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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호 2021년 11월] 뉴스 모교소식

유튜브·인스타로도 보세요, 코로나 시대 ‘슬기로운 예술주간’

서울대 예술주간 2021
 
유튜브·인스타로도 보세요
코로나 시대 ‘슬기로운 예술주간’
 
서울대 예술주간 2021

 
관정관·자하연 등 곳곳에서
회화·설치전시회 27건 열려
 
문화관 중강당선 학생 공연
19개 팀, 춤·노래·연주 뽐내
온라인 시낭송·연주회 병행



10월 19일 관악캠퍼스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악밴드 ‘이날치’의 특별공연 모습. 예술주간에 앞서 개최된 이날 특별공연엔 오세정 총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교수들이 학생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등 성황을 이뤘다. 사진=모교 기획처 소통팀
 
 
모교 구성원이 가진 풍부한 예술적 역량을 함께 즐기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서울대학교 예술주간’이 10월 25일부터 같은 달 29일까지 닷새간 개최됐다.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은 예술주간은 보통 9월 하순에 열리는데, 이번엔 모교의 대면 수업 전환에 발맞춰 10월 하순으로 일정을 늦췄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온라인으로 진행됐던 작년에 비해 오프라인 전시, 공연도 크게 늘었다. 관악과 연건캠퍼스 곳곳에 그림을 비롯한 시각 예술품이 전시됐으며, 문화관 중강당에선 춤·노래·연주·뮤지컬·어쿠스틱 합주 등 다채로운 공연이 하루 3건 이상 펼쳐졌다. 모교의 코로나19 대응이 사뭇 달라졌음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개막식에 참석한 여정성(가정관리79-83) 교육부총장은 “예술주간을 통해 더 많은 학생들이 함께 캠퍼스의 가을을 만끽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면서 “코로나 와중에도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고 마음먹고 힘을 합쳐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대면 수업 확대에 따른 학생들의 안전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됐다고 자평하면서 “갑작스럽지만 비대면 수업을 경험함으로써 대면과 비대면 양쪽을 활용해 효과적인 교육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폭넓은 선택지가 주어졌다”며 길을 모색해보자 말했다.

때마침 올해 예술주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프로그램이 병행 개최됐다. 온라인 프로그램은 사전에 제작한 영상을 서울대 예술주간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최초 공개하는 형식이다. 맨 처음 공개된 ‘음악x영상 프로젝트’는 윤동주의 시에 바순·피아노·바이올린 연주를, 고 강석희(작곡55-60) 모교 음대 교수의 음악에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을 덧입혀 눈길을 끌었다.

‘아시아 뮤직 콘서트’에선 재학생이 창작한 국악을 직접 연주할 뿐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이 작곡한 국악을 한국인 학생들이 연주한다. 터키 출신 탐 제브뎃(국악14-18) 동문의 ‘HOPE’와 하와이대 라이언 블라우벨트 씨의 ‘DESCENT’가 그것. 하와이대는 국악기를 활용한 작곡 활동이 왕성한 데다 모교 국악과와 긴밀한 교류를 이어오고 있어 이번 예술주간에 참여하게 됐다. 국악과에서 태국 왕립음악원 PGVIM 및 호주 시드니음악원과 공동 창작한 ‘COLLECTIVE RESONANCE’도 눈에 띈다. 그밖에 △시낭송 음악회 낙엽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행내운과 소토 보체 △SNU 실내악 음악회 △현대음악 워크숍 △음악이 흐르는 도서관 △연건캠퍼스 연주회 △Cine Music Festival Concert △Borderless Concert 등 10개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다.




예술주간에 앞서 10월 19일 국악밴드 ‘이날치’가 특별공연을 열어 오프라인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렸다. 음대 주관의 10월 화요음악회와 연계, 문화관 대강당에서 펼쳐진 이날 특별공연은 오세정(물리71-75) 총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교수들이 학생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등 성황을 이뤘다. 

오프라인 공연은 이날치의 특별공연을 제외하면 모두 문화관 중강당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 이전엔 예술복합연구동 오디토리움에서 개막식 공연을, 문화관 앞 야외무대에서 학생 공연을 개최했으나 예술주간 당시 방역지침 4단계가 지속됐던 까닭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 공연 장소를 한 곳으로 제한한 것이다. 중강당엔 바이러스 확산 방지의 일환으로 대기질측정장치를 연결해 놓기도 했다. 공연 관람을 위해선 △사전문진표 작성 △체온 확인 △마스크 착용 △한자리 띄어 앉기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 △72시간 내 PCR 음성 확인 △당일 교내 신속분자 진단검사 음성 확인 중 한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예술주간 준비를 담당한 학생지원과 전성규 주무관은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는 행사가 돼야 하기에 학생 공연을 활발히 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며 “(중강당이) 크지 않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규모에 상관없이 열심히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내온 많은 학생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화관 중강당 공연은 10월 25일 모교 음대 2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피네 앙상블’의 노래와 연주로 시작해 같은 날 저녁 개막공연 ‘Morpho Luna 달의 저편’, 26일 판소리 동아리 ‘추임새’의 퓨전 국악, 27일 서울대 응원단의 응원 안무, 28일 단과대 풍물패 연합 ‘단풍연’의 풍물놀이 등을 거쳐 29일 서양음악과 국악을 크로스오버한 ‘오롯’의 연주로 마무리됐다. 총 19개 팀이 닷새 동안 음악과 춤의 향연을 이어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혜롭게 축제를 즐기는 한 방법이 됐다.





캠퍼스 곳곳에 전시된 작품을 찾아 감상하는 일은 보물찾기 게임 같았다. 시끌벅적 떠들썩한 느낌보단 고요하게 일상에 스미는 듯한 인상을 줬던 것. 관정관 3층 휴게공간에 배치된 디자인학부 21학번 구승연·유서연 씨의 ‘허황된 고급스러움’은 그 주변을 몇 번이고 두리번거리다 발견한 작품이었다. 대리석을 가장한 플라스틱 테이블과 화려한 색으로 꾸민 간이 의자가 원래 있던 휴게실 소파와 테이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기 때문. 일가를 이루기 전 학생들의 작품이어서였을까. 어엿한 부스를 갖추고 전시된 작품보단 다소곳이, 조금은 수줍게 자리 잡아,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문득 눈에 들어오거나 그냥 지나쳐 갈 것 같은 작품들이 많았다. 

학내 곳곳에 전시된 작품을 찾아 감상하는 일은 캠퍼스의 가을을 만끽하는 일이기도 했다. 단풍에 곱게 물든 10월의 교정은 예술주간 ‘제2의 전시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미술전시인 만큼 미대 강의동과 그 주변에 전시된 작품이 가장 많았다. ‘발화’, ‘Move’, ‘새들의 여행’ 등 회화 작품과 ‘시간#3’, ‘두 여자’, ‘이끼 리듬’ 등 설치 작품을 합쳐 10건의 전시가 미대 49·50·51동에 집중됐다. 관정관 및 중앙도서관 쪽에 6건, 자하연 주변으로 4건, 농생대 200동 로비에 2건, 생활대 222동 1층에 1건의 전시가 진행됐다. 

미대 50동 2층에 ‘숨, 사랑 숨’을 전시한 동양화과 19학번 조하늘 씨는 “미대에선 학기마다 과제전을 열어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1년 반 동안 못 하다가 이번 예술주간을 통해 오랜만에 작품을 걸 수 있게 됐다”며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미대 재학생이나 교직원이 아니면 자유롭게 강의동을 출입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코로나 방역과 전시회 관람을 병행하기 위한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작품에 표현한 것처럼 마스크 없이 편히 숨 쉬며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예술주간 동안 자하연 인근에 설치작품을 전시한 재학생 이호정씨


자하연 인근 신양학술정보관 앞에서 만난 디자인학부 18학번 이호정 씨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설치 작품 ‘원’을 전시해 두고 있었다. 돈·사랑·우정·학문적 성취 등 여러 소원 중에서 자신이 이미 이룬 것과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을 하나씩 고르면, 다른 관객의 선택과 반응해 돌멩이와 돌멩이로 뭉쳐져 모니터 화면 아래부터 차곡차곡 쌓인다. 이는 기도를 올리며 하나씩 하나씩 돌을 쌓는 옛 풍속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렇게 쌓아 올려진 돌들은 본래 무생물임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치거나 무너뜨려선 안 되는 생명체처럼 다가온다. 염원과 염원이 관계 맺고 쌓이면서 생명력을 갖게 되는 과정을 작품에 담고 싶었다고.

전시회를 찾은 미학과 20학번 신다솜 씨는 “학교에서 좋은 미술작품을 많이 감상하게 돼 뿌듯하다”며 “지난해 예술주간 때 시낭송회에 참여한 것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서 올해는 또 어떤 분들이 시 낭송을 할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모교는 11월 2일부터 5일까지 가을축제 ‘관악의 밤’을 개최해 활기를 이어갔다. 코로나 방역체계의 전환과 함께 시작된 축제는 학생들의 춤과 노래를 비롯해 미니게임, 단체게임, 토크쇼 등 다양한 행사로 펼쳐졌다. 축제 굿즈를 자체 제작해 판매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서울대학교 축제하는 사람들’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예술주간 학교를 찾은 조하늘, 신다솜 씨.
 
 
나경태 기자

▷유튜브에서 '서울대 슬기로운 예술주간' 보기: https://www.youtube.com/c/SNUARTSPACE서울대학교예술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