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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호 2016년 8월] 오피니언 느티나무광장

홍지영 SBS 뉴미디어 편집부 에디터·본지 논설위원 칼럼

장수마을 카오르의 비밀
장수마을 카오르의 비밀


홍지영(불문89-93)SBS 뉴미디어 편집부 에디터·본지 논설위원



10여 년 전 파리 특파원 시절, 프랑스 중남부 카오르(Cahors) 지방에 간 적이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라스코 동굴 벽화를 구경하고 차를 좀 더 남쪽으로 달려 내려간 길이었다. 

프랑스 여행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식도락. 가는 곳마다 그 지방 특산물로 만들어진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거다. 카오르는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캐비어(cavier), 푸아그라(foie gras), 송로버섯(truffe) 가운데 두 가지(푸아그라와 송로버섯)가 특산물인 곳이니 안 들를 수가 없었다. 

식당에서 가장 보편적인 요리도 이 두 가지와 관련이 많았다. 식사 전에 가장 보편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샐러드지만 이 곳 샐러드에는 독특한 것이 들어간다. 새의 모래주머니(gesier), 흔히 똥집이라고 말하는 그것인데 여기선 거위 똥집이나 오리 똥집을 말한다고 한다. 푸아그라가 유명한 곳이니 거위나 오리도 많이 키웠다. 오리고기는 이 곳 포도주와 곁들여 먹는데, 색깔이 유난히 진해 ‘검은 포도주’라고 불렀다. 레드와인은 붉은 소고기와, 화이트 와인은 흰살 생선과 잘 어울리고, 닭고기보다는 색이 약간 거무튀튀한 오리고기는 이 검은 포도주랑 먹는 거란다. 

이곳에서 많이 생산되는 포도 품종 시라(shrah,shiraz(영)), 말벡(malbec), 메를로(merlot) 등이 주로 들어가 짙고 묵직한 맛이 났다. 푸아그라는 글자 그대로 지방간이라 요리를 하다보면 기름이 엄청 나온다. 이 기름진 푸아그라를 아주 달콤한 와인과 같이 먹는다. 화이트와인보다 노랗고 달콤한 이 와인은 뱅 존느(vin jaune, 황색 와인)라고 부른다. 이 기름진 음식들을 먹으면서 풍미를 돋우기 위해 우리나라의 자연 송이만큼 비싼 송로버섯 가루를 살짝 뿌려 먹기도 한다. 이곳 식단 이야기를 한참 하는 이유는 카오르가 세계의 장수마을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식도락을 즐기는 프랑스 사람들이 살이 찌지 않는 이유를 이야기하면서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라고 말하는데 가장 대표적 사례가 바로 카오르가 아닐까 싶었다. 비밀은 바로 와인이라고 하는데 별로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살펴본 프랑스인들의 식습관은 식도락을 즐기기 위해 조금씩 많은 종류를 먹는다. 그리고 엄청 수다를 떨며 천천히 먹는다. 육류만큼 채소도 많이 섭취한다. 프렌치 패러독스의 비밀이 와인이라는 것은 프랑스의 와인 마케팅 기법이 아닐까?  어쨌든 장수촌이라는 명성 덕분에 프랑스의 이 시골 마을을 찾는 관광객도 꽤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