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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호 2019년 9월] 뉴스 모교소식

영어로 모든 게 가능하다고 했는데…

모교 외국인 학생 2000명 시대

영어로 모든 게 가능하다고 했는데…

모교 외국인 학생 2000명 시대

“유치 광고와 달리 언어장벽”
영어강의는 10~15% 그쳐
한국어능력 점수 없고
가을학기 입학많아 적응 어려움



모교 외국인 학생회 SISA는 자치기구로서 외국인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돕고 내국인 학생과 교류를 도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SISA가 주최한 외국인 학생 웰커밍파티 모습. 




2018년 1학기 기준 모교의 순수 외국인 재학생은 총 1,323명이다. 여기에 교환학생 700여 명을 합하면 외국인 학생 2,000여 명이 재학하고 있다. 모교 학생처와 국제협력본부 등이 이들을 행정적으로 지원하고, 국제협력본부 산하 외국인학생회 SISA(SNU International Students Association)가 자치기구로서 외국인 학생들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내국인 학생과 교류를 도모한다. 몽골에서 온 수브드(Suvd Lkhagvasuren 건설환경공학 4년) 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9월 4일 관악캠퍼스에서 만난 수브드 씨는 언어 장벽을 단연 외국인 학생들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는 학교 측도 공감하고 있는 문제다. 구민교 국제협력본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교원과 학생을 유치할 때 ‘서울대로 오면 영어로 모든 게 가능하다’고 광고하지만 막상 와보면 다르다는 반응을 많이 겪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다양성위원회에서 펴낸 ‘서울대학교 외국인 학생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외국인 학생 432명(학위과정 외국인 학생의 약 3분의 1) 중 약 35%는 한국어능력시험 점수가 없었고 나머지의 절반은 중급 정도의 한국어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경영대, 공대, 의대의 경우 한국어 급수를 요구하지 않아 학생 절반이 한국어능력시험 점수가 없었다. 한국어가 유창한 수브드 씨도 입학 전 한국 대학 진학자를 타깃으로 한 강습 코스가 있는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개인적으로 한국어를 배웠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학생은 한국어로 쓰인 졸업 요건 등의 학칙과 각종 공지를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브드 씨는 “기숙사의 경우 공지사항을 영문으로도 병기하고 있어 편리한데 학내에서 한국어로 주는 주요 공지는 외국인 학생이 놓치기 쉽다”고 말했다. 전체 강의의 10~15% 선인 영어 강의를 찾아 듣기도 어렵고 일부 필수 수업은 한국어로만 진행되어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언어적인 어려움은 곧 외국인 학생들에게 정보와 기회의 제한으로 이어진다. 외국인 학생들은 팀 프로젝트 등을 진행할 때 영어와 한국어 중 하나를 택하기보다 한국어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종종 처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수브드 씨의 경우 “수업 조교(TA)를 하고 싶어도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조교를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다”고 했다.

언어 문제는 한국 사회의 서열 및 선후배 문화와 결합해 외국인 학생의 소외감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수브드 씨는 “한국은 선배가 후배에게 지난 시험문제나 과제 자료를 제공하는 일이 흔하고, 그것이 중요한 프로젝트나 시험, 과제를 준비하는 데 크게 이점이 된다”고 했다. 소위 ‘족보’로 불리는 자료다. 그러나 “대개의 외국인 유학생들은 의사소통의 제약으로 이같은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고 팁을 줄 수 있는 선배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기 힘들어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고 설명했다.

입학 전형에서 비롯된 문제도 있다. 매년 글로벌인재전형으로 입학하는 150명 안팎의 외국인 학생 중 50~100여 명이 후기 모집을 통해 가을에 입학한다. 모교에서 2학기에 입학하는 학부생은 이들이 유일하기에 입학 초기 적응이 쉽지 않다. 수브드 씨 또한 몽골 학제에 따라 여름 졸업 후 가을에 모교에 입학한 경우로 “(가을에 입학한) 동기가 없고 한국 학생들은 이미 서로 친해져 있어 어울리기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2학기 수업은 1학기에 개설된 강의를 전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수업을 따라가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

유학생을 위한 장학 지원은 충분할까. 다양성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정부초청장학생(KGSP) 장학금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나머지 학생은 모교가 운영하는 10여 개의 외국인 유학생 대상 장학금 프로그램이나 외부 장학금 등을 수혜받고 있었다. 자비 유학생도 40%에 달했다. 보고서는 2018년 기준 모교 내 외국인 학생들의 장학금 수혜율이 50% 중반에 머물고 있어 내국인 학생들의 수혜율(70~80%)에 비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대학원생 대상 BK21 사업을 통한 장학금 지원이나 연구실 단위 장학금 지원은 외국인 학생을 차별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 내국인 위주인 발전기금 재원의 장학금을 외국인 대상으로도 확충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SISA는 외국인 학생들을 돕기 위해 자체적으로 식당 이용 등과 학내 활동, 학위논문 작성법 등 학교 생활 안내를 제공하고 외국인 개강 파티와 봉사활동, 글로벌 음식축제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외국인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때 편하게 문의할 수 있는 곳이다. 수브드 씨는 “외국인 학생 친화적인 환경을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영어 강의를 늘리기가 쉽지 않은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이 비교적 많은 공대 소속인 그는 “그럼에도 통계, 화학, 물리, 미적분학, 생물학 등 과학과 공학 전공에 필수적인 강의만큼은 영어 강의로 제공해 외국인 학생의 학업 초기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계속 제안하고 있다”며 “이 제안이 사회과학과 인문과학 과정에도 적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몽골 학생회와 중국 학생회 등 각 나라 대표 학생이 모여 외국인 학생 간의 어려움과 이슈를 공유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도 학교 측에 전달하기엔 절차가 복잡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