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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호 2018년 12월] 문화 전시안내

화제의 전시: 모교 박물관 '거두다, 간직하다, 돌아보다' 전

고고학계를 뒤집은 그 쌀알, 모교 박물관에 있습니다

고고학계를 뒤집은 그 쌀알, 모교 박물관에 있습니다

모교 박물관 '거두다, 간직하다, 돌아보다' 전



“그동안의 연구 성과들이 살아 숨쉬고 있네요. 참 기가 막힌 전시입니다.”

지난 11월 27일 열린 모교 박물관 기획특별전 ‘거두다, 간직하다, 돌아보다’ 개막식. 축사를 하던 임효재(고고인류61-65) 전 관장이 감회가 새로운 듯 말했다. 모교 고고인류학과 1회 졸업생으로 한국 고고학의 성장을 함께 한 그는 국내 발굴 유물이 전 세계 고고학계를 뒤집어놓은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전곡리 주먹도끼’와 ‘흔암리 탄화미’가 바로 그것.

이 두 유물을 박물관이 내년 3월 30일까지 여는 ‘거두다, 간직하다, 돌아보다’전에서 볼 수 있다. 발굴, 기증, 구입, 교환 등의 경로로 박물관에 모인 유물들의 내력과 학술적 의미를 되짚어본 전시다. 박물관의 성과를 보여주는 소장품의 정수로만 구성했다.

발굴을 통해 얻은 ‘거두다’ 장의 전시품은 뒷이야기를 함께 알면 더욱 재밌다. 고고인류학과가 신설된 1961년부터 지금까지 모교 박물관이 참여한 발굴조사는 약 150여 건. 까맣게 그을린 쌀알 몇 톨을 보물처럼 모셔놓은 것이 눈에 띈다. 1975년 임효재 당시 모교 교수 조사팀이 몇 가마니나 되는 여주 흔암리 흙을 일일이 뒤져 발견한 청동기시대 탄화미다. 일본에서 나온 쌀의 흔적보다 2~3세기 앞선 시대의 것으로 우리 쌀 문화가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는 일본의 주장을 완전히 잠재웠다.

구석기 시대 주먹도끼 한 쌍은 1970년대 전세계 구석기 연구자를 놀라게 했다. 한때 동아시아 지역엔 양날을 깎아 손에 쥘 수 있는 정교한 주먹도끼가 없었다는 학설이 지배적이었다. 고고학을 전공한 주한미군 그렉 보웬이 한탄강변에서 우연히 이 주먹도끼를 발견하면서 학설이 뒤집혔다. 이어 조사를 의뢰받은 삼불 김원용 모교 교수 팀이 대량의 구석기 유물을 발굴하게 된다. “모교 소장품만큼 최고의 형태가 없어 외부 대여도 하지 않는다”는 임효재 전 관장의 말.

‘간직하다’ 장에선 수장고에 고이 간직해온 유물이 빛을 봤다. 그린란드의 이누이트(에스키모)들이 쓰던 민속품으로 1934년 박물관의 전신인 경성제대 민속참고품실과 그린란드를 지배하던 덴마크 국립박물관이 교환한 유물이다. ‘파카’로 잘 알려진 이누이트족의 겨울 외투, 장난감과 옷 입기 연습용을 겸하는 인형(사진)이 흥미롭다.

기증받거나 구입한 서화와 도자기 등을 간추려 소개한 ‘돌아보다’ 장에서는 유물 구입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양질의 소장품을 갖추려 한 박물관의 노력이 보인다. ‘남지기로회도’ 등 보물과 위창 오세창이 엮은 화첩 ‘근역화휘’, ‘근역서휘’, 지도·산수화·풍속화 특징이 모두 있는 ‘평양도’, 자하 신 위의 후손인 고 신광현(영문80-84) 영어영문학과 교수 가족이 기증한 ‘신위 해서천자문’ 등이 있다.



관람객이 해설을 들으며 '평양도'를 관람하는 모습 



1946년 개관한 모교 박물관은 고고역사·전통미술·민속·자연사를 망라한 8,0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했다. 남동신 관장은 개막식에서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에 우리 컬렉션의 역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서울대가 나아갈 방향이 그려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료입장이며 화요일~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입장 마감 16:30)까지 개관한다. 월요일, 일요일, 법정공휴일과 개교기념일 휴관.

문의: 02-880-9504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