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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호 2023년 9월] 뉴스 본회소식

“탄소 중립 녹색성장은 이념이 아니라 과거냐 미래냐의 문제”


관악경제인회 조찬포럼

“탄소 중립 녹색성장은 이념이 아니라 과거냐 미래냐의 문제”


김상협 (외교82-86)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 민간위원장



기후위기, 전 인류의 생존 위협
탄소 저감 앞장서 롤모델 돼야


“SBS 재직 시절 ‘미래한국리포트’ 시리즈 할 때 제일 먼저 다룬 게 고령화 충격이었습니다. 그게 2004년이었죠. 그리 주목받지 못했는데 당시 김근태(경제65-72) 보건복지부 장관이 깜짝 놀라 저를 불렀고, 노무현 대통령과 만나 조직한 게 고령화위원회입니다. 인구 감소라는 엄청난 변화를 고작 보건복지부 산하의 과 수준으로 대응하려 했던 거예요. 지금 보십시오. 합계 출산율 0.778명, 심각한 인구 위기에 직면하지 않았습니까. 기후위기마저 안일하게 대응한다면 인류의 존속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관악경제인회가 9월 7일 더플라자호텔에서 제2회 조찬포럼을 개최했다. 이희범(전자공학67-71) 명예회장, 성기학(무역66-70) 부회장, 김재영(토목82-86) 모교 연구부총장, 조완규(생물48-52) 전 총장 등 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포럼에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기후위기 시대와 그린 빅뱅, First Korea’를 주제로 연단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모교 졸업 후 삼성물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매일경제 신문을 통해 언론계에 입문, ‘세계지식포럼’과 ‘비전코리아, 국민보고서’를 기획했으며 SBS로 자리를 옮겨 워싱턴 주재 특파원, 미래부장 등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실 미래비전비서관과 녹색성장기획관 등을 역임했고,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때 인수위에서 기획위원으로 활동했다. 2020년부터 카이스트 글로벌전략연구소 지속발전센터 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다.

“2012년 그린란드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육지가 수천 미터 두께의 빙하로 덮여 있고 한여름에도 눈이 내리는 빙설 기후 지대죠. 그때만 해도 온통 얼음이라 사방에 깔린 얼음을 깨 위스키에 넣어 마시기도 했어요. 수천 년 된 얼음을 녹여 마시는 기분이 묘했죠. 그때 만났던 덴마크 왕세자가 최근 사진을 한 장 보내주더군요. 눈 위를 달려야 할 개 썰매가 물 위를 달리고 있었죠. 여름엔 눈 대신 비가 내리고 풀이 우거져, 11년 만에 그린란드는 말 그대로 ‘그린랜드’가 됐어요. 이러한 전 지구적 기후변화는 게다가 한 번 임계치를 넘으면 되돌릴 수 없는 티핑 포인트에 임박해 있다고 보는 게 관련 학계의 중론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구를 구하자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를 구하자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라며 기후위기의 심각성 못지않게 이에 대응하는 산업계의 변화를 강조했다. 바이오, 기후, 디지털, 배터리, 전기차, 친환경 조선, 차세대 원전 등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모두 녹색 산업과 다르지 않다고 하면서 “여기 계신 동문 기업인 여러분들도 녹색 산업이 경제 성장의 중심이 되는 ‘그린빅뱅’을 일으켜 나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2년 8월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하 IRA)을 발효시켰습니다. 미국에 판매되는 현대차가 보조금 혜택에서 배제돼 논란이 많았죠. 그러나 이 법의 진정한 취지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다는 점을 놓쳐선 안 돼요. IRA를 통해 탄소 저감에 4000억 달러가 투입된다고 합니다. 실제론 1조 달러가 들어갈 거라는 전망도 일각에선 있고요. 탄소 중립 녹색성장을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분야에선 혜택을 받을 수도 있어요. EU도,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은 2030년까지 150조엔, 미화 약 1조 달러를 녹색 산업으로의 전환 예산으로 투입해 잃어버린 20년을 되찾자는 슬로건도 등장하고 있죠. 녹색성장의 종주국인 우리나라도 분발해야 합니다.”

한국은 통상 군사, 안보, 경제 분야에 중점을 두고 대미 외교를 하지만, 미국은 한국이 기후위기 등 전 지구적 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글로벌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김 위원장은 말했다. 한국·미국·일본 3국의 GDP가 전 세계의 30% 정도 되는데, 이 3국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20%가량 된다며 “한미일이 공조해서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면 전 세계 에너지 문제의 5분의 1은 해결하는 셈”이라고.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탄소 중립 녹색성장 정책의 기본 방향에 대해 소개했다. 지키지 못할 약속보단 하나씩 실천하며 축적해 가는 ‘책임 있는 실천’, 투명하고 체계적인 정책으로 예측 가능성과 계산 가능성을 높이는 ‘질서 있는 전환’, 이념에 치우친 탈원전 병폐를 적극 시정하는 ‘혁신 주도 전진’ 등 세 가지다.

“탄소 중립 녹색성장으로의 전환은 좌와 우, 이념을 논할 게 아닙니다. 차라리 과거냐 미래냐에 더 가까워요. 해외 인사들을 만나면 이런 얘기를 흔히 듣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와 IT 기술력을 가진 나라 아니냐, 글로벌 대전환에 왜 이렇게 소극적이냐, 좀 더 치고 나갈 수 있는 것 아니냐’.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개발도상국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세계에 기여하는 나라를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그렇게 더 커진 영향력으로 산업도 경제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그게 바로 퍼스트 코리아입니다.”

관악경제인회는 이날 참석한 동문 모두에게 김 위원장의 추천도서 ‘브레이킹 바운더리스(Breaking Boundaries)’를 증정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