는 프로그램 제작진의 선택을 받아 일하는 직군입니다. 그것만이 제 전부가 되면 남의 눈치를 봐야 하죠. 캐스팅을 위해 타인의 기대치에 맞추다 보면 점점 나다움을 잃게 되고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방송국 밖으로 활동영역을 넓힌 이유죠. 당연히 힘들어요. 매일 새벽 일어나 방송일 하고, 휴식 시간을 줄여 새로운 일을 벌인다는 게. 하지만 나다운 삶을 살고 싶기 때문에 힘들어도 최선을 다합니다.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스스로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해요.”

나다움을 찾겠다고 결심하기 전까진 임 동문도 세상의 고정관념을 좇았다. 명문대학에 합격하면, 지상파 방송국의 아나운서가 되면, 행복은 저절로 따라올 거라고 믿었다. 모교 졸업 후 KNN 경남방송, 종합편성 채널 JTBC를 거쳐 MBC 뉴스투데이의 메인 앵커가 됐다. 그러나 꿈꿔온 그 자리에 올라선 순간 외려 더 불안해졌다. 여성 아나운서는 ‘방송의 꽃’이란 말이 그저 수사가 아니란 걸 실감했기 때문. 시청률이 저조해 분위기를 바꿔보자, 하면 제일 먼저 진행자를 교체했다.

“중후한 남성과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뉴스 진행의 공식처럼 된 상황이라 여성 아나운서에겐 긴 호흡으로 경력을 쌓을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일찍 주목받는 동시에 빨리 소진되는 셈이죠. 뉴스를 보는 눈을 키우는 것 못지않게 외모를 가꾸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게 되고요. 아나운서의 제1 경쟁력이 외모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 가꾸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하고, 방송을 못 하면 내공을 쌓을 수도 없어요. 아이러니하죠.”

2017년 12월 26일 임 동문은 ‘다시’ 뉴스투데이의 진행을 맡았다. 뉴스는 정확해야 하는데 틀리면 어쩌나, 내가 멘트를 바꿔도 될까, 자신감 없이 끌려다니며 일했던 아픈 프로그램이었다. 이젠 정말 자유롭게, 언제 그만두더라도 후회 없이 해보자 다짐했다. 얼마 후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됐고, 컬링 국가대표팀 김은정 선수가 ‘안경 선배’로 화제가 됐다. 그러고 보니 여성 앵커를 포함해 일하는 젊은 여성들이 안경을 쓰는 경우는 드물었다. 다들 안 쓰니까 안 쓰는 고정관념이었다.
‘그렇다면 나부터 안경을 써볼까.’

“당시 저는 아침 6시 뉴스 진행을 위해 새벽 2시 40분에 일어나 방송을 준비했습니다. 잠이 부족하고 눈이 늘 피곤했어요. 하면 안 될 타당한 이유가 없는데 저 또한 관행에 얽매여 있었죠. ‘안경 쓴 여자 아나운서’는 뜻밖의 화제가 되어 국내는 물론 외신에도 소개됐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관심과 격려를 받았어요. 매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심은 물론 있죠. 하지만 자신이 원할 땐 덜 꾸밀 수 있는 용기와 선택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임 동문은 그날의 작은 결단 이후 어떤 결정을 내리든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걸까?’ 질문하게 됐다. 스스로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타이트한 원피스로 대표되는 ‘아나운서 룩’에서 벗어나 편안한 셔츠와 바지를 즐겨 입었고, 방송국을 넘어 작가·모델·유튜버·만화가·출판편집자 등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교류했다. 나답게 살려고 노력하면서 신기할 정도로 좋은 인연이 많이 생겼다고.

올해 들어 집 근처에 작은 작업실을 마련한 임 동문은 내처 두 번째 책을 쓰고 있다. 아나운서에 멈추지 않고 방송국 밖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시도를 담은 게 첫 번째 책이라면, 집필 중인 두 번째 책에선 13년차 직장인으로서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 여성들에게 전하는 조언을 담을 생각이다. 연차에 비해 막내 생활을 오래 한 그는 사회초년생 여성 직장인들의 마음을 잘 알 뿐 아니라, 직장 생활하며 문득문득 떠오른 통찰을 메모해둔 것만 책 한 권 분량이 나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과정이 즐겁고 보람 있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어떤 경제적 이익을 바라고 하는 활동이 아니에요. 충분히, 결과에 집착하며 살아봤잖아요. 모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그와는 거리가 먼 아나운서가 됐지만 공부한 게 아깝다는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그때는 그때대로 열심히 놀고 열심히 공부했던 즐거운 학창시절 추억으로 남아 있으니까요. 아예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요. 같은 캠퍼스를 공유했던 분들께 감히 하고 싶은 일을 하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분명, 하면 안 될 이유 없을 거예요.”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