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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호 2020년 10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서울대 가족: 영등포 CM병원 대표 이윤경 동문 가족

아들 이상훈 동문 3대 병원장, 부부·딸·사위·손녀까지 서울대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 잘 먹고 잘 자게 해줬을 뿐”

서울 영등포 CM병원 대표 이윤경 동문


아들 이상훈 동문 3대 병원장
부부·딸·사위·손녀까지 서울대



CM병원 대표 이윤경 동문 가족. 큰딸과 막내아들, 사위 두 명이 모교를 졸업했고, 둘째손녀가 모교 대학원 기록학과에 재학 중이다. 왼쪽 첫째 작은 사위, 둘째 작은딸, 여섯째 이도영 CM병원 이사장, 일곱째 뒤 이상훈 병원장, 여덟째 이 대표, 아홉째 둘째손녀, 열째 큰딸, 오른쪽 끝 맏사위.


이윤경(간호65-69) CM병원 대표는 졸업하고 51년이 흘렀지만, 모교의 개교기념일을 기억한다. 서울대인의 자부심에 더해 남편 이도영(의학63-69) CM병원 이사장과 첫 데이트를 했던 날이기 때문. 1965년 연건캠퍼스 연극반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1969년 나란히 모교를 졸업했고, 그해 부부의 연을 맺었다. 국내 일반외과 의사 1세대인 고 이범순 박사, 관절·척추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이도영 이사장에 이어 막내아들 이상훈(의학95-99) 동문이 3대째 병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 동문 가족이 힘을 합쳐 병원을 이끌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지난 10월 8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CM병원 회의실에서 이윤경 동문을 만났다.

“슬하에 2녀 1남을 두었습니다. 모교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큰딸이 국제회의 한영통역사로, 이화여대에서 관현악을 전공한 둘째 딸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에요. 사위 둘은 모두 서울대 동문이죠. 큰 사위가 지리학과를 나와 인하대 교수로, 둘째 사위가 의학을 전공하고 건국대병원 기획실장으로 있습니다. 둘째손녀는 모교 대학원 기록학과에 재학 중이고요. 우리 가족은 만나면 대화가 끊이지 않습니다. 전공 분야뿐 아니라 역사 종교 음악 미술 등 다방면의 책을 많이 읽어서 서로의 지식을 나누는 게 취미죠.”

격의 없는 대화와 소통은 이 동문이 꼽는 자녀교육 비결 중 하나. 공부하라는 잔소리는 일절 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까진 충분히 놀리되 책과 음악, 자연을 가까이 두게 했다. 피아노와 관현악을 전공한 두 딸과 마찬가지로 막내아들 이상훈 동문도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다. 한국청소년연맹 ‘아람단’에 가입시켜 며칠씩 시골에 머물면서 산과 들을 거닐게 했고 밤하늘의 별도 보게 했다. 이 동문은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라며 자신은 “제때 밥 잘해주고, 집에 와서 편하게 잘 자도록 해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리 보낸 질문지를 통해 부모님이 다 서울대 출신이어서 대학입시가 무척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고 묻자 이상훈 동문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공부를 못했고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워낙 어렸을 때부터 ‘서울의대’란 단어가 익숙했어요. 주위 어른들이 당연히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들어갈 거라 생각하셨고, 저 또한 그렇게 믿었죠. 요즘 말로 ‘근자감’ 즉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어요. 집에서 의사가 되라고 압박을 줬다면 오히려 반발심이 들었을지도 모르는데,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런 말씀을 안 하셨습니다. 입시 부담은 전혀 없었어요. 중2 때부터 공부를 시작했고, 성적이 급상승해 고등학교 때부턴 전국에서 100등 권 안팎에 들었습니다.”

이상훈 동문은 국내 최초로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 스포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스포츠의학 전문가다. 뉴욕 양키스 선수들을 전담 진료하는 콜롬비아대학병원에서 임상강사를 지낸 것이 계기가 됐다. 스포츠의학은 일반 의학과는 달리 증상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선수에게 제 기량을 되찾게 해주는 것이 핵심. 2009년 귀국 후 이 동문은 부상 때문에 은퇴를 고려 중인 프로 여자배구 선수를 치료해 성공적으로 복귀시켰고, 입소문을 타고 다른 선수들이 찾아오면서 국가대표 배구팀 팀닥터를 맡게 됐다. 매년 200여 명의 선수를 치료한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의사라는 점에서 남편과 아들은 똑 닮았습니다. 이도영 이사장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전공 서적에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하죠. 1977년 국내 처음으로 컴퓨터단층촬영법(CT)를 도입해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상훈 병원장이 한국에선 초창기였던 스포츠의학을 도입해 발전시키고 있는 것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이죠. 최신 진단기기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환자와 대면하는 진료 스타일까지 닮았어요.”

1만 건이 넘는 정형외과 수술을 집도해왔지만, 이도영 동문은 수술을 앞둔 상황에선 항상 다시 공부한다. 같은 질환이라도 환자 맞춤형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2대 병원장 재임 시절 당시 충무병원을 물려받아 종합병원으로 승격시킨 이 이사장은 케이블TV에 36회 출연해 가장 흔한 정형외과 질환에 대해 강의했고, 이를 알기 쉽게 재편집해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병원의 존재 이유는 환자의 치료에 있다는 신념 하에 반세기 동안 의사 외길을 걸어온 이도영 동문. 병원의 기업화를 경계하면서 환자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그는 동료와 후배 의사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이윤경 동문은 주저 없이 그를 “존경한다”고 말한다.

“가족은 생활 공동체예요. 자녀는 부모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며 자랍니다. 그러니 부모의 생활 태도는 자녀 앞날의 이정표가 되죠. 남편은 좋은 의사인 동시에 좋은 아버지였습니다. 아들, 딸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인생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모르게 깨닫게 해줬어요. 시부모님 살아생전엔 얼굴 한번 붉혀본 적이 없는 효자였고요. 그런 모습을 아이들이 보고 배운 것 같아요.”

이윤경 동문은 병원 대표로서 남편과 아들을 든든히 뒷바라지하고 있다. 2007년 모교 간호대동창회장에 취임해 간호대학 설립 100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고, 올해 3월부턴 본회 상임부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나경태 기자


*서울대 동문 가족의 참여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