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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호 2016년 3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남극 세종기지 임무 마치고 돌아온 안인영 월동대장

“남극 생활, 여자도 불리할 것 전혀 없어”


안인영 월동대장이 남극에서 빙하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해 보이고 있다.



남극 세종기지 임무 마치고 돌아온 안인영 월동대장

남극 생활 여자도 불리할 것 전혀 없어

여자로서 불리한 것은 전혀 없으니 남극에 가고 싶고, 할 일이 있고 뜻이 있다면 언제든지 가라고 권하겠습니다.”


남극 세종기지 첫 여성 월동대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안인영(간호75-79·해양79-82)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이 지난 연말 1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올해 환갑이니 50대 끝자락에 16명의 대원들을 데리고 혹한의 땅 남극에 다녀온 것이다. 영하 25도의 혹한 속에서 대원들은 생물·자원 채취 등 야외 활동을 해야 한다. 월동대장은 대원들의 안전과 기지 시설의 유지 관리를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이 때문에 40개 남극 월동 기지 가운데 여성이 대장을 맡았던 나라는 미국과 독일 정도였다.


지난 224일 인천 송도 극지연구소에서 만난 안 동문은 환갑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동안(童顔)이었다. 긍정적인 성격 덕분일까. 남극 생활도 힘든 점보다 즐거운 일이 많았다고 했다.


 새끼 해표가 어미 해표의 젖을 먹는 모습 앞에서 안인영 월동대장이 환히 웃고 있다.



인생에 큰 획을 긋는 경험이었어요. 늘 비슷한 사람들, 가령 연구원, 대학 교수들이 주로 만나는 사람들이었는데, 이번에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대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제 자신이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늘 변화하는 아름다운 풍경과 가까이서 펭귄, 해표 등 해양생물의 생태계를 관찰하는 기쁨도 누렸습니다.”


1991년 남극하계연구대 첫 여성 대원으로 뽑힌 후 남극만 13차례 다녀온 베테랑 연구원이지만 장기간 체류하며 대원들을 관리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터. 일터와 사적 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환경에서 실내 활동이 길어지면 심리적인 무기력 현상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가 발전해 전기를 생산하고 물을 얻어야 하는 환경에서 기기의 사소한 고장도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원 17명이 함께 있다 보면 갈등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짐을 나르는 일, 유류탱크를 청소하는 일, 폐기물을 선적하는 일 등은 사소해 보이지만 강추위 속에서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칫 민감해지기 쉽죠. 젊은 대원들의 경우 밤늦도록 인터넷 서핑, 실내 골프 등 개인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매일 아침 정시에 회의를 열고, 식사 시간에는 반드시 참석하도록 했습니다. 잡생각이 들지 않도록 가능하면 야외 활동이나 운동을 독려했고요.”

외부 활동의 일환으로 타 국가 기지, 칠레·아르헨티나 해군과의 교류도 활발히 했다. 각국 대원들과 남극올림픽을 열어 종합우승의 기쁨도 맛봤다. 족구도 가르쳐 주고 보급품 등을 하역할 땐 도움도 받았다. 지난해 4월 칠레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세종기지에 격려 전화를 걸어온 것도 큰 힘이 됐다.

월동연구대는 해양 및 대기관측과 해양생물을 연구한다. 주기적으로 토양과 공기, 해양 생물 등을 채집해 변화 양상을 데이터화한다. 한국은 킹조지 섬에서 가장 적극적인 연구 활동을 하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남극은 기후변화의 바로미터, 지구환경 최후의 보루로 불린다. 전 세계 담수의 7080%를 차지하는 남극 빙산이 녹으면 지구 전체의 온도가 변화한다. 남극의 세종기지도 기후 변화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세종기지 근처의 마리안 소만(小灣)은 빙벽이 지난 60년 동안 1.7km 가량 녹았죠. 1988년 세종기지 설립 이후 약 1km가 사라졌으니 진행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해양생물의 다양성에도 변화가 감지돼 월동하는 동안 크릴새우 사체 무리를 관측하기도 했어요.”

올해가 가기 전 안 동문은 매일 펜과 카메라로 기록한 남극의 모습을 책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그동안 제가 남극에서 했던 연구는 여름에 한정돼 있었어요. 이번 체류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여기에서 관찰한 남극 환경의 변화, 남극 해양 생물들에 대한 기록을 토대로 자연과학 지침서를 내려고 합니다. 책에는 해양생물을 공부하는 후배들을 위한 학문 기틀과 앞으로의 연구 제언을 담을 생각입니다.”


대원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