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9호 2023년 12월] 뉴스 모교소식
과학·공학 10가지 도전적 질문 ③ 효소처럼 뛰어난 수소생산 촉매를 만들 수 있을까?
과학·공학 10가지 도전적 질문 ③
효소처럼 뛰어난 수소생산 촉매를 만들 수 있을까?
성영은 (공업화학82-86)
모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현택환 (화학83-87) 모교 석좌교수
모교 국가미래전략원의 ‘과학과 기술의 미래 클러스터’(클러스터장 이정동)에서 최근 ‘그랜드 퀘스트 2024’(포르체)를 펴냈습니다. 이정동 클러스터장은 “도전적 질문(Grand Quest)이 진정한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말합니다. 10개의 도전적 질문을 통해 최신 과학·공학의 이슈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서울대총동창신문에서 10회에 걸쳐 그 내용을 전합니다.-편집자 주
효율적인 촉매가 없이는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대량으로 얻을 수 없다. 지구상에 가장 효율적인 수소생산 촉매는 인체 내의 효소다. 효소가 탁월한 촉매의 역할을 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효소처럼 효율적으로 작용하는 촉매를 만들 수 있을까?
가장 깨끗하다고 평가되는 “21세기의 연료(Fuel of 21st Century)”, 즉, 수소를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수소 생산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의 주요 수소 생산 방법인 증기개질법(Steam Reforming)은 많은 온실가스(CO²)를 방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 할 수 없다. CO²를 전혀 방출하지 않을 수 있는 대안으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식(수전해)이 주목받고 있으며, 그 촉매로는 이리듐과 같은 백금 계열의 귀금속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귀금속은 희소하고 가격이 높다는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귀금속보다 가격이 낮으면서도 수전해로 대량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촉매를 개발해야만 친환경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대안은 생명체 내에 있는 효소다. 생명체는 자체적으로 공유결합을 이용하여 매우 효율적으로 태양의 에너지를 저장하고 생명유지에 필요한 각종 화학반응을 효율적으로 해내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효소가 기막힌 촉매의 역할을 한다. 효소는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어 반응속도를 촉진시킴으로써 상온, 상압에서 분자 간 결합과 해리를 아주 효율적으로 돕는 완벽한 촉매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장 이상적인 촉매인 효소를 모방하면서도 대량의 수소를 값싸게 생산할 수 있도록 세 가지 조건, 즉 활성(activity), 선택성(selectivity), 안정성(stability)을 충족하는 전기화학 촉매를 개발하는 것이 미래에 해결해야 할 난제다.
하지만 효소의 작동원리는 너무 복잡하여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모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효소의 어떤 구조적 특징 때문에 활성화에너지를 낮출 수 있는지를 계산해 보려 해도 계산 자체가 너무 복잡하여 기존의 슈퍼컴퓨터로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효소는 불안정한 상태의 유기물(단백질)이기 때문에 백금과 같은 귀금속 촉매와 달리 효율적인 대량생산에 적합하지 않고(activity의 문제), 유기물 내에 있는 균일 촉매이기에 우리가 원하는 생산물(product)만을 골라내기 어려우며(selectivity의 문제), 장기간 안정적인 촉매로 활용하기 어렵다(stability의 문제).
백금 계열의 촉매로 생산 가능한 수소의 양에 대해서도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이 있기 때문에 백금 계열 소재 촉매의 수소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여전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철이나 니켈 등 비싼 백금과 같은 귀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전이금속 소재 촉매가 백금의 성능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백금 소재 촉매 혹은 백금보다 뛰어난 수전해 성능을 내는 전이금속 소재 촉매일지라도 자연의 효소가 갖는 성능을 결코 뛰어넘을 수 없다. 때문에 우리는 아직 효소 모방 촉매에 대한 꿈을 가지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그 연구결과를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유기물로 이루어진 촉매(homogeneous catalyst)가 아니라 “효소의 원리를 모방한 고체 상태의 촉매(heterogeneous catalyst)”를 개발하는 방향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생물학, 물리학, 화학/화공 간 다학제적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생물학의 관점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효소의 작동원리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물리학이나 컴퓨터공학의 관점에서는 복잡한 계산을 가능케 하는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여 이를 촉매 설계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효소 모방 촉매를 개발한다면 물에서 우리가 원하는 수소만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좋은 촉매로서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궁극적으로 수소는 에너지의 장주기 저장으로서도 매우 유용하기 때문에 전기 발전 비용에서의 경쟁력을 가짐으로써 에너지 산업의 포트폴리오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결국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진정한 의미의 “21세기의 연료”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저자들의 연구실에서 공동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인체 내의 활성산소를 조절하는 SOD(superoxide dismutase) 효소를 모방하는 촉매를 개발하였다. 코발트를 기반으로 하는 효소 모방 촉매로 최고 성능의 친환경 화학물질인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었다 (“Supramolecular tuning of supported metal phthalocyanine catalysts for hydrogen peroxide electrosynthesis,” Nature Catal. 2023, 6, 234; “Atomic-level tuning of Co-N-C catalyst for high-performance electrochemical H2O2 production,” Nature Mater. 2020, 19, 436).
또한 수소를 생산하는 효소(hydrogenase)를 모방하여 구리 이온이 타이타니아 나노입자에 원자 상태로 분포되어 있는 단원자 촉매를 개발하여 광촉매 반응으로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Reversible and cooperative photoactivation of single-atom Cu/TiO2 photocatalysts,” Nature Mater. 2019, 18, 620; “Electronic interaction between transition metal single-atoms and anatase TiO2 boosts CO2 photoreduction with H2O,” Energy Environ. Sci. 2022, 15, 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