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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호 2015년 7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미주 한국학연구소 설립에 적극 동참을

이계성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 겸 통일문제연구소장·본보 논설위원

한일 양국을 대하는 미국 조야 기류가 심상치 않다. 최근 들어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강력히 촉구하는 우리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미·일 신밀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일본에 더 경도되는 기류가 역력하다. 과거사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말고 일본과 잘 지내라고 한국에 노골적인 압박까지 하는 실정이다. 미국 내 이런 기류는 대중국 견제에 미·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데서 기인하는 바가 크지만 미국 내 친일본 성향 싱크탱크들의 영향력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막강한 재력을 앞세운 사사카와 재단 같은 단체가 미국 내의 유수 싱크탱크들을 적극 지원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 4월 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방문 때 그 위력을 우리는 뼈저리게 느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 미주동창회가 서울대 미주동창회 한국학연구소’(SNUAA-USA Korean Studies Institute)라는 싱크탱크 설립에 나선 것은 의미가 크다. 미국 현지에서 연구를 수행하면서 미국 유수의 싱크탱크

들과 교류하고 이를 통해 한국에 유리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그 설립 취지다.

 

미국 조야에는 일본이 퍼뜨린 식민지 근대화론에 기반한 한국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일본의 재정지원을 받는 연구자가 다수이고, 한국 전문가는 극소수다. 한국 전문가라고 해도 일본 또는 중국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그들의 한국 연구는 미·중 연구에 부차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이 직접 나서야 한다. 한국관련 주요 이슈에 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포럼 개최와 브리핑, 정책리포트 발간 등을 통해 미국의 정책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장차 설립될 미주동창회 한국학연구소가 계획하고 있는 게 바로 이것이다.

 

미주동창회는 올해 1월부터 시작해 5개년 계획으로 연구소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우선 창립 멤버로 미국내 동문 50, 한국거주 동문 50명을 모집 중이다. 기금 모금은 1천만 달러가 목표다. 이런 뜻깊은 일을 미주동창회에만 맡겨놓을 수 없다. 서울대총동창회와 모교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 모교는 다방면의 교수진, 축적된 연구와 자료 지원이 가능하다. 하용출(외교67-71) 워싱턴대 한국학 석좌교수는 국가나 공적자금에 기반한 연구소보다 동창회가 주도한 연구소가 보다 높은 공신력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주동창회 한국학 연구소가 계획된 일정을 앞당겨 출범해 운영될 수 있도록 35만 서울대 전 동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