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호 2024년 1월] 문화 시
권두시: 새해의 꿈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새해의 꿈
유자효 (불어교육68-75) 한국시인협회장
히말라야, 알프스,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에도
서울, 뉴욕, 파리의 화려한 도심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처참한 전쟁터에도
차별 없이 새해는 왔다.
새해는 버려지는 아기가 없기를,
태어난 다음 날 베이비 박스
자신의 운명을 아는 것처럼
물려주는 고무젖꼭지도 마다하고 밤낮을 울다
어디로 안겨 갔는지
사라지는 아기가 이 땅에 없기를
정관 수술받으면 하루 예비군 훈련을 감해주던
무지한 조국
생명이 귀한 줄을 몰랐으니
생명을 그렇게 천대했으니
이 땅에 용케 태어난 고마운 후손들에 의해
인구 감소라는 벌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새해는 폭격으로 죽어가는 시인이 없기를,
노래하는 카나리아처럼 평화를 염원하는 시를 쓰다가
가족과 함께 폭사한 팔레스타인의 시인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세상에 나타나지 않기를,
새해는 우리가 사는 터전인 지구를 살리는
원년이 되어주기를,
인류의 지혜가 인류를 살리는 일에 모여져
저 무서운 환경 파괴 행위들을 멈추고
부활의 연대가 시작되기를
새해는 말이 평화롭기를
폭력이 사라지기를,
남이 변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먼저 변하는 나의 해가 되어주기를
그리하여 꿈을 이루는 세상이 되어주기를,
한반도 남부에 가득한 빛이
한반도 북부의 어둠까지 밝혀주기를
아, 끝없는 우주.
새해는 우주의 시간을 살아가는 눈을 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