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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호 2021년 1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서울대 모든 분야 공동 번영, 창업대학원이 밑거름

박원우 모교 경영대 교수의 제안


서울대 모든 분야 공동 번영, 창업대학원이 밑거름



박원우
경영78-82
모교 경영대 교수



변화와 혁신 없이는 생존이 힘든 세상에서 대학은 어떤 변혁을 해야 할까? 만약 “들어갈 땐 1류이던 서울대 학생들이 나갈 땐 얼마나 성장해서 나가나? 종합대학의 장점 중 하나가 시너지 실현인데 서울대에선 대학(원)들 간 시너지가 일어나나? 매년 국가에서 수천억원의 지원을 받으면서 국가사회의 니즈에 부응하고 있나?” 등의 질문을 받았을 때, 고개 들고 자신 있게 응대할 수 있기 위해선 많은 변혁이 서울대에서 실현돼야 한다. 법인화가 이룩된 지 수년이 지났건만 계속 ‘장점은 없고 단점만 여전하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장점인 자율성을 살려 스스로 변해야 한다.

대학혁신의 방향 중 하나는 공급자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의 전환일 것이다. 교수와 대학이 하고픈 것을 하기보다는 고객인 학생과 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것을 찾아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서울대에 필요한 수많은 혁신 중 하나가 창업교육조직의 신설이다.

세계적으로 대학에서 ‘창업교육과 지원’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가 되어 우수 대학의 역할과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1975년에 39세이던 창업평균연령은 2015년에 29세로 나아가 2019년에 27세로 급격히 줄어들었고, 비즈니스 인큐베이터(기업 육성 시설)의 40% 정도가 대학에 기반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더 젊은 나이에 (대학 졸업 후가 아니라 이미 대학 다니면서) 창업을 하고, 창업의 성공률이 그 사회의 발전과 직결되기에 창업을 가르치고 지원해야 하는 방향으로 대학교육의 역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MIT의 경우엔 2015년 기준 창업관련 과목이 120개 제공됐고, 매년 수백개 기업이 학내에 창업된다. 2015년 기준 MIT 기반 기업이 3만개 이상이 존속했으며, 460만 종업원을 고용하고 2,000조원 매출을 창출해 세계 10위 국가의 규모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부응하고자 한국 정부에서도 ‘창업학’을 공식 학위명으로 인정하고, 약 10년 전부터 국내 대학에서 창업대학원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해 왔다. 창업은 결코 아이디어와 의욕만으로는 성공 못하기에 98% 이상이 실패한다. 창업하는 방법과 성공하기까지의 제반 어려움을 알아야 성공가능성이 커지기에 창업에 대한 별도의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연고대도 학생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고, KAIST 또한 수년간의 준비를 바탕으로 2016년부터 창업대학원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국의 지자체는 이러한 창업대학원과의 연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 서울대는? 정부와 사회의 권고·요구와는 달리 그간 계속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비록 공대와 경영대에서 지난 5년간 운영된 창업관련 과목이 17개 있었으나, 종합대학의 수요에 부응치 못했고, 개별 단과대나 센터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많음이 입증되었다. 창업대학원의 설립과 운영은 서울대도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다. 서울대가 수동적으로 밀려서 나중에 할 것인가, 아님 늦었지만 보다 능동적으로 주도해 나갈 노력을 시작할 것인가의 판단이 필요하다.

서울대 평의원회가 ‘창업지원을 위한 학교시스템 재정비’를 정책과제로 마련하여 연구가 진행됐는데, 내부 13개 단대(원) 교수들로 구성된 연구팀에 더하여 23명의 외부 자문위원팀이 더해진 ‘연구단’이 형성·운영됐다. 대학 내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에 더하여 평의원회는 운영위원회와 본회의 심의를 거쳐 총장에게 서울대 내 SNU SEI(School of Entrepreneurship and Innovation, 가칭 서울대 창업대학원) 설립의 필요성을 전하고 그 설립추진단 형성을 건의했다.

오세정 총장을 비롯한 본부 집행부 대부분 서울대 내 창업교육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는 (그렇지만 새로운 교육단위의 설립에 필요한 행정적 절차적 부담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대 내외의 많은 분들이 본부 집행부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노력하고 있는 바, SNU SEI의 필요성과 그 정신(철학)을 정리하면 아래 표(클릭하면 확대)와 같다.





창업은 ‘장사하여 돈 버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혁신과 융합에 기반한 가치창조로 사회공헌의 꿈을 실현하는 것’으로, 비영리(not-for-profit) 조직이나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도 당연히 창업의 대상, 꿈 실현의 방안이다. 따라서 기초-응용학문의 구분 없이 서울대 모든 학문 분야에서의 창업이 가능하고 필요하다. 이는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한 혁신적 사고와 의지 즉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창업대학원을 신설·운영하는 것은 서울대 모든 대학(원)의 합의와 협동을 필요로 한다. 특정 학문 분야의 발전 위한 다툼(zero-sum)이 아니라 서울대 모든 분야의 공동번영(positive-sum)을 위한 것이고, 대학원으로서의 설립을 추구하는 것은 서울대 학부교육의 유지와 공존을 위함이다. 지행합일 추구정신으로 단지 ‘아는 것이 힘’에 그치지 않고, 알고 행하도록 하며, 결과적으로 서울대 학생과 교수 나아가 졸업생에 의하여 사회발전(인류사회의 가치증진)의 성과가 얼마나 올바로 이룩되었는지 평가받는 즉, 과정과 성과 모두를 중시하는 정신(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