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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호 2020년 5월] 뉴스 본회소식

모교와 동창회에 바란다: 묵묵히 일하는 동문 찾기 어떨까 외

이용근, 고영기, 장성윤 동문

모교와 동창회에 바란다

‘총동창회와 모교에 바란다’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동창회 또는 모교에 바라는 점을 200자 원고지 6매 분량(글씨 크기 10pt 기준 A4 1장 내)으로 적어 성함, 학과, 학번, 연락처와 함께 보내주십시오. 마감은 매월 5일이며, 이메일(news@snua.or.kr), 우편 또는 팩스(02-886-2218)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원고가 채택되신 동문께는 소정의 기념품을 보내드립니다. 주소 :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1 서울대연구공원 416호 (우: 08826)


신입생 선발이 가르침의 시작


이용근
섬유공학69-73
전 파주문화원장


작년에 동창회로부터 입학 50주년 기념 금장 배지를 받고 잠시 회상에 젖었다. 서울대는 고교 3년간의 꿈이요 긍지였고 보이지 않는, 그러나 확실한 내 평생의 휘장(徽章)이었다.

모교가 내 성공의 디딤돌이 돼줄 것으로 믿었고 사실이 그랬다. 물론 열심히 살았고, 충분히 자랑스러웠다. 살면서 ‘서울대 출신 아닌 것 같다’라는 말이 차라리 편하게 들릴 때도 있었지만, ‘역시 서울대야!’라는 말이 더 듣기 좋았다.

‘경쟁력’은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성과나 아이디어를 내서 모두의 인정을 받는 일이다. 어디든 늘 서울대 출신이 중심에 있다. 주변의 기대가 쌓이고, 인간관계와 도덕성에 문제가 없는 한 성공은 보장된 것이었다.

지도자의 경우는 좀 달라서 직관적 평가를 받는다. 사람 됨됨이는 그의 ‘태도’, 즉 말과 표정, 그리고 행동에서 거의 전부 드러난다. 심지 굳고 겸손하며 의협심도 있어 믿음직스럽다는 등 내면보다 외양적 느낌으로 선택받는 편이다.

‘대학만 나왔지, 뭘 알아?’ 어르신께 자주 듣던 말씀이다. 지식 못지않게 뿌리와 인성이 중요하다면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가? 현실정치, 실물경제, 그리고 가정의례는 상식이라고 제쳐놓지 말고 시대에 맞게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실패’를 이기는 지혜도 가르쳐야 한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실패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얻은 성공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넘어지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안전하게 넘어질 줄 아는 자만이 험한 알프스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신입생 선발이 가르침의 시작이다. 실력이 현저히 부족한(예,-3б*시그마 이하) 자는 탈락시켜야 한다. 정원미달이라고 45점짜리를 합격시키면 요행을 바라는 사심(邪心)을 인정하는 것이니, 사회를 병들게 하고 역사에 오점을 남길 수 있다.

자유당 시절 대통령 아들의 입학 허가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던 모교의 명예와 자존이 서울대 폐지론을 다시 듣는 일 없이 영원히 지켜지기 바란다.


재교육과 평생교육의 장이 돼 주길


고영기
체육교육72-78
효와 행복연구소장


인간은 누구나 늙어가며 이 늙어가는 길은 누구나 처음 가는 길이다. 황혼의 멋진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3가지 테크인 재테크, 건강테크, 친구테크를 잘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세 개는 서로 분리될 수 없이 밀접한 상호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삶이 대단하고 인생이 길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특히 은퇴 후 인생은 더 빠르다. 보통 1막은 오르막길이고 2막은 내리막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100세 인생인 장수시대를 맞아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고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휘하여 남은 인생을 멋지게 보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재교육과 평생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다음 두 가지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65세 이상 졸업생 위한 월례강좌

1) 한 달에 한 번 특정 요일을 정하여(예; 마지막 목요일) 10시 30분에서 12시까지 명사초청 특강을 한다. 강사는 모교 교수나 사회 저명인사를 초청한다.
2) 특강 후 강좌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점심을 함께 하며 정보교환을 가진다.
3) 쉬는 달 없이 열두 달 계속 운영하고 전반기에는(예; 5월) 버스를 대절하여 야외로 문화유적탐방 시간을 가진다. 후반기에는(예; 10월) 동문이 운영하는 회사나 산업현장 탐방을 한다. 이러한 기회를 통하여 교우 간 대화와 친교의 시간을 가진다.
4) 월례강좌 운영진은 졸업생중 과거 교육계나 산업계에 종사한 동문 중 리더십이 있는 사람을 선발한다.
5) 월례강좌 운영비는 65세 이상이므로 가능하면 모교나 동창회에서 지원한다. 특히 식사비는 학교나 동창회에서 지원을 하여 강좌 참여 소속감을 높이도록 한다. 단 처음 월례강좌 입회시 소속감을 가지도록 소정의 참가비는 받는다.

직장 떠난 졸업생 위한 아카데미

1) 64세 미만으로 아직도 재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이들을 위한 아카데미 운영을 한다.
2) 전반기에 1주에 한 번 강의로 10강으로 두 달여 진행한다.(예; 4~6월) 한 번의 강의시간은 오후 3시~4시 30분, 4시 30분~6시까지 2강으로 구성된다. 강사는 모교 교수나 외부강사로 한다. 과목은 재테크, 건강테크, 친구테크, 인문학, 예술, 국제정치, 경제, AI 등 교육생들에게 필요한 과목으로 선정한다. 6시 강의 이후 가능하면 수업 참가자들이 저녁을 함께하며 충분한 대화와 정보교류 시간을 갖도록 한다.
3) 후반기도 1주에 한 번 강의로 10강으로 2달여 진행한다.(예; 10~11월) 기타 사항은 전반기와 같다.
4) 전반기나 후반기 강의 중 하루는 문화탐방이나 산업시찰을 한다. 이를 통해 교육생 간 대화와 친교시간을 갖도록 한다.
5) 최소한의 교육비를 받고 모자란 부분은 모교나 동창회에서 지원한다.
6) 두 달여 진행되니 개인별 조사를 해 취미클럽을 운영토록 한다.(예; 등산클럽, 영화클럽, 연극클럽, 바둑클럽 등)
7) 총운영은 동창회에서 주관하나 실무적 사항은 교육 참가생 중에서 임원진을 구성하여 운영토록 한다.
강의 장소와 식사 장소가 제일 중요하다. 총동창회관이나 모교에서 개최하는 게 좋으나 교통편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졸업생으로 서울대인의 긍지를 높일수 있고, 타 학교에 선도학교로서 모범을 보일 수 있다. 추후 학교에 대한 애교심과 기부정신을 함양하여 모교에 기부를 하도록 유도한다.



묵묵히 일하는 동문 찾기 어떨까


장성윤
법학87-91
교육부 공무원


총동창회 신문을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이미 세상에 알려진 유명한 분들의 동정이 더 자세하게 나오고 있더군요. 그 분들은 동문 중에서 상위 10~20% 내에 들어가는 분들일 것입니다. 그런 뉴스를 보면 평균의 동문 또는 그 가족, 지인들은 비교를 할 것입니다. ‘서울대 나와서 저렇게 잘나가는데 당신은?’

실제로 평소 저의 일상에서도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한편, 같은 서울대 동문이라 하더라도 동문 기준(사회적, 경제적) 하위 10~20%에 들어가는 동문들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이분들은 이미 잊혔거나, 숨어지내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총동창회 또는 서울대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이분들입니다. 왜 같이 서울대학교에 들어와서 졸업 후 인생행로가 그렇게 달라졌는지? 재학 중 서울대 교육이 어떠했는지? 또는 그 교육을 받아들이는 수용의 태도가 어떠했는지? 그분들의 삶의 궤적에서 서울대 경험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이런 질문은 당장 2020학번 서울대 재학생들과 또 서울대를 지향하는 미래 신입생들의 더 좋은 교육을 위하여 필요합니다. 그만큼 서울대 교육의 질적 성과는 크나큰 물음표가 따라붙습니다.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오히려 동문 졸업생들 간 또는 각자의 내면에서 그런 비판은 더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서울대총동창회를 장식하는 많은 동문들이 실제 학교생활에서 남보다 더 봉사 정신을 갖고 공동체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는지 내지는 동료학생들에게 인정받던 학생이었는지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가까운 지인, 선후배 사이에 인기가 있고 인정을 받던 사람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묵묵히 생활인으로 지낼 것입니다. 웬만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분들입니다.

나라와 사회가 ‘지도자’를 원하고 올바른 방향 제시를 원할 때 서울대 동문들이 그런 역할을 한다면, 서울대 동문은 ‘진정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진정한 지도자는 누구일까요? 드러나지 않은 평범한 동문들 중에는 귀감이 될 만한 지도자가 없는 것일까요? 잊힌 동문 또는 보통의 동문 찾기에 나서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우리시대가 가장 원하는 ‘진실’과 ‘정직’, ‘양심’의 가치가 그 속에서 발견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동문 소식으로 재학생들도 일체의 허위의식이나 환상 없이 미래를 향해 정진하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를 마련하여 주실 것을 제안합니다. 서울대가 ‘용기’와 ‘지혜’, ‘덕성’을 갖춘 참 리더를 양성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