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463호 2016년 10월] 오피니언 관악춘추

서울대, 창업의 본산으로 거듭나라

채경옥(경영86-90)매일경제신문 주간부국장 본지 논설위원


서울대가 개교 70주년(개학 121주년)을 맞았다.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한 지도 5년째다. 법인화 이후 서울대의 성장은 눈부시다.
지난 9월 영국의 타임스 고등교육(THE)이 발표한 ‘2016-2017년 세계 대학 순위’에서 서울대는 72위로 올라섰다. 지난 해 85위에서 또 13계단이나 뛰어오른 것이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QS의 2016년 세계대학순위에서도 서울대는 35위를 차지했다. 서울대가 QS 평가에서 100위권 안에 첫 진입한 것은 지난 2005년(93위)이었다. THE 평가에서는 2010년 109위, 2011년 124위에 머물렀던 점을 생각하면 불과 10여 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서울대가 세계 30위권 이내, 더 나아가 10위권 이내로 진입하려면 숫자뿐만 아니라 질적 도약이 필수다. THE 평가만 봐도 공학(32위)과 의학(52위)을 제외하고는 생명과학, 자연과학, 경제경영, 인문예술, 사회과학 분야는 여전히 100위권 밖이다.
싱가포르국립대, 중국 베이징대·칭화대, 일본 도쿄대, 홍콩대 등 아시아권 대학들 가운데 서울대보다 상위에 랭크된 대학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도전과제다. 과학 분야 역대 노벨상 수상실적에서 일본은 22개, 한국은 0개라는 초라한 성적 역시 서울대가 남다른 책임감을 느껴야 할 부분이다. 
개교 70년 서울대의 역사는 대한민국 산업화 민주화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대한민국이 세계 7위 무역대국, 12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것은 서울대의 존재 없이 논하기 어렵다. 서울대인들의 피와 희생은 민주화의 역사에도 어김없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저성장 양극화 속에 대통령선거 때마다 ‘서울대 폐지론’이 불거진다. 우리 사회 지도층 전반에 대한 불신과 분노, 실망과 좌절이 ‘서울대’라는 상징으로 집약된 결과다. 서울대인들의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국 사회는 이제 다시 한 번 서울대인들에게 조국의 미래를 묻고 있다. 사교육과 입시경쟁으로 황폐화된 대한민국 교육을 미래지향적으로 환골탈태 시킬 책임이 서울대에 있다. 실의에 빠진 청년들에게 혁신과 도전의 길을 보여줄 적임자도 서울대다.
1930년대 이후 미국 스탠퍼드대 출신이 창업한 기업이 무려 3만9,900개, 이들 기업이 만들어낸 일자리는 540만 개, 이들 기업의 연매출 총액은 2조7,000억 달러(약 3,000조원)에 달한다. 한국 국내총생산(GDP:1조1,600억 달러)의 2배를 상회한다. 개교 80주년이 됐을 때는 서울대가 ‘소득 5만 달러 선진국’ 대한민국의 상징, 창업의 본산으로 거듭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