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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호 2016년 7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기계로 예술창작 주도하는 김윤영 동문

“알고리즘의 무한 가능성으로 새로운 美 창출”


김윤영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기계로 예술창작 주도하는 김윤영 동문
“알고리즘의 무한 가능성으로 새로운 美 창출”
모교 생협과 합작 기념품 선봬
판매 수익금 전액 학교에 기부



“기술이 예술의 도구가 되는 한계를 뛰어넘어 예술을 견인할 수 있는 장르가 변분 미술(Variational Art)입니다. 변분 미술에는 단순한 관람객이 없습니다. 작품 완성의 최종 결정권이 바로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죠.”


김윤영(기계설계77-81)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최적화된 결과물을 찾을 때까지 대상의 형태를 계속 바꿔나가는 ‘위상최적설계기술’에 착안했다. 즉, 일정한 규칙에 따라 달라지는 설계 대상의 이미지에서 시각적 쾌감을 느꼈고, 그것을 디자인에 적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꾀한 것. 수년간의 연구 끝에 김 교수는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자동으로 디자인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변분 미술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화가의 그림에는 나름의 철학이 있습니다.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 출력된 그림이지만 저희 작품도 마찬가지고요. 무질서와 혼돈 속에서도 오롯이 존재하는 균형과 조화를 담고자 했습니다. 다른 점도 물론 있습니다. 화가의 작업이 색에 대한 감각적·감성적 요인으로 이뤄지는 반면 변분 미술은 그러한 감각을 수치화·정량화한 조건값으로 조절하니까요.”


변분 미술이 등장하면서 창의적·창조적 분야라는 인식이 강한 디자인 영역에서도 컴퓨터 알고리즘이 뚜렷한 지위를 차지하게 됐다. 기술이 도구의 역할을 넘어 인간 고유의 창작 과정에 ‘파트너’로서 성장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물리적 차원의 노동뿐 아니라 심미적 차원의 창작 활동까지 기계에 의해 잠식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변분 미술에 있어서도 사람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말한다.



변분 미술을 활용해 패턴이 생성되는 과정 (사진 위)

그 결과 만들어진 서울대 기념품 넥타이(사진 왼쪽)


“컴퓨터 알고리즘은 입력된 이미지를 무한히 다른 이미지로 변형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미지들 중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선택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습니다. 변분 미술은 컴퓨터의 분석력과 인간의 미감이 융합되면서 탄생한 예술 세계입니다. 기계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콜라보레이터의 역할을 하는 것이죠.”


컴퓨터의 능력은 무한한 가능성을 신속정확하게 탐색하는 것이고, 그러한 컴퓨터의 상상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데에서 인간의 상상력이 발현되는 것 같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애초엔 비행기나 자동차를 설계하는 데 쓰였던 공학 기술이 김 교수의 상상력에 의해 디자인에 적용되고 변분 미술의 한 축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변분 미술은 모교 기념품 디자인에 적용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 사업화된다. 모교 생활협동조합과 합작해서 만든 넥타이, 스카프, 손수건 등 5종에 서울대 로고를 기반으로 제작한 디자인이 적용된 것. 학교 로고를 이용해 만든 패턴이지만 이를 직접 드러내지 않고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모든 기념품에는 패턴 형성과정과 변분 미술을 소개하는 카드가 동봉된다. 해당 기념품은 모교 캠퍼스 내 기념품 판매점과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일찍부터 판매 수익금 전액을 모교 발전기금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변분 미술을 활용한 디자인 결과물은 무궁무진합니다. 혼돈과 균형이 융합된 새로운 미의 세계를 보여주기도 하고요. 무한에 가까운 패턴·문양을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만들 수 있는 만큼 섬유제품이나 벽지, 패션잡화, 휴대폰 액세서리 등 다양하게 활용 가능합니다. 많은 동문들이 관심 가져주셔서 그러한 가능성이 활짝 꽃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홈페이지 : leonardopattern.com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