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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호 2019년 2월] 뉴스 기획

부동산 중개·1인 미디어 시장에 ‘센 놈’들이 떴다

벤처 창업 도전하는 재학생: 이재윤 집토스 대표, 강미나 세일링스톤즈 대표 인터뷰

부동산 중개·1인 미디어 시장에 ‘센 놈’들이 떴다

벤처 창업 도전하는 재학생


김택진(전자공학85-89) 엔씨소프트 대표, 김범수(산업공학86-90) 카카오이사회 의장, 김정주(컴퓨터공학86-91) NXC 대표, 송재경(컴퓨터공학86-90) 엑스엘게임즈 대표, 이해진(컴퓨터공학86-90) 전 네이버이사회 의장. 한국 IT 업계는 서울대 동문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동문들의 활약상이 눈부시다. 이들 동문 외에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는 모교 재학생, 교수 창업자들이 많다. 기해년 새해를 맞아 도전 정신으로 충만한 재학생, 교수 창업가를 집중 소개한다. -편집자 주




“내 능력 이상의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에서 두려움을 이기는 힘을 얻습니다.” 이재윤(지구환경과학11입) ‘집토스’ 대표와 강미나(경영13입) ‘세일링스톤즈’ 대표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이 태반인 현실에서 과감히 창업에 도전했다. 성별도 전공도 사업분야도 다르지만 창업을 결심하고 실행한 이유는 똑같았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물음표를 찍었던 일들이 ‘드디어 해냈다’는 느낌표로 바뀔 때의 쾌감, 자신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용자들에게서 호평 받았을 때의 보람, 더 많은 고용을 창출했을 때의 사회적 기여 등.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경제적 이윤뿐 아니라 그러한 쾌감과 보람, 사회적 기여도 함께 커진다. 각각 부동산중개시장과 광고시장에서 혁신을 도모하는 두 학생창업자를 지난 1월 29일과 1월 31일 이틀에 걸쳐 만났다. 이재윤·강미나 대표는 모교 벤처경영학 연합전공 1, 2기 출신이다.

객중심 부동산시장 구축

모교 입학과 동시에 자취를 시작한 이재윤 대표는 좋은 집 구하기의 어려움을 절감하고 있었다. 수수료 아끼자고 직거래를 하기엔 위험부담이 컸고, 수수료 내고 구한 집도 그다지 만족스럽진 않았다. 전월세 계약은 보통 2년에 한 번 이뤄지므로 중개서비스 또한 2년에 한 번 꼴로 이용하게 되고, 골목골목마다 중개사무소가 난립하는 포화상태에서 한 공인중개사가 같은 고객을 다시 서비스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때문에 정직하고 친절한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켜 다시 찾게 하기보단 한번 계약할 때 최대한 많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혈안이 된다. 최근 쏟아져 나온 부동산중개 앱은 광고경쟁만 더 부추겨 허위매물이 판을 치게 할 뿐 좋은 집 구하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군복무 시절 부동산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 대표는 복학 후 수수료 없이 학교 친구들의 자취방을 대신 구해줬던 경험을 사업아이템으로 발전시켜 집토스를 창업했다. 주머니 가벼운 원룸·투룸 세입자들의 경제적 이해를 대변하고 믿을 만한 부동산중개서비스 브랜드로 자리매김해 업계에 자정작용을 일으키겠다는 뜻을 품은 것. 2016년 1월 설립돼 이제 갓 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현재 공인중개사 55명을 직접 고용했고 수도권에 8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안에 6개 지점을 더 늘리고 50여 명의 중개사를 더 고용할 예정이다.

“사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학업과 멀어졌습니다.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휴학 중인데 어쩌면 자퇴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휴학 연한이 꽉 찼거든요. 아깝긴 하지만 제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55명 직원들의 생계가 달라집니다. 제 욕심만 차릴 순 없어요. 부담감도 크고요.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데도 운이 많이 따라줬다고 생각해요. 제 능력보다 일이 잘 풀려서 다음 또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자퇴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서 사업을 망치고 싶진 않아요.”

이 대표는 거래비용, 신뢰, 매물 등을 부동산중개시장에서 집토스를 차별화시킬 수 있는 3가지 포인트로 꼽았다. 그중에서 가장 손쉬운 포인트가 거래비용. 친구의 자취방을 구해주면서 수수료를 받지 않았던 관례가 운 좋게 차별화 전략으로 주효했다고 한다. 올해는 더 많은 고객들에게 만족스러운 중개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성과를 누적시켜 집토스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차별화된 중개서비스 경험이 시장의 혁신을 불러올 것입니다. 사회가 변화하고 발전하는데 부동산중개시장만 기존 방식을 그대로 고집한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고객만족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없는 중개사들은 퇴출되는 게 맞죠. 광고로 현혹해서 돈을 버는 업계 생태계를 정직하고 친절하고 고객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개사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무대로 변혁시키고 싶습니다.”

집토스는 온라인 앱과 오프라인 중개사무소를 결합한 데 이어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자동화와 매물관리-고객응대의 분업화를 도입, 기존 중개업의 과정에서 과도하게 소요됐던 기본비용을 절감하고 고객 만족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1인미디어 지원 및 광고연결

강미나 세일링스톤즈 대표는 “2020년엔 유튜브를 비롯한 1인 미디어 시청률이 7대 3으로 TV시청률을 역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초등학생 장래희망 중 유튜버가 5위를 차지한 점, 최근 공중파 방송에 유튜버가 심심치 않게 초대되고 있는 점, 기자보다 영향력 있는 파워블로거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SNS스타의 등장은 그의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세일링스톤즈는 1인 미디어 콘텐츠 생산자들의 콘텐츠 제작 및 수익화를 지원한다. 1인 미디어를 활용한 홍보를 고민하는 기업엔 실적 중심의 광고 솔루션을 제공하고, 1인 미디어 제작자와 광고를 희망하는 기업 양쪽의 특징을 딥러닝 기술로 정교하게 분석해 최적의 매칭을 찾아내 추천해준다. 광고업과 중개업, IT기술 등 세 분야의 교집합에 새로운 사업영역을 구축한 셈이다.

“이전의 광고는 대중매체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퍼붓는 식이었습니다. 돈은 많이 쓰는데 그 효과를 검증하기도 어려웠죠. 최근엔 마케팅이 점점 실적 중심으로 맞춰지고 있어요. 무조건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키는 게 아니라 해당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만한 사람, 흥미를 보일 만한 사람을 대상으로 선택적으로 노출시키는 데 돈을 써야 한다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죠. 광고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요. 세일링스톤즈는 이러한 변화의 선봉에 설 것입니다.”

기업도 1인 미디어를 활용한 광고에 일찍부터 관심이 있었다. 파워블로거에게 기업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블로그에 홍보성 품평을 올리는 것은 이미 익숙하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동영상을 시청해본 적이 있다면 누구나 동영상 재생 전이나 중간에 삽입된 광고 또한 시청해봤을 것이다.

“현재의 1인 미디어 광고는 그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도박에 가깝습니다. 저희는 광고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광고가 얼마만큼의 실적으로 이어졌는지 객관적인 수치로 증명해 보여줄 수 있어요. 영상을 보고 느낀 단순한 감을 바탕으로 조회수, 구독자수, 댓글수, 좋아요 수에만 의존해서 무턱대고 광고를 하면 도리어 역풍을 맞는 경우도 굉장히 흔해요. 영상이 100개 올라와 있다고 가정하면 유튜버와 시청자 사이의 관계도 그만큼의 이력이 내재돼 있다는 뜻이고 그러한 관계의 변화가 광고효과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거든요. 저희는 해당 1인 미디어 콘텐츠의 특색뿐 아니라 제작자와 시청자 사이의 관계변화까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광고단가를 두고 상대방과 협상하는 데 소비되는 시간 및 비용을 절감시켜 드리기도 하고요. 한번 일을 맡겼던 기업에선 두세 번씩 재의뢰가 들어옵니다.”

세일링스톤즈는 강미나 대표와 공동창업자 1명을 포함한 총 10명의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운영하는 사이트 ‘빅펄’에 들어가서 구글 계정에 연동하면 무료로 채널분석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다. 리포트를 통해 동영상 시청자의 타깃팅, 영상의 몰입감, 장면 구성, 촬영 방식 등 유튜브 영상에 대한 전반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구독자 수 20명, 업로드된 동영상 수 5개 이상이면 세일링스톤즈의 알고리즘을 통해 적합 광고주와의 매칭도 가능하다. 가능성이 보이는 유튜버는 직접 영상제작을 지원한다.
“창업했다고 하면 대뜸 얼마나 버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기술창업이다 보니 R&D와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서 아직 손익분기점은 찍지 못했어요. 그래도 설립 1년 만에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단계까지 왔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나경태 기자




재학생 창업 돕는 벤처경영학 연합전공은


경영대 경영학과가 주관하고 인문대 철학과, 공대 컴퓨터공학부, 법학전문대학원, 농생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가 참여하는 학내 유일 창업 교육 프로그램이다. 벤처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이수해야 하는 전공으로 자리매김했다. 장정주(경영85-89) 교수가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2014년 시작돼 작년 말 기준으로 132명의 학생이 이수했거나 공부중이다. 단과대학별 학생 지원 비율을 보면 공대가 25%로 가장 많고 경영대 20%, 인문대 11%, 농생대 11%, 사대 9%, 사회과학대 9%, 생활과학대 7% 순이다. 한 학기 20명씩 매년 40명을 선발한다. 평균 경쟁율은 2 대 1 수준. 복수전공과 마찬가지로 39학점을 이수하고 졸업논문으로 사업계획서까지 제출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정이다.

집토스는 ‘창업론실습’ 때 한 팀이었던 동기 셋이 모여 태동했으며, 강미나 대표는 세일링스톤즈의 창업부터 현재까지 벤처경영학 연합전공의 수업이 고루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00만원씩 종잣돈을 주고 어떤 사업이든 해보게 하는 ‘창업론실습’이 집토스의 창립 팀원들이 구성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강미나 대표는 “벤처경영학 연합전공을 전공하다 보면 수업 말고도 행사나 이벤트성 네트워킹 파티를 많이 하는데 그러한 자리가 자신의 사업구상을 선배 창업자들에게 노출시켜 조언이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