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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호 2019년 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적게 쓰고 적게 먹는 자족적인 삶, 시골살이 매력이죠”

윤인숙 산청 간디숲속마을 대표


“적게 쓰고 적게 먹는 자족적인 삶, 시골살이 매력이죠”

윤인숙 간디숲속마을 대표


도시전문가에서 귀촌인으로

비폭력대화 강사 활동도


“농대 조경학과에서 시작해 도시계획을 전공하고 다시 농촌으로 돌아간, 도농을 넘나드는 분입니다.”
지난 12월 6일 열린 모교 ‘서울대 여성 동문 리더십 강연’에서 연사 윤인숙(조경83-87) 동문을 소개한 말이다. 이어 등장한 윤 동문이 말한 자신의 직함은 ‘촌장’. 더 정확히 말하면 경남 산청군 신안면 간디숲속마을의 대표다. 도시를 만드는 사람에서 이제는 자연과 더불어 생태마을의 미래를 만들어 가기에 여념 없는 윤 동문의 이야기를 강연을 통해 들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여성 조경가의 글을 읽고 현장을 누비는 모습에 반해 조경학과에 가기로 일찌감치 결정했죠. 정원과 공원 만드는 공부를 했지만 주택난이 심각한 것을 보며 공원 지을 땅에 차라리 집을 짓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도시계획학으로 전공을 바꿔 환경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산, 분당에 신도시가 세워지던 무렵이었다. “농촌과 자연 위에 아파트를 짓는” 한국토지연구원,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도시엔 모든 게 있었다. 번듯한 직장과 집, ‘엘리트 워킹맘’이라는 타이틀까지. 하지만 도저히 풀 수 없는 난제도 있었다. 아이의 교육 문제였다.

“친정 엄마가 육아는 해줘도 교육은 해줄 수 없잖아요.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학원 네다섯 군데는 보낸 것 같아요. 대안학교를 찾다가 우연히 강원도 양양의 산촌유학센터에 아이를 보내봤는데 3일 만에 전화가 왔어요. ‘여기 다니면 나 학원 안 다녀도 돼?’라고.(웃음)”

대안교육을 시키기로 결심한 둘째 아들은 이후 경남 산청의 간디어린이학교로 옮겼다. 학교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생태마을을 형성한 곳이었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 산청에 집을 마련하고 오도이촌(五都二村) 생활을 시작했다. 회사가 있는 대전에서 산청으로 퇴근해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새벽 곧장 출근하는 생활이 1년간 이어졌다. 아이도 몰라보게 건강해졌지만 “아이에게 좋은 것을 찾아다니다 보니 예기치 못한 곳으로 내가 와 있었다”는 그다.

“항상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열망뿐이었어요. 일과 삶이 일치가 돼야 글이 나오는 것 같은데 도시에선 그게 잘 안되더군요. 시골살이를 하면서 주말 동안 한 일을 월요일에 복기해서 쓰고 지인들에게 메일로 보내기 시작했죠.” ‘산촌일기’라는 제목으로 보낸 1년치 글을 묶으니 책 ‘마음을 정하다’가 만들어졌다. 성과 위주의 직장 생활이 준 회의감, 세월호 사고 등을 통해 삶을 돌아본 그는 사직서를 내고 산청에 눌러앉았다.

그렇게 산청에서 ‘반농반X’의 생활을 시작했다. 전업농부가 아니라 반은 농사를 짓고, 반은 다른 일을 한다는 뜻이다. 박하를 길러 차를 만들고, 비폭력대화 강사로 활동하면서 글을 쓴다. 그는 “시골에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돈이 없어도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이들 학비가 맘에 걸리지 않은 건 아니에요. 마음속에서 늘 경제적 안정을 추구하는 욕구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늘 싸우고 있었죠.”

내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비폭력대화를 통한 중재법을 따로 배웠다. 이전에 부부 갈등을 해소해 보고자 비폭력대화를 배운 터였다. “간절히 원했던 대화법이었죠. 비폭력대화를 배우고 비난을 끊었더니 평화가 찾아오더군요. 비폭력대화로 하는 중재는 충돌하는 두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도와줬어요. 결론은 ‘적게 쓰자’였어요. 커피 안 사먹고, 가능한 내 손으로 만들어서 쓰는 생활이 답이었죠.”

생태공동체에선 의사소통 방법을 중시한다. 비폭력대화를 배운 그에게 마을 사람들은 “갈등이 생겨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며 대표직을 맡겼다. 수세식 화장실을 지양하는 생태마을의 규약을 따라 더 개선된 생태화장실을 고민하는 모습도 생태마을 대표다웠다. 강연 말미에 그는 올해 기억에 남는 일로 마을길에 메리골드 꽃을 심은 것을 꼽았다. 마을 가득 금빛 꽃밭이 펼쳐진 풍경을 꿈꾼다. “제가 농촌에서 꾸는 꿈은 숲속 힐링마을을 만드는 거예요. 회사를 그만두기 전부터 생각했던 것이죠. 특히 청년들과 같이 비폭력대화 워크샵 같은 것을 열고 싶었는데 마을에 시설이 잘 되어 있으니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성공한 생태마을이라는 좋은 자산을 만들고 싶습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