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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호 2019년 1월] 뉴스 기획

이범호 서울대 출신 양돈경영인회 회장 인터뷰

기해년 돼지의 새발견 <2>

"돼지와 함께 한 40년…고급 식당 열어 돼지 품격 올리고 있다"

이범호(축산70-74)
서울대 출신 양돈경영인회 회장

경기 이천에 있는 성지농장에서 이범호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지농장은 국내 두번째로 ‘동물복지 축산 농장’ 인증을 받은 우수 돼지 농장이다. 사진=돈마루 제공


돼지 전문가 이범호(축산70-74) 돈마루 대표. 이 동문은 40여 년간 돼지를 연구하며 국내 첫 무항생제 돼지를 출시하고 동물복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자타공인 돼지 전문가다. 돼지 농장 운영, 육가공, 사료생산, 유통 전 분야를 커버하고 있다. 서울대출신 양돈경영인회(이하 서경회) 회장까지 맡아 후배들을 위한 장학사업에도 열심이다. 지난 12월 29일 경기도 하남 돈마루 본사에서 이범호 대표를 만났다.


-서경회 회원은 얼마나 되나.
“20여 명 정도 된다. 차세대 양돈인을 키우자는 뜻을 갖고 매년 회원들이 500만원을 주고 있다. 축산과 후배들 장학금 주고 임대주택도 마련해줬다. 해외 진출하는 양돈인도 돕는다.”

-돼지와의 인연이 궁금하다.
“고등학교 때 본 빅 컨츄리란 영화의 광활한 목장에 매료돼 축산을 전공했다. 졸업 후 사료 회사 등을 다니다 돼지 농장을 경영하게 됐다. 1984년 일이다. 회사에서 윤희진(축산63-67) 다비육종 회장의 강연을 듣고 양돈을 하기로 했다.”

-돼지는 어떤 동물인가.
“인류 최초의 가축이다. 한자 ‘집 가(家)’자에도 돼지가 들어 있다. 오래전 토굴이나 나무에서 살던 조상들이 뱀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돼지를 키웠다고 한다. 돼지는 뱀을 잡아먹는 동물이다. 인류와 한집에 살다 보니 생활도 비슷하고 장기도 비슷해졌다.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돼지에 대한 오해가 많다.
“올해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가 돼지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더럽고 뚱뚱하고 게으른 동물로 비유되지만 돼지만큼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 동물도 드물다. 껍질까지 아낌없이 준다. 사람에게 베푼 것만큼 돼지도 대우받아야 한다. 돼지가 깨끗한 환경에서 편안히 살 수 있는 동물복지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돼지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첫 번째 일로 판교역 3번 출구 알파돔타워에 고급 돼지고기 식당 ‘신돈세기’를 열었다. 고급품종인 YBD와 듀록을 제공해 주말 매출 1,000만원을 올리는 유명 식당이 됐다. 듀록은 최근 돼지고기 식당 중 유일하게 미쉐린 가이드 식당으로 선정된 ‘광화문 국밥’과 약수역 ‘금돼지식당’에 들어가는 품종으로 유명하다. 옷에 배는 냄새를 막기 위해 스타일러까지 갖췄다. 이 대표는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더 고급스럽고 맛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연매출 기준) 농산업 분야에서 돼지 축산업이 가장 높다고 들었다.
“2016년 쌀을 추월했다. 농산업 분야에서 축산업이 40%를 넘고 축산업에서 양돈이 40% 남짓으로 1위다. 한국인 1인당 1년에 25kg의 돼지고기를 소비한다. 중국인은 이보다 높은 38kg 수준이다.”

-축산업을 하는 데 애로사항이라면.
“첨단산업도 그렇지만 이쪽도 규제가 많다. 동물복지 농장을 하는 데도 지침이 까다롭다. 우리와 상황이 다른 유럽의 기준을 갖고 와 일률적으로 톱밥돈사를 요구하기도 한다. 최근 2, 3년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이 한 집도 늘지 않았다. 그외 지자체 조례로 2km 반경에는 5개 이상의 돈사를 지을 수 없어 돼지고기 수요는 느는데 신규 진입이 안 된다. 수입육 소비가 늘어 우리 고기 자급률이 떨어지고 있다.”

자리에 함께 있던 윤희진 회장이 “아프리카 돈열을 아느냐”고 물었다. “작년에 중국에 아프리카 돈열이 돌아 중국 돼지시장이 초토화됐다. 백신도 없다.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 국내 입출입때 검역을 철저히 해야 하는데,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불과 7년 전에 구제역으로 300만 마리를 묻었다. 정부 예비비는 3조 3,000억원이 날아가고. 검역에서 걸리는 외국인은 입국 거절까지 하는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일가재단 통일장학위원회 위원장 활동 등 봉사활동도 활발하다.
“대학을 다니던 어려운 시절 사회나 국가로부터 빚을 졌으니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다. 서경회 등 주변의 양돈인들과 가능한 한 좋은 일을 많이 하려고 애쓰고 있다.”

-올해 소망이라면.
“위에서도 말했지만 돼지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웃음) 강연 등을 통해 열심히 전파하고 다닐 계획이다.”


이 대표는 1978년 대한제당 무지개 사료 공채1기로 입사해 국내 최초로 사료 벌크운송 시스템 도입과 국내 최초 펠릿사료 생산시설을 도입했다.

1991년 도드람의 초대 대표이사로 12년 6개월간 근무하면서 국내최초로 냉장육을 개발, 돼지고기 일본수출에 나섰다. 2004년 돈마루 설립과 2010년 3월 나람 대표이사에 취임하는 등 대한민국 축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39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무실 지하에 최고급 기자재를 도입한 음악 감상실을 둘 정도로 음악에 관심이 많다. 보유 음반만 5,000장 정도. 특히 ‘음악 야사’에 해박하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