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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4호 2024년 5월] 뉴스 모교소식

“자하연 능수버들아 안녕” 나무와 작별식 열려

내부 부패해 6월 벌목키로, 가구 제작 등 활용방법 논의 
 
“자하연 능수버들아 안녕” 나무와 작별식 열려
 
내부 부패해 6월 벌목키로 
가구 제작 등 활용방법 논의 


5월 13~14일 관악캠퍼스 자하연 앞에서 벌목을 앞둔 능수버들에 작별을 고하는 행사가 열렸다.


“능수버들아! 그동안 자하연을 지켜줘서 고마워.” “오늘까지 너의 이름도 몰랐지만, 사라진다니 너무 슬프다.” “너의 아름다움을 기억할게.”

50년 가까이 캠퍼스를 지켜온 나무에 작별인사를 고하는 행사가 모교에서 열렸다. 관악캠퍼스 자하연 근처 능수버들 세 그루의 벌목을 앞두고서다. 5월 13~14일 자하연 앞 나무데크에서 열린 ‘굿바이 능수버들’ 행사에 많은 학내 구성원이 참여해 아쉬움을 전했다.     
 
자하연 앞 능수버들은 1975년 관악캠퍼스 조성 초기에 식재됐다. 초봄부터 여름 동안 길게 늘어진 가지에 연둣빛 잎이 돋아나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연못에 운치를 더했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능수버들 내부가 썩어들기 시작했다. 줄기에서 부패한 조직을 긁어내고 메우는 외과수술도 해봤지만 나빠진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나무 내부가 비어 바람에 넘어질 위험이 있으니 접근을 삼가 달라’는 안내문이 나무에 붙기도 했다

결국 모교는 태풍이 오기 전 6월에 능수버들을 벌목하기로 결정했다. 그에 앞서 모교 구성원에게 능수버들이 사라짐을 알리고, 벌목 전 나무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학생지원과의 지원을 받아 총학생회가 행사를 주관했다.  

‘굿바이 능수버들’ 이벤트 부스가 차려진 13일 오후 자하연 앞에서 많은 이들이 지나가다 발걸음을 멈췄다. 작별 메시지를 쓰는 곳에는 ‘좋은 그늘이 되어줘서 감사했다’ ‘오랜 시간 많은 사람에게 마음의 평안을 준 나무’ ‘능수버들아, 학교는 내가 잘 지킬게’ 같은 쪽지가 잔뜩 걸렸다. 설치된 인생네컷 기기를 이용해 능수버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줄도 늘어섰다. 

손을 뻗어 버들가지를 만져 보거나, 나무 아래 ‘후계목’으로 놓아둔 2년생 능수버들을 보며 ‘수십년 후에 보러 와야겠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메시지를 쓰고 나오던 김모(경제 24입)·정모(경제 24입) 재학생은 “계속 봐오던 게 사라진다니까 섭섭하다”며 각각 “아기 묘목이 있길래 새로운 삶을 살길 바란다고 썼다”,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지만 잘 가라고 적었다”고 말했다.  



'굿바이 능수버들' 행사 취지를 알리는 안내문과 능수버들을 배경으로 네컷 사진을 찍는 재학생들.  



이날 행사에서 벌목 예정인 능수버들의 후계목을 보여줬다.



모교는 능수버들을 벨 때 밑둥을 남기고 뿌리에서 움트게 하는 ‘근맹아 갱신’ 등 자연스러운 복원을 시도할 예정이다. 벌목된 나무는 상태를 점검하고 박필선(산림자원90-94) 전 모교 학술림장과 이광근(계산통계83-87) 모교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함께 활용방안을 논의한다. 목공 전문가인 이광근 교수는 과거 관정도서관 신축 때 벌목된 중앙도서관 뒷길 벚나무로 벤치를 제작해 관정관에 설치한 적 있다. 

이광근 교수는 “나무를 추억하는 행사를 연 것은 여러 모로 멋진 모습이고, 우리 캠퍼스의 전통으로 이어질 거라 믿는다. 행사 후에도 누구나 조용히 가서 ‘안녕’ 할 수 있는 여지를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무의 활용에 대해선 “일단 잘라서 속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면서 “나무 상태가 겉모습으로 보기엔 너무 나빠서 영 힘들면 나무를 태워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어떻게 재탄생하는지 계속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