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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호 2024년 6월] 문화 신간안내

화제의 책: 겨울바다로 가신 시인 김남조

살뜰히 후배 챙겨주던 김남조 시인을 추억함

화제의 책

살뜰히 후배 챙겨주던 김남조 시인을 추억함

겨울바다로 가신 시인 김남조
김광휘 (국어교육60-64) 방송 작가
해맞이미디어

 
김남조 시인의 추모집 발간 기념행사가 5월 31일 경기 과천시 K&L MUSEUM에서 열렸다. 최종고, 심대평, 유자효, 권성원, 우한용, 서지문, 고은정, 정풍송 씨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김남조(국어교육47-51) 시인이 떠난 지 7개월여가 흐른 지금, 김은전(국어교육50-57) 모교 명예교수, 김광휘(국어교육60-64) 방송 작가, 김봉군(국어교육60-64) 가톨릭대 명예교수 등 그와 함께 했던 시간을 잊지 못한 제자, 후배들이 추억담을 책으로 엮었다. 

추모집 출간을 주관한 김광휘 동문은 책에서 “선생님의 장례에 초라한 제자가 문상을 가 육개장 탕을 얻어먹고 올 자신이 없어, 나와 김은전, 김봉군 교수 같은 후배와 제자들이 상의 끝에 문상을 생략하고 추모집을 내기로 결의했다”고 출간 배경을 밝혔다.      

이들은 “한국전과 4·19를 겪었던 우리 세대들에게 김남조 시인의 따뜻한 시 강의와 시의 축복은 우리 모두의 위안이었으며 우리 전후 세대의 마돈나였다”고 회고한다. 

김광휘 동문은 김남조 시인과 첫 만남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그것은 화사하거나 요란한 아름다움이 아니었다. 말 없음과 조용함과 기품 속에서도 어떤 향기가 솟아 나온다는 것을, 마치 깊은 샘물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려 한 모금 마셨을 때처럼 그런 해갈을 느끼게 하였다. 참으로 묘한 여인의 매력이었으며 시적 감흥이었다.’

이후 시인의 열렬한 추종자가 된 김광휘 동문은 시인의 숙명여대 연구실도 찾아가고, 동기들과 함께 사대 교정에서 수시로 대화를 나누며 시인과 친분을 쌓아간다. 교류는 김남조 시인이 떠날 때까지 60년을 이어간다. 김남조 시인은 김광휘 동문이 ROTC 장교로 복무하던 시절, 위문을 올 정도로 김 동문을 각별히 챙겼다. 그 순간순간의 추억이 책에 빼곡히 담겨있다. 

책에는 1980년대 김남조 시인이 국어교육과동창회장으로 오랫동안 후배들을 살뜰히 챙겼던 이야기도 나온다. 김남조 시인은 “나에게는 모교라고는 서울사대 우리 국문과밖에 없어요. 우리 사대 국문과는 내 친정과 같아요. 나는 우리 후배님들이 오시는 것이 제일 좋더라”며 후배들을 단순 후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친정 동생들을 반기듯이 그렇게 맞아주셨다고 했다. 

김광휘 동문은 김남조 시인이 고생 한 번 하지 않고 천사처럼 사셨던 분이라고 오해했던 적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가 보기에 ‘어느 한 곳 그늘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 시인은 가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지. 계곡이 깊으면 바위산도 높기 마련이야. 이 세상 그 누가 사연 없이 사는 이가 있겠나…너무 속단하지 말게.” 1993년 혜화당에서 펴낸 ‘예술가의 삶’에 김남조 시인의 가정사와 슬픔의 깊이를 고백해 놓은 두 편의 글을 남겼다. 김광휘 동문은 본인처럼 엉뚱한 생각으로 시인을 오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 두 편의 글(‘나의 이력서’와 ‘나의 어머니’)을 책에 그대로 실었다. 그 안에는 김남조 시인이 어렸을 때 형제자매와 주변 친지들을 모두 잃고 어머니와 단둘이 힘들게 살아야 했던 가족사가 나온다. 

그 밖에 책에는 김은전, 김봉군, 우한용, 이승원 평론가들의 글을 통해 김남조 시인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글을 쓰고 동문들의 글을 모은 김광휘 동문은 ‘웃으면 복이 와요’, ‘제3공화국’ 등의 방송 작가로 유명하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