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기

Magazine

[527호 2022년 2월] 뉴스 모교소식

‘빙하 스스로 녹는 속도 조절’ 세계 최초 발견

지구환경과학부 남성현 교수팀


‘빙하 스스로 녹는 속도 조절’ 세계 최초 발견

지구환경과학부 남성현 교수팀



남극 대륙의 스웨이트 빙하 위치. 사진=모교 남성현 교수 연구팀


남극 빙하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빙붕이 스스로 녹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해수면 상승이 예상보다 늦춰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모교 및 동문 공동 연구진의 성과다.

눈이 쌓여 만들어진 빙하에서 얼음이 해수면을 타고 길게 뻗어나간 부분을 빙붕이라고 한다. 빙붕은 빙하가 바닷물에 녹아내리고, 그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을 늦춰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빙붕이 붕괴되거나 두께가 얇아지는 현상이 관측됐다. 특히 남극대륙 서쪽의 ‘스웨이트 빙하’ 빙붕은 남극해에서 유입된 따뜻한 ‘환남극 심층수’로 인해 빠르게 녹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남성현(해양95-99) 모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논문 제1저자인 윤승태(지구환경과학07-11)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 이원상(지질과학93-97) 극지연구소 박사 등 스웨이트 빙하 국제공동연구팀과 함께 2020년 극지연구소 쇄빙선 아라온호를 타고 스웨이트 빙하 인근 해역을 조사했다. 빙붕이 녹아 생긴 융빙수가 바다에 흘러들어 만드는 반시계 방향의 소용돌이에 주목했다.

융빙수가 따뜻한 환남극 심층수를 더 끌어들여 빙붕 붕괴를 촉진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아래가 볼록한 반시계방향 소용돌이의 모양은 저층의 환남극 심층수 유입을 방해하고 있었다. 또 안쪽으로 차가운 융빙수가 모이면서 따뜻한 해수의 열을 빼앗는 것도 확인했다. 빙붕이 녹은 물이 오히려 빙붕 붕괴 속도를 조절하는 이 현상을 연구진은 ‘자기 방어 기작’이라고 설명했다.

스웨이트 빙하는 지구 해수면 상승의 키를 쥔 ‘운명의 날 빙하’로 불린다. 한반도 전체 면적보다 조금 작은 이 빙하가 모두 녹으면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을 약 65cm 상승시킬 수 있다. 스웨이트 빙하를 시작으로 서남극 빙하가 연쇄 붕괴할 경우 평균 해수면은 최대 5.28m까지 올라가게 된다. 이번 연구 성과는 기후 변화 연구에 의미 있는 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