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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호 2021년 3월] 문화 맛집을 찾아서

이번 주말 외식은 청와대 셰프가 만든 홍어 스테이크 어때요?

동창회 제휴 식당: 한상훈 셰프 카페 모리나리


이번 주말 외식은 청와대 셰프가 만든 홍어 스테이크 어때요?

동창회 제휴 식당: 한상훈 셰프 카페 모리나리




서울타워 보이는 남산터널 입구
“와인 가져오세요, 콜차지 없어요”


서울타워가 올려다보이는 남산 3호 터널 입구. 모던함과 고풍스러움이 동시에 묻어나는 레스토랑이 있다. 1층은 카페, 2층은 다이닝, 3층은 단체 손님을 대상으로 한 행사장으로 쓰여 건물 전체가 미식의 장으로 활용되는 이곳은 청와대 양식 조리장 출신 한상훈 셰프가 2018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식당이다.

본래는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카페 모리나리’를 총판하는 신양엔터프라이즈가 사옥을 겸해 레스토랑과 커피숍을 운영했던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건물 곳곳에 ‘CAFFE Molinari’란 간판이 눈에 띈다. 한 셰프는 건물주가 수시로 주방장을 바꿔가며 운영하던 이곳에 고유의 개성을 불어넣었다. 먹어도 뭔가 허전한 정통 양식에 잘 먹었다는 느낌을 주는, 푸짐하고 맛있으면서도 가격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 메뉴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시그니처 메뉴는 ‘홍어 스테이크’. 한 셰프가 청와대 셰프 시절 개발한 음식으로, 톡 쏘는 홍어의 맛을 기호에 따라 조절해 누구나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삭힌 홍어에 올리브오일과 각종 향신료를 넣은 후 익힌 마늘, 방울토마토를 얹어 아삭한 식감을 더했다.

식당이 위치한 지명을 딴 ‘남촌 피자’, 남산 돈가스에 대응하여 ‘남산 피자’도 개발했다. 남산 피자는 토마토소스에 구운 채소와 루꼴라를 산처럼 쌓아 올려 만든 피자다. 식당 근처에 이름난 돈가스집이 많은데 남산을 대표하는 피자도 있었으면 하는 한 셰프의 바람이 담겨 있다. 출근하면 제일 먼저 화덕의 온도를 맞추고, 피자만큼은 늘 직접 요리한다고. “구워진 피자를 들어 올렸을 때 아래로 처지면 설익은 것”이라며 피자 감별법에 대해 귀띔하기도 했다.

남산·남촌 피자는 한상훈 셰프만의 비건(채식) 메뉴이기도 하다. 명동 인근에 자리한 만큼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외국인 손님의 발길이 잦았고, 이들 중엔 비건, 베지테리언이 많아 메뉴에서 이것저것 빼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이에 한 셰프는 아예 비건 메뉴를 개발한 것. 동물성 식재료인 치즈가 빠져 기름기가 없고 배부르게 먹어도 속이 편안하다. 한상훈 셰프를 찾는 손님 중 30%가 비건 고객일 정도로 입소문을 탔다.








시그니처 메뉴 홍어스테이크(위 사진), 알리오올리오 파스타(아래).



그 외 8종의 피자 메뉴와 12종의 파스타·리조또, 7종의 애피타이저를 맛볼 수 있다. 양식의 화룡점정은 뭐니뭐니 해도 스테이크. 한상훈 셰프에선 3만8,000원짜리 홍어 스테이크를 비롯해 꽃등심 스테이크 4만5,000원, 안심 스테이크 4만8,000원, 찹 스테이크를 5만3,000원에 즐길 수 있다. 어차피 먹을 거 세트 메뉴로 시키는 게 저렴한 건 당연지사.

디너 세트 메뉴엔 안티파스토 샐러드와 커피 또는 차가 기본 제공되며 꽃등심 스테이크 2인분이 추가되는 A세트가 12만4,000원으로 가장 싸다. 14만5,000원짜리 B세트는 꽃등심과 안심 스테이크 중 2인분을 선택할 수 있으며, 홍어 스테이크 1인분과 각종 스테이크 1인분을 고를 수 있는 C세트는 13만8,000원이다. 네 명이서 먹기에도 부족하지 않은 D세트는 찹 스테이크와 홍어 스테이크를 1인분씩 깔고 피자를 하나 추가할 수 있다. 값은 18만2,000원. A세트를 제외한 B·C·D세트엔 해산물 토마토도 기본 제공된다.





통창으로 햇살이 들어오는 한상훈 셰프 2층 내부 모습


2월 23일 식당에서 만난 한상훈 셰프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을 숨기지 않았다. 매장 운영보단 가공식품업체와 제휴하여 판매하는 갈비탕, LA갈비 등 즉석식품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고. 단골손님인 구 영(치의학80-86) 모교 치과병원장과의 인연이 서울대 동문들에게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구 영 원장님은 지금도 가끔 찾아주세요. 코로나 사태 전엔 저희 가게에서 회식 모임도 자주 하셨죠. 동문 우대증을 들고 오시는 서울대 동문들도 심심치 않게 계시고요. 덕분에 힘든 시간을 버티는 작은 힘을 얻고 있습니다. 단체석을 가득 메운 서울대 동문 손님들의 왁자한 웃음소리, 흥겨운 건배 소리가 지금도 귀에 선하네요. 귀한 걸음 해주시면 최고의 맛과 서비스로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서울대 동문이면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총 100석 규모로 주차는 7대까지 가능. 콜차지 무료. 프라이빗룸 9개 보유. 라스트오더 20시 20분. 매주 일요일 휴무.

서울 중구 소공로 29
02-771-1808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