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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호 2018년 3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메달을 떠나 나만의 점프기술 선보였어요”

서명준 평창올림픽 모굴 국가대표


“메달을 떠나 나만의 점프기술 선보였어요”
서명준 평창올림픽 모굴 국가대표




올 겨울 온 국민을 하나되게 했던 평창동계올림픽, 그 감동과 환희의 무대에 모교 출신으론 유일하게 태극마크를 달고 오른 선수가 있다. 서명준(체육교육11입) 모굴 국가대표가 그 주인공. 이번 학기에 4학년으로 복학하는 그를 지난 2월 20일 관악캠퍼스 내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올림픽은 모든 운동선수가 선망하는 꿈의 대회이자 선수로서 도달할 수 있는 최후의 목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자국 선수로서 좀 더 의미 있는 경기를 펼쳐 보이고 싶었어요. 점수는 주변 기대에 못 미쳐 결선에 오르진 못했지만 제가 원하는 점프를 관중들에게 선보였습니다. 후회 없이 올림픽을 즐겼다고 자부해요.”

모굴은 울퉁불퉁한 급경사면을 활강하는 기술과 2회에 걸친 점프의 예술성을 겨루는 프리스타일 스키의 한 종목이다. 1930년대 노르웨이의 스키 선수들이 재미삼아 재주를 부리던 데서 유래됐으며, 1960년대 권위에 도전하고 변혁을 갈망하던 미국의 젊은이들이 기존 스키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박진감과 짜릿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오늘날의 형태로 분화·발전해왔다.

유일한 모교출신 참가 선수
유일하게 스트레이트720 구사

“모굴 코스의 점프대 경사가 약 10년 전부터 점점 더 가팔라졌습니다. 경사가 급해진 만큼 구사할 수 있는 점프 기술의 수가 줄어들었죠. 그 안에서 다시 관중의 호응이 좋은 기술로만 추려지다 보니 선수들이 보여주는 점프가 비슷비슷해졌습니다. 난이도만큼 평가받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저는 이번 올림픽 모굴 경기에서 유일하게 ‘스트레이트720’을 구사한 선수가 됐어요. 지난 3년 동안 갈고 닦은 기술을 깔끔하게 선보인 것으로 만족합니다.”

스트레이트720은 점프 후 횡으로 720도 회전하는 기술이다. 종으로 회전하는 기술에 비해 공중에서 균형을 잡는 것과 착지 후 방향을 잡기가 더 어렵다. 프리스타일 스키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고난도 기술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점수는 외려 박하다. 관중들이 보기엔 종으로 회전하는 기술이 더 화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점프를 고집하는 서 선수의 모습에서 프리스타일 스키에 담긴 도전 정신과 변혁에 대한 갈망을 엿볼 수 있었다.

“평창올림픽은 여러모로 제게 소중한 대회입니다. 제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인 동시에 운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준 대회이기도 해요. 모굴은 비인기종목인 탓에 훈련 환경이나 선수들 여건이 열악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진 해외 전지훈련과 국제대회 참가 등에 필요한 경비를 모두 자비로 충당해야 돼서 경제적 부담이 상당했죠. 마침 국내 최고 명문대학인 모교에 입학했으니 ‘운동 그만하고 공부에 집중할까’ 하는 생각이 들던 때, 2011년 6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면서 스키협회의 예산이 늘고 후원사도 생겨났습니다. 평창올림픽 덕분에 지난 6년간 선수생활에 매진할 수 있었고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배웠어요.”

서 선수는 운동을 통해 ‘선택과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배분하며 그 결과에 따라 목표·시간·노력 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사용법’을 익혔다고. 한 번에 해냈을 때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뜻한 바를 이뤘을 때 더 큰 성취감을 느꼈다고 한다.
“입학 직후부터 선수생활에 집중해온 탓에 사실 제가 서울대인이라고 실감할 만큼 열심히 학교를 다니진 못했어요. 그런데 이번 평창올림픽뿐 아니라 2011년 아시안게임 때도 서울대 재학생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제 역량 이상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여러 선배님들이 우리 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아 훌륭히 수행해온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작게나마 동문님들께 도움 드릴 수 있고 학교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서울대인이 되겠습니다.”

서명준 선수의 친누나인 서정화 선수와 사촌동생 서지원 선수도 모굴 국가대표로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했었다. 대한민국 모굴 국가대표 총 5명 중 3명이 ‘한 집안’에서 배출된 셈이어서 올림픽 개막 초기부터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서 선수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함께 스키를 즐겨 탔던 것이 ‘국가대표 삼남매’가 탄생한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