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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호 2021년 1월] 오피니언 동문칼럼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조건

이현구 모교 공대 명예교수·전 과학기술한림원 원장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조건



이현구

화학공학58-62
모교 공대 명예교수·전 과학기술한림원 원장


글로벌설문조사기관 IPSOS에서 2020년 지구의 날(4월 22일)을 맞아 OECD 국가 포함 총 29개국의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귀하의 국가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 3가지는 무엇입니까?”에 대하여 거의 모든 대상국에서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가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기후 문제는 전 세계의 관심사로 부상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기후변화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에 기인하는데 폭염, 폭우, 홍수, 가뭄, 대형 산불, 해수면 상승, 식량 위기, 생태계 파괴로 인한 전염병 발생 등으로 지구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3년간 가장 더웠던 여름, 가장 따뜻했던 겨울, 가장 길었던 장마, 잦은 태풍, 아열대성 기후로 인한 생태계 변화 등 이상기후 현상을 직접 겪었다. 이대로 가면 2050년경 지구는 ‘우리가 거주할 수 없는 별이 된다’는 예측도 있다.

국제사회가 기후위기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2015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1992년 채택) 내 파리협정을 통해 신기후체제가 출범했다. 이 파리협정은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2℃, 더 나아가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모든 당사국에 ‘2050년 장기저탄소 발전전략’을 세워 지난해 말까지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1.5℃ 목표의 과학적 근거는 2018년 인천에서의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총회에서 제시됐으며 이미 EU 국가와 미국, 중국, 일본 등은 발전전략을 제출한 상태인데 대부분 80% 이상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2월 10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어서 15일에는 국무회의에서 의결하여 공식화했다. 2050년까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 제거하여 배출량을 ‘0’으로 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단히 어려운 목표이지만 우리로서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최근에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해 오는 동안 우리나라는 연간 배출량이 계속 늘어, 2018년엔 7억 톤을 넘어 세계 7위를 기록했으며 ‘기후악마’라는 오명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017년을 기준으로 발전과 산업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은 총배출량의 72%에 달하여 기후변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은 제조업 중심으로 구성되어 거기에 연계된 발전 수요와 함께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며 에너지 총 소비는 세계 9위를 점하고 있다. 그만큼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를 성취하는 일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주어진 고통스러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먼저 발전부문에 관해 정부에서는 지난해 12월 28일에 확정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4년까지의 전력공급 계획을 발표했는데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이는 대신 태양광 및 풍력발전과 LNG발전을 대폭 늘린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LNG발전은 석탄보단 적지만 상당량의 온실가스 배출을 피하지 못하며 태양광 및 풍력은 우리나라의 여건에서 그 한계가 너무나 분명하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에 의존하지 않는 계획으로 탄소중립을 성취하기란 지극히 난망한 일이다. 물론 한창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핵융합발전이나 우주태양광발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2050년까지 실용화는 거의 불가능하다.

산업부문 역시 온실가스 배출의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앞으로 전기차와 수소차를 지향하게 되겠지만, 2,000만 대를 넘는 국내 차량이 모두 전기차로 바뀌면 그에 따른 전력 수요는 현재 발전량에 버금가는 규모로 추정된다고 한다. 수소의 대량확보는 궁극적으로 물의 전기분해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에 따른 전기 수요 또한 만만치 않다. 4차산업에서도 날로 증가하는 데이터센터, 자율형 자동차 등 상당한 전력 수요가 예상된다.

제철분야에서는 코크스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환원제철공정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기대된다. 석유화학과 시멘트 산업은 원료 자체가 탄소화합물이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현재의 원료인 납사나 석회석을 대체할 수 있는 혁신소재의 개발이 요구된다. 제철, 석유화학 및 시멘트 산업과 같이 고온 공정에서 요구되는 가열에너지를 전력화한다면 이에 따른 전력 수요 또한 엄청난 부담이 된다. 수송, 건물, 농업 부문에서도 상당히 많은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정부와 기업, 과학기술계가 합심하여 세부정책을 입안하고 소요예산을 확보하여 목표를 달성해 나가야 한다. 동시에 시민단체의 참여와 국민 모두의 관심도 절실하다. 이를 위해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을 높이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개별 방법이 어떻게 탄소증립에 기여하는지 명료하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①에너지 절약 ②대중교통 이용하기 ③쓰레기 줄이기와 폐기물의 철저한 분리배출 ④육류 섭취를 줄이고 해산물이나 식물성 음식물 섭취하기 ⑤공원이나 산에 나무 심기와 실내외에 공기정화식물 비치하기 ⑥담쟁이 넝쿨로 건물 표면 덮기(그린커튼) 등을 가정, 학교, 직장에서 실천하는 일이다. 이외에도 전문적으로 검토하면 상당히 다양한 항목들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을 원년으로 하여 정부와 기업, 과학기술계와 시민단체, 그리고 온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기필코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