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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7호 2019년 8월] 문화 신간안내

“이럴 때일수록 한·일 시민 간 문화교류 활발해야죠”

오영원 니쇼가쿠샤대 명예교수 자서전 '영원의 사계'


“이럴 때일수록 한·일 시민 간 문화교류 활발해야죠”


영원의 사계(라꽁떼 출판사)

오영원 니쇼가쿠샤대 명예교수



한일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는 요즘. 한국과 일본의 교육 분야에서 40여 년간 가교역할을 해 온 오영원(국어교육53-57) 니쇼가쿠샤대 명예교수가 자서전 ‘영원의 사계(라꽁떼 출간)’를 한국어·일본어로 동시에 출간해 눈길을 끈다.

책 ‘영원의 사계’에는 여자에게 글도 가르치지 않았던 시대에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도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평생을 살아온 오 동문의 삶이 잔잔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 오 동문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도 치열하게 공부해 모교 사대에 입학했고, 그토록 원했던 교사가 됐다. 가정을 꾸린 이후에도 학문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고 가르친 그는 1971년 도일 후 아오야마(靑山)학원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40년 넘게 양국의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책은 많은 이들이 삶의 여정에서 좋은 길벗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중한 추억과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평생의 동반자인 남편을 만나고, 세 아이의 어머니로 살면서도 교육자의 삶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많은 이들의 사랑과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밝힌다. 열정과 희망을 안고 격렬했던 시대를 거쳐온 외유내강형 오 동문의 삶이 주는 울림이 크다.




오영원 동문은 현재 일본에서 한국어교육학회 고문으로 일하며 주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대표이사 겸 학당장과 주일한국대사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쓰다주큐대, 도쿄여대, 릿쿄대 등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쳤으며 2006년 니쇼가쿠샤대에서 정년 퇴직했다. 한글 보급과 한국 문화 교류 확산에 대한 공로로 2011년 정부 문화훈장과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최근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일 간 외교 문제와 관련해 “주변 일본인들의 반응은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다. 교육이나 문화계 분들과 교류가 많은데 변함없이 친절하고 한일관계에 대해 우리와 같은 심정으로 친선 교류를 원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정치 싸움으로 유리해지기 위해 한일관계를 악화시키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오히려 한국인들과 잘 지내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한국에 관한 관심은 1984년 4월 NHK 방송국에서 시작된 한글강좌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로 높아졌다. 각 대학에 한국어 교육의 붐이 일기 시작했고,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한국어 교육 붐이 최고조에 달했다. 최근에는 한국드라마와 K팝이 일본 젊은이를 사로잡고 있다.

오 동문은 “최근 20년 사이에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었다”며 “한일관계의 양상에 따라 약간의 부침은 있어도 한국과 한국어에 관한 관심과 이해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고 특히 젊은이들 가운데 한국을 이해하고 공부하려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오 동문은 양국 간 정치외교 문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우려하면서 이런 시기일수록 양국 시민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문화 활동이나 언어교육 및 사회적 교류를 통해 상호 친선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 단체 기관 등에서 행해 오던 연례행사나 전시 발표대회 등의 활동 들이 정치적 문제로 침체되거나 중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활발하게 진행돼야죠. 시민 간 애정과 신뢰가 쌓인다면 정치적 문제도 원활하게 풀리게 될 거라 봅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