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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7호 2019년 8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건강톡톡: 혈압 높아도 느끼지 못해…뇌졸중 갑자기 온다

서울대병원 팟캐스트 요약해 드려요

혈압 높아도 느끼지 못해…뇌졸중 갑자기 온다




이번호부터 서울대병원 팟캐스트 ‘건강톡톡’ 내용을 요약해 동문과 공유합니다. 서울대병원 팟캐스트 건강톡톡에는 동문들이 궁금해 하는 여러 질병에 대해 해당 분야 권위자가 출연해 상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서울대병원 건강톡톡을 검색해 구독하면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전체 내용을 들을 수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홈페이지(http://www.snuh.org/health/tv.do)로 들어가 건강정보를 클릭해 건강TV를 볼 수도 있습니다. -편집자 주



이승훈(의학90-96) 신경과 교수 / 진행 : 김민선(의학00-06·사진 왼쪽) 소아청소년과 교수




뇌졸증 아닌 뇌졸중이 맞는 용어


Q : 뇌졸중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뇌졸증이라고 부르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어느 게 정확한 명칭인가요?
A : 정확하게는 뇌졸중이 맞아요. 협심증, 통증 이런 의학용어가 증상을 의미하는 ‘증’자로 끝나기 때문에 뇌졸증일 거라고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많죠. 질병을 말하는 의학용어 중에서 ‘중’으로 끝나는 건 뇌종줄 하나만 있다고 기억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 어떤 질병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A : ‘뇌’ 뇌가/ ‘졸’ 졸지에, 갑자기/ ‘중’은 중단됐다, 중지됐다, 다쳤다는 의미입니다. 뇌에 갑자기 문제가 생긴 질환을 통틀어서 이야기합니다.
뇌에 갑작스럽게 문제가 생긴 질환으로는 뇌전증이라 부르는 간질과 뇌졸중 두 가지가 있습니다. 혈관이 문제가 될 때 뇌가 갑자기 망가지는 상황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즉 혈관의 문제로 뇌세포가 갑자기 죽으면서 생기는 신경학적 증상을 통틀어 뇌졸중이라고 부릅니다.

Q : 뇌세포에 혈류가 가지 않는 상황이나 갑자기 터지는 상황을 각각 어떻게 부르고, 빈도는 어떤지 설명 부탁 드립니다.
A :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서 뇌세포가 죽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뇌출혈 두 가지입니다. 뇌경색과 뇌출혈을 합쳐서 뇌졸중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뇌경색 발생 비율은 뇌출혈보다 훨씬 높아 전세계적으로 85%가 뇌경색이고 뇌출혈은 15% 가량 됩니다.
농촌지역 또는 후진국에서는 뇌출혈이 많고,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까지는 뇌출혈 빈도가 더 높았습니다. 지금은 서구화된 생활 습관 등으로 뇌출혈은 줄고 뇌경색이 많습니다. 비율로 보면 30% 정도가 뇌출혈이고 70%가 뇌경색입니다.


우리나라 뇌경색 70%, 뇌출혈 30%


Q : 두 가지가 발생하는 이유가 다른 것 같은데요. 둘 중에 어떤 게 ‘더 위험하다’ 혹은 ‘더 문제가 되는 질환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A : 사실 뇌경색과 뇌출혈 둘 다 가볍게 생길 수도, 심각하게 생길 수도 있어서 어떤 질환이 가볍다, 심하다 말하는 건 난센스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평균을 보면 뇌출혈이 훨씬 더 중증입니다.
우리나라는 사망률이 조금 낮은 편으로 20% 정도의 사망률을 보입니다. 전세계적으로는 40~50% 정도가 사망합니다. 오히려 서구 쪽에서 뇌출혈 사망률이 높은 편이고 우리나라는 낮습니다. 유전적인 배경이 있는 것 같고요. 뇌경색은 원인에 따라서 다양하지만 사망률이 약 6% 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뇌출혈이 중증 질환이고 사망하거나 심각한 장애가 생길 가능성도 높습니다.

Q : 뇌세포에 피가 안 간다는 게 생각만 해도 굉장히 무서운 일인데요. 실제로 이런 뇌졸중이 발생하면 어떤 증상이나 문제들이 생기는지 말씀해 주세요.
A : 신경과, 신경외과 전공의들이 처음 병을 공부할 때 뇌졸중이 뇌를 공부하기 가장 좋은 질환입니다. 왜냐하면 서서히 진행하는 질환들은 세포들이 죽지만 그에 대한 방어나 보상효과 등으로 어느 부분이 망가졌는지 알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뇌경색이나 뇌출혈은 망가진 부위에 대한 보상이 일어나기 전에 망가진 부위에 해당되는 증상이 나타나 ‘아, 이 부위가 이런 일을 하는구나’하고 즉각적으로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생겨 어느 한 부분이 망가지면 결국 그 부분에 해당되는 부위, 동작 등을 알 수 있게 되죠.

뇌졸중은 국소적으로 나타납니다. 뇌경색이 생기면, 뇌가 전체가 죽는 게 아니고 일부분만 죽고, 뇌출혈도 일부분만 죽기 때문이죠. 갑자기 팔다리가 마비되는데 전체가 아니고 한 쪽만 마비된다든지, 전체 인지기능 중에 언어(기능)만 망가진다든지 국소적인 신경학적 증상이 생깁니다.

손을 들어야 되는데 못 든다든지, 걸어야 되는데 못 걷는다든지,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없어지거나 말을 못 하거나, 안 보이거나 하는 식으로 국소적으로 신경이 기능을 못 하는 증상이 발생합니다.


그래픽: 질병관리본부




Q : 고혈압 환자들은 추운 날씨에 정말 조심하시라고 하잖아요. 추운 날씨에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요?
A : 맞는 부분도 있고, 오해도 있습니다.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상황은 고혈압을 가진 사람이 평상시 혈압이 높아 소동맥이 많이 손상되는 것이지요. 정상혈관에서는 혈압 변동이 있다 해도 작은 소동맥이 터지거나 막히지 않습니다.
평소 많이 손상된 분, 고혈압이 있는데 관리를 소홀히 하신 분들이 갑작스럽게 혈압 변동이 심할 만한, 즉 힘을 주는 운동을 한다든지, 굉장히 크게 놀란다든지, 외부 기온 변화가 심한 상황에 부딪히면 몸에서 혈압 변동이 심해집니다. 그런 변동을 못 견디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기침을 크게 해도 혈압 변동이 생깁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술, 담배 조심


Q : 혈관이 막히는 원인을 생각해 보면 콜레스테롤과 상관이 있을 것 같은데요.
A : 굉장히 많죠. 뇌졸중과 관련된 위험요인 중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가 일반적으로 많이 거론되고 담배와 술도 위험합니다. 미치는 영향은 개별적으로 약간 다르긴 합니다만, 이 다섯 가지는 우리가 다 조절할 수 있다는 면에서 주의 깊게 평상시에도 관리를 해야 합니다.

Q : 그러면 고지혈증이나 당뇨가 있어도 조절이 잘 되고 있을 땐 좀 괜찮고, 조절이 잘 안 되면 더 심해지는 건가요?
A : 사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자각증상이 없습니다. 일반인들이 많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머리가 뻐근하면 고혈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혈압이 높아도 본인은 모릅니다. 자각증상이 없습니다. 당뇨는 자각증상이 없다고 볼 순 없지만, 당뇨까지 포함해 평상시엔 증상이 거의 없지만 본인은 모르는 사이에 혈관 변성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큰 혈관이나 작은 혈관이나 동맥경화를 일으키거나 소동맥경화증 등을 일으켜 혈관들이 계속 망가지고, 지질이 쌓입니다. 동맥경화로 혈관이 막힐 수 있는 상황까지 계속 진행하는데, 그때까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죠. 결과적으로 혈관이 막혀 뇌세포까지 죽어야 그 다음에야 느끼기 때문에 평상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이 부분을 관리 안 하면 5년, 10년, 20년 뒤에 큰 불행을 맞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 가족력도 중요한 위험인자인 것 같은데요. 아버님이 뇌졸중으로 편찮으셨다면 확실히 위험도가 올라가나요?
A : 올라갑니다. 올라가는데, 가족력을 의식하기보다 오히려 저는 ‘가족력을 무시하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사람이 나이가 들어 노화가 되면 다 노출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가족력 때문에 미리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 어머니,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저도 어떤지 보러 왔습니다’라고 오는 젊은 분들이 많아요. 반면에 가족력이 없다고 완전히 마음대로 사는 분들도 있어요. 뇌졸중과 관련된 유전병으로 카다실과 모야모야병이 있습니다. 그 두 가지는 가족력을 의식해야 되고 심지어 유전되기도 합니다. 나머지는 실제 뇌졸중이 유전된다기보다, 뇌졸중과 연관된 고혈압이나 당뇨가 많이 생길 수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실 뇌졸중은 여러 가지 질환에 의한 결과이기 때문에 다른 병 없이 그 자체가 그냥 생기는 건 아닙니다. 결국 확실한 위험 요인 다섯 가지가 있으니까, 가족력이 있다 해도 관리만 잘 하면 전혀 안 생길 수 있지요. 가족력이 전혀 없다 하더라도 맘대로 살면 이른 나이에 생길 수도 있고요.


뇌졸중은 여러가지 질환에 의한 결과


Q :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환자도 최근엔 젊은 층이 많아지잖아요. 실제로 뇌졸중 발생도 젊은 연령으로 이동하고 있나요?
A : 실제 이동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45세 이내, 젊은 나이에 생긴 뇌졸중 환자를 특별히 관리하고 있는데 비율이 늘어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서구화된 식생활 습관 때문에, 환자 수는 비슷하다 하더라도 생기는 이유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동맥경화 때문에 생기는 심근경색이 가장 많이 생기는 연령대를 예전엔 50세, 동맥경화 때문에 생기는 뇌졸중은 65세,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50세에 심장에 먼저 문제가 생기고 뇌경색은 65세에 온다고 봤는데, 최근에 입원한 분들은 20~30대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관리를 너무 안 해 동맥경화가 진행된 분들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젊은 나이의 환자를 조사할 때 불가항력적인 이유, 예를 들면 유전이나 약물 등의 영향이 컸는데 최근엔 조절 가능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예방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뜻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