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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7호 2019년 8월] 뉴스 기획

“해외 경험으로 다양성 깨우쳐야 국제화 완성된다”

구민교 국제협력본부장 인터뷰



“해외 경험으로 다양성 깨우쳐야 국제화 완성된다”

구민교(외교88-95) 국제협력본부장 행정대학원 교수 인터뷰




서울대생 실패에 대한 두려움 커 보수적

매년 해외로 나가는 학생 3,000명은 돼야

나와 다른 학생들 어떻게 사는지 경험 중요



1996년 설립한 모교 국제협력본부는 모교의 외국인 구성원을 전담 지원하는 기관이다. UC버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구민교 본부장은 국제행정과 통상정책 전문가로 2016년 부본부장을 지낸 데 이어 지난해부터 국제협력본부를 이끌고 있다. 지난 7월 25일 구 본부장을 만나 국제화에 대한 그의 구상을 들었다.



-최근 유학생 수가 정체돼 있다고 하는데.
“서울대에 오고 싶어하는 개도국 학생들은 점점 더 많아지는데 우리가 받으려는 인센티브는 커지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 영미권, 유럽 학생들을 받으려는 제도적 노력을 해야 한다.”


-서울대의 학생 유치 전략이 궁금하다.
“학생 유치는 입학본부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국제협력본부가 관여하진 않는다. 다만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싱가포르나 중국, 홍콩 대학을 볼 때마다 위기 의식을 많이 느낀다. 알아서 찾아오겠거니 하는 일종의 ‘서울대 마인드’를 깨고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원이 걸림돌이 되나.
“국제화 예산이 다른 대학에 비해 부족한 편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인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에 대한 투자를 낭비로 생각하는 가운데 국가가 전폭 지원하는 세계 대학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산이 허락한다면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들은 많다.”


-어떤 부분에 투자하고 싶은지.
“학생들을 해외로 보내는 아웃바운드 부분이다. 학부생 1만6,000명 중 외국에 한 학기, 1주일이라도 나가는 학생이 1,000명이다. 10%도 안 된다. 다른 학교들은 목표를 60%까지도 잡는다. 한 학기 교환학생으로 나가는 수는 몇 년째 550명 안팎이다. 매년 나가는 학생이 3,000명은 돼야 한다.”


-지금은 많이 보낼 수 없는 환경인가.
“협정 학교를 합치면 지금도 교환학생 1,000명은 나갈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 타국의 제도권을 체험하기 좋은 기회인데 학생들이 나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왜 서울대생들이 나가지 않으려 할까.
“여러 원인이 있다. 우리 학생들이 실패에 대해 조금은 보수적이다.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안 건넌다고 할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부담감이 커 보인다. 금전적인 문제도 크다. 서울대 등록금을 내고 미국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도 생활비는 본인 부담이다. 단대나 학과에 따라선 해외대학에서 따온 학점을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도 학생들이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국제협력본부도 이를 인지하고 협의 중이다. 제도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교환학생 지원자가 대폭 늘 거라고 본다.”


-아웃바운드를 중시하는 이유는.
“국제화는 일단 나가봐야 한다. 서울대생에게 제일 부족한 것이 다양성이다. 대학 오기 전까지 공부만 하느라 외국 경험이 없는 학생이 많다. 가까운 일본이나 홍콩도 못 가본 경우가 3분의 1은 되지 않을까.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이 무슨 고민을 하고 어떤 시스템 속에서 사는지 봐야 하는데 국내에선 쉽지 않다.
한 번 나갔다 온 학생들은 모교에 있는 유학생들에게도 잘 한다. 우리 학생들이 미국, 유럽 학생들과는 잘 지내는데 개도국 학생들과는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모른다. 그들이 처한 상황이 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국제화를 업-다운, 인-아웃의 네 지점이 있는 다이아몬드로 생각할 수 있다. 선진국에 나가는 업바운드-아웃바운드로 나갔다 온 학생들은 지금 모교에 많은 인바운드-다운바운드 학생들과도 잘 어울린다. 선진국에 가서 한 학기 동안 고생하고 오니 그들의 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국제화의 다이아몬드를 완성하는 방법이라고 본다.”


-단기 프로그램인 SWP는 인기가 좋던데.
“학생들이 방학 때 2주, 4주 정도 가는 건 크게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것 같다. 올해는 400명 정도 SWP를 통해 나갈 것 같다. 지금까지 SWP를 거쳐간 학생이 2,000명이 넘는다. 계속하면 서울대 학생들의 DNA가 바뀌지 않을까 기대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지.
“행정학자다 보니 청년 공시족, 고시족에 관심이 많다. 우리 학생들 취업 통계를 보면 진로가 정형화됐다. 대부분은 고시나 대기업, 공공기관 취업이고 벤처, 국제기구 쪽은 드물다. SWP 출신 학생의 진로를 분석해봤더니 조금은 다양성이 발견됐다. 근소한 차이지만 고시나 대기업 외의 다른 진로를 택하는 학생이 많았고 일반대학원 진학률도 높았다. 최소한 남들 따라 취업하고, 고시 공부하기보단 다른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는 시그널이 아닐까. SWP는 각 프로그램마다 주제가 있어서 호주에 다녀와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진로로 정하고, 실리콘밸리에 다녀온 후 창업 동아리를 만드는 학생들도 봤다. 몇 년 전 ‘SNU in Amazon’을 추진하다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해 중단했는데 앞으로 선진국 외 나라로도 확대해 갈 계획이다.”


-국내 학생과 외국인 학생 간 갈등은 없나. 타 대학은 외국인 혐오 현상까지 보인다.
“전혀 문제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강의실에서 생기는 문제에 대한 불평은 거의 안 들어온다. 기숙사는 함께 생활하면서 생기는 문제가 더러 있는 것 같다. 오래된 기숙사 구조 문제도 있어 최근 지은 글로벌학생생활관에서는 그런 문제들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외국인 구성원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등 행정적 개선이 요구되는데.
“새 총장님 오시고 나서 추진이 됐다. 9월 중순쯤 국제협력본부 1층에 원스톱 서비스 센터를 론칭할 예정이다. 각 단과대와 행정본부 각 부서에 원스톱 서비스 담당자를 두고 네트워크도 만들었다.


국제협력본부가 집중하는 것은 정보의 전달과 전파 부분이다. 원스톱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교내 게시판을 전수조사했다. 각종 공지나 알림의 제목을 영어로 병기한 비율이 50% 정도였고 내용을 영어 병기한 비율은 더 낮았다. 학내 정전 공지가 떠도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들은 알 수가 없다. ‘정보 전달만큼은 영어로 가능하게 하자’고 했더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곳이 많았다. 템플릿을 제공하고 최소한 제목은 영어 병기, 내용은 일반 텍스트로 써달라고 부탁했다. 이미지로 만들면 구글 번역기도 못 돌린다.”


-외국인 졸업생의 동향은 파악하고 있나. 동창회도 외국인 동문을 관리할 길이 없다.
“사실상 조사하기 어렵다. 학위를 마친 후 이유 없이 돌아가지 않으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학교에 불이익을 준다. 대개는 자국으로 돌아가고, 국내 취업은 극소수일 것이다. 개도국 학생들은 우리 기업의 현지 지사에 많이 근무하는 것으로 안다.”


-동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학평가 순위에서 국제화 지수가 낮다고 걱정하실 수 있다. 그렇지만 한 번도 하락 없이 꾸준히 향상해오고 있기도 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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