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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호 2016년 6월] 기고 에세이

장동만 전 동아일보 뉴욕통신원 에세이

65년 만에 극적 해후

65년 만에 극적 해후

장동만(철학55-61)전 동아일보 뉴욕통신원



그러니까 반 세기 하고도 플러스 15년, 장장 65년 만에 드라마틱한 해후(邂逅)였다.

 
몇 년 전 어느 날, 난데없이 졸업 후 얼굴을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초등(마포 국민)학교 어떤 친구가 떠올랐다.


“아직 살아 있을까? 아니면, 먼저 갔을까?” 안부가 몹시 궁금했다. 사방으로 수소문을 해도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인터넷 여기저기 ‘사람 찾습니다’에 올렸다. 특히, 그가 다닌 K고교 동창회 웹 사이트에 간절히 ‘연락 바람’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나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런데 2년여가 지난 얼마 전, 내 이름을 일본어로 찾는 전화가 걸려왔다. “아니, 지금 내 이름을 일본어로 부르다니…” 적잖이 놀랐다. 천만 뜻밖에도 내가 그렇게 찾던 바로 그 친구가 아닌가.


LA에 산다고 했다. 장시간 통화 끝에 “죽기 전에 얼굴이나 한 번 보자!” 서로 다짐을 했다. 어제 그 친구를 맨해튼에서 만났다. 집을 나서면서 집 사람이 말하는 것이었다. “어느 소설(W. Somerset Maugham의 ‘Appointment’) 얘기 같이 서로 상대방을 알아볼 수 있는 어떤 징표(徵表) 약속을 했느냐?”고.


감격의 포옹. 시간 가는 줄 모르고 65년여의 회포를 풀었다. “죽기 전에 얼굴 다시 한 번 보자!” 똑같은 약속을 하고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 눈물의 껴안음. 서로 먼저 가라고 실랑이를 벌였다. 그의 완강한 고집에 할 수 없이 내가 먼저 발걸음을 뗐다.


몇 발자국 걷다가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가 그 자리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 몇 십 발 걷다가 다시 돌아봤다. 역시 그는 그 자리에 그냥 서 있었다. 얼마쯤 걷다가 세 번째 다시 돌아다보았다. 그 친구는 그냥 그 자리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슴이 뭉클해졌다. 눈시울이 축축해졌다. 나는 “Bye!-Bye!” 손을 흔들고 다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무거운 발걸음을 떼면서 다시 돌아보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가 그냥 그 자리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으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10대의 동심(童心)이 산수(傘壽)의 노심(老心)을 울린 65년 만의 극적인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