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6호 2024년 7월] 뉴스 본회소식
농생대 1년 만에 우승기 탈환…오치민 동문 최강조 우승
제20회 동문 바둑대회
농생대 1년 만에 우승기 탈환…오치민 동문 최강조 우승
제20회 동문 바둑대회
7월 7일 관악캠퍼스 농생대 제3식당에서 열린 제20회 동문 바둑대회에 동문과 재학생 117명이 참가했다. 1958년 입학 동문부터 2024년 입학 신입생까지 세대를 초월해 수담(手談)을 나눴다.
숙적 인문대와 8전 5승
“비결은 고른 전력 유지”
동문·재학생 117명 참가
아빠 손 잡고 온 아이들도
농생대 팀이 1년 만에 우승기를 탈환했다. 본회 바둑대회 단체전 결승에서 또다시 인문대(구 문리대) 팀과 맞붙어 승리를 거머쥔 것. 7월 7일 관악캠퍼스 농생대 제3식당에서 제20회 동문 바둑대회가 열렸다. 농생대 팀과 인문대 팀은 2008·2016년에 이어 2018년부터 올해까지 내리 6번, 통산 8번을 우승을 두고 격돌했다. 두 팀 간 전적은 농생대 팀이 5승, 인문대 팀이 3승. 그러나 우승 횟수로 치면 똑같이 5승씩 나눠 가졌으니 말 그대로 막상막하다.
농생대 팀 주장 이재철(농업토목86-91) 동문은 “팀원들이 10년 이상 함께 바둑을 즐기는 데다 아무리 바빠도 동문 바둑대회 때는 꼭 시간을 내 고르게 전력을 유지한 것이 우승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농생대 팀 선수로 출전한 지성욱(바이오시스템·소재99입) 동문은 대회 당일 새벽 기차를 타고 순천에서 서울로 올라왔었다.
지 동문은 “아들이 어제 순천에서 열린 전국학생바둑대회에 참가했다. 예선에서 떨어졌으면 일찌감치 서울 왔을 텐데 본선에 진출하는 바람에 홀로 상경했다”며 웃었다. 아들이 수년간 동문 바둑대회에 함께 오면서 바둑에 흥미가 생겼다고. 매년 가족들과 오다 혼자 쓸쓸하지 않냐는 기자의 물음엔 “후대를 위한 배려는 당연한 일”이라며 “바둑을 통해 길러지는 집중력과 성취, 좌절의 경험이 학업이나 직업에 큰 도움을 준다. 꼭 프로기사가 아니더라도 아이가 원하면 꾸준히 바둑을 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 대회엔 아빠 손 잡고 대국장을 찾은 어린 자녀들이 눈에 띄었다.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온 이성호(생명과학13-18) 동문은 “오늘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어제 가사와 육아를 도맡았다. 대국 동안 아내가 아이를 잘 보살펴 줄 것”이라고 말했고, 부인 홍지원씨는 “몇 년 전 공기청정기를 경품으로 받아, 들고 오느라 고생을 많이 해 올해는 자차로 온 가족이 함께 왔다. 이번에도 좋은 운이 따라줬으면 한다”며 미소지었다.
유치원생 딸과 함께 온 손영환(전기공학99-04) 동문은 “딸의 외출 준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느라 1시간 넘게 늦었지만, 지인과 어울려 바둑 둘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아 꾸준히 참가한다”며 “대국장에서 아이 또래의 자녀를 키우는 동문을 만날 수 있어 반갑다”고 말했다.
1년 만에 다시 단체전 우승을 거둔 농생대 팀이 이경형 상임부회장(왼쪽 셋째)과 포즈를 취했다.
올해 동문 바둑대회엔 단체전 7개팀 36명, 개인전 81명이 참가했으며 1958년 입학 동문부터 2024년 입학 신입생들까지 세대를 초월한 수담(手談)을 나눴다.
백발의 노신사 앞에 마주 앉아 천진한 표정으로 대국에 임하는 여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바둑부 윤정원(치의학23입) 학생은 “대선배님들과 두는 바둑은 또래들과 즐기는 바둑과는 다른 새로움이 있다. 바둑을 통해 까마득한 나이 차이를 넘어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대회에 임했기 때문일까. 이날 윤정원 학생은 유홍림(정치80-84) 모교 총장이 협찬한 아이패드에 당첨되는 행운까지 누렸다.
모교 바둑부 지도 사범을 맡고 있는 송혜령(대학원21-23) 심판위원은 대국장 이곳저곳을 누비며 선배들과 바둑을 두는 학생들의 모습을 사진 찍었다. 송 심판위원은 “재학생 중 가장 잘 두는 친구는 싱가포르대와의 교류전에 나갔고, 그다음 잘 두는 친구는 군에 입대했다. 아쉬운 전력이지만 즐기는 마음가짐으로 대회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주성(물리천문07-11) 심판위원은 “동문 바둑대회가 졸업 후에도 바둑부 친구들을 만나게 해주는 모임이 되고 있다. 매년 치르지만,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대회에 임한다”며 “더 많은 동문들이 참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등산지팡이를 짚는 등 불편한 거동에도 1회부터 20회 대회까지 한 회도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는 권태일(잠사72-79) 동문은 “예전엔 참가비도 무료였고, 다양한 음료뿐 아니라 과자·초코파이 같은 간식도 풍성했는데, 최근 들어선 믹스커피만 남았다”며 “동문 복지 차원에서 지원을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철 동문도 “300명 가까이 참가했던 옛 바둑대회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게 동창회에서 지원을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섭 회장은 이경형 상임부회장이 대독한 개회사에서 “이세돌 9단은 바둑을 스포츠가 아닌 예술로서 배웠다고 말한 적 있다. 반상 위의 수담은 능히 예술의 경지에 이르기에 승패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라며 “조화와 배려를 중시하는 바둑의 본질처럼 우리 서울대는 늘 이웃과 공존하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협찬한 최고 경품 전자피아노의 행운은 김달수(전자공학79-83) 동문에게 돌아갔다. 본회는 참석 동문 전원에게 보디워시 세트를 선물했다.
신병식 대회 운영위원은 “내년 동문 바둑대회는 단체전 정원을 5명에서 4명으로 줄여 참가팀 수를 늘리는 한편 동률시 개인 승수 합산, 주장전 승패 등으로 순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전 또한 인터넷 바둑 기력으로 접수하고 참가 인원에 따라 조별 편성하는 등 변화를 예고했다.
모교 바둑 동아리에 격려금 50만원을 전달했다.
이번 대회 수상자들의 단체 사진.
10월에 옥스퍼드 유학, AI와 바둑 주제 연구
최강조 우승 인터뷰
오치민 국대원19-22
국제바둑학회 재무이사
이번 대회 최강조 우승은 5개 대국 중 4개 대국만으로 결정됐다. 오치민 동문이 연이어 승리하면서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었기 때문. 대국이 끝난 뒤에도 한참을 복기하며 준우승한 동문과 바둑 얘기를 나눴다. 7살 때 바둑을 시작한 그는 만 14세부터 19세까지 연구생 생활을 했었다.
-우승을 축하한다. 소감 한 말씀.
“2019년에 이어 두 번째 참가다. 오는 10월 옥스퍼드대학으로 박사 유학을 떠나 당분간 참가하지 못하는데 그전에 우승해서 기쁘다.”
-박사 과정 연구 주제는 무엇인지.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있었고, 이제 곧 10년이 된다. AI가 바둑에 끼친 그동안의 영향과 AI가 다양한 계층에 끼친 영향 등을 추적하면서 그 연구 결과물들이 새로운 인공지능엔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연구할 생각이다.”
-입단 좌절됐는데 바둑이 밉진 않나.
“무척 힘들었지만, 그래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입단에 실패하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고, 여러 인연 덕분에 베를린에서 바둑을 가르칠 수 있었다. 바둑 인구가 제법 많아 수입이 일정했고 동시에 영어가 늘어 호주 멜버른대학에 유학했다. 이후 모교 국제대학원에 다니면서 일본 도쿄대에서 공공정책대학 복수학위를 땄다. 해외 바둑계에도 바둑 산업이 있어 바둑 지도나 바둑 도서 번역 일을 많이 했다. 국제바둑학회 재무이사를 맡고 있다.”
-좋아하는 바둑 사자성어는.
“이기려고 들면 이길 수 없다는 뜻의 ‘부득탐승(不得貪勝)’. 마음을 비운 침착한 바둑을 좋아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창호 9단을 좋아한다. 그를 보고 있노라면 존경심마저 든다.”
-동문들에게 한 말씀.
“바둑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계속 늘고 있고, 한국기원 및 대한바둑협회의 지원 덕에 세계 속에 한국 바둑의 위상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런 지원이 더 많아지면 바둑의 세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동문 여러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