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7호 2024년 8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47번째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80 돼도 연구하고 싶다
박남규 성균관대 석좌교수
47번째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80 돼도 연구하고 싶다
박남규 (화학교육81-88)
성균관대 석좌교수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2012년 세계 처음 개발해
박남규 성균관대 석좌교수가 7월 10일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았다.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은 한국을 대표하는 탁월한 연구성과를 이룬 과학기술인을 발굴하고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지난 2003년 제정했으며 올해로 47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박 교수는 2012년 세계 최초로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해 ‘페로브스카이트의 아버지’라 불린다. 2017년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이후 2023년까지 7년 연속 세계 상위 1% 연구자에 선정됐다. 박남규 동문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최근 자주 발생하는 극한 홍수, 폭염, 가뭄 등 자연재해는 지구온난화 때문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석탄·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얻어왔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층에 누적돼 지구의 표면 온도가 올라가고 있어요. 지구온난화를 막는 게 인류의 안전과 행복에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된 것입니다. 탄소배출 없는 에너지 기술, 석탄·석유와 달리 지속적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절실해졌죠. 태양전지는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 기술입니다.”
현재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는 약 20%의 높은 효율을 보이지만, 고난도의 제조 공정 때문에 값이 비싸 화석연료로 생산된 전기와 경쟁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비교적 만들기 쉬워 재료와 공정에 투자되는 비용을 대폭 절감, 실리콘 태양전지의 약 5분의 1 가격에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1839년 발견된 페로브스카이트는 태양전지가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할 때 필요한 광(光)흡수 물질이다. 가시광선 영역에 포함된 모든 파장의 빛을 흡수할 수 있고 부도체, 반도체, 도체의 성질을 모두 띠는 것은 물론 초전도 현상까지 보이는 특별한 구조의 금속산화물이다.
“2011년 일본의 미야사카 교수 연구팀이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페로브스카이트 감응형 태양전지의 개발을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페로브스카이트가 액체 전해질에 쉽게 녹았을 뿐 아니라 효율이 3.8%에 그쳐 학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죠. 저는 액체 전해질 대신 분자형 홀전도체를 사용해 효율은 두세 배 이상 높으면서도 매우 안정적인 고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어요. 제조 공정을 단순화해 단가도 확 낮췄고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의 판도를 바꿨죠.”
2012년 박 동문의 연구 발표 후 올해 4월 기준 3만8200여 편의 후속 연구가 이어졌다. 12년 동안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은 26%를 넘었고, 실리콘 태양전지와 수직 직렬 연결한 ‘텐덤 태양전지’가 개발됐다. 34%에 육박하는 매우 높은 변환 효율이 보고돼 전 세계 기업, 특히 실리콘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텐덤 태양전지 연구개발과 함께 양산을 고려하고 있다. 장기안정성 기술을 확보해 대량생산될 경우, 화석연료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재해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위협을 피력해 왔어요. 최근 수년간 온 인류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고통을 실감하면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한마음 한뜻을 갖게 됐습니다. 늦었지만 그래도 다행이에요.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배출 없는 태양전지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달라는 의미에서 큰 상을 주신 것 같습니다.”
모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연구자의 길을 택한 박남규 동문. 재학시절 추억도 연구와 관련된 일화를 들려줬다. 박사과정 시절 초전도체 연구를 하면서 다른 연구실의 시약을 빌려 실험한 적 있는데, 호기심과 의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백금(Pt)을 쓴다는 게 파라디움(Pd)을 썼었다고. 기대했던 실험 결과는 아니었지만, 어떻게 됐을까 너무 궁금해 밤잠을 설치고 새벽같이 실험실로 달려갔을 때의 두근거림이 아직도 생생하다.
“과학자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모험가와 같습니다. 세상에 없는 것을 발견했을 때 얻는 성취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커다랗죠. 그래서 학생들에게 가급적 남이 하지 않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라고 조언합니다. 현재 회자 되는 기술이 아니라 10년, 20년 뒤에 나타날 기술에 관심을 가지라고요.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 배워야 할 것이 많아서 오히려 좋다’는 역설적 긍정적 사고와 함께 가시적 결과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의 방법을 찾는 일에 더 몰두했으면 좋겠습니다.”
박 동문은 “70, 80세 넘어서도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 미국처럼 과학자가 정년 없이 연구할 수 있는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이 광·전자 소자로 활용하기 좋은 특성을 띠는 건 알지만, 왜 그런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며 근본적인 원리를 밝혀 새로운 물질을 디자인하고 싶다고. 또한 그는 학문 간 경계가 사라지는 현 추세를 짚으면서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성취를 이룬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려면 학문의 융합과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경태 기자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