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5호 2016년 2월] 오피니언 학생기자의 소리
인턴으로 보낸 알찬 겨울방학
방준휘(전기정보공학12입) 학생기자
인턴으로 보낸 알찬 겨울방학
방준휘(전기정보공학12입) 학생기자
이번 겨울 약 한 달 동안 모 기업에서 인턴생활을 경험했다. 아직도 첫 출근, 그때의 쭈뼛쭈뼛했던 양복 차림을 기억한다. 패기에 가득 차 있지만 어리숙함이 물씬 배어나 초짜 티를 감출 수 없었던 그 모습. 어릴 적부터 어렴풋이 가지고 있던 ‘직장인=어른’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공식 때문일까? 이제야 진짜 어른이 된 것만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첫날부터 나의 환상은 좌절됐다. 사회생활의 기본이라는 인사 잘하는 법부터 새로 배워야 했고 학교에서 나름으로 열심히 익혔다고 자신했던 전공 지식마저 실제 업무에는 무력했다. 회사는 나를 신입생으로 되돌려 놓았다. 그들은 난생처음 보는 장비들을 통해 시료를 측정하고 바로잡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나는 장비들을 사용하는 방법부터 하나하나 익혀야 했으며 회사의 양식에 따라 보고서 쓰는 법까지 공부해갔다. 지켜야 할 보안 규정도 엄격했다. 정해진 기간의 절반이 훌쩍 지나서야 그것들을 흉내 내고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일했던 부서는 놀랄 만큼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자신의 시간을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맡은 일들을 최대한 조율하고 있었다. 내가 갖고 있던 회사생활과 인턴에 대한 생각은 영화 ‘인턴’, 드라마 ‘미생’ 두 편이 전부였기에 주인공처럼 사소한 잘못에 구박받고 잡무에 시달리는 회사생활을 상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료들과 계속해서 소통하고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조직문화는 금세 그것들이 군걱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이번 인턴생활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함께하는 것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되고 기쁜 일인지 말이다. 학교에서 무언가를 함께 해볼 기회는 3~4명으로 구성된 팀 프로젝트 정도가 거의 전부다. 그조차 과목에 따라 제한적이다. 거대한 집단, 수많은 사람이 같은 목표를 위해 움직이고 소통하는 모습은 나를 충분히 매료시킬 만했다. 조직 속에서 자기가 맡은 업무를 처리하는 책임감, 그것을 지휘하는 통솔력, 동료들을 믿는 신뢰, 서로를 격려하고 다독이는 동지애는 우리가 연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러주었다.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한 달 남짓한 실습 기간은 긴 시간이 아니다. 사실 부족함 때문에 인턴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저 선배들의 부지런한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 몸짓을 익혀보는 것이 중요했다.
아직도 양복 차림은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번 인턴생활에서 얻은 값진 경험들이 졸업 후 어떤 일을 하면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지, 또 남은 기간 동안 무엇을 준비하고 공부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소중한 잣대가 돼 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