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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호 2018년 1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건축 원하는 곳 필지면적, 용도지역 등 주택 데이터 한눈에 보여드립니다”

건축가 삼총사 문주호 임지환 조성현 동문


“건축 원하는 곳 필지면적, 용도지역 등 주택 데이터 한눈에 보여드립니다”

건축가 '삼총사' 문주호 임지환 조성현 동문


사진 왼쪽부터 조성현, 문주호, 임지환 동문



올해 최연소 젊은 건축가상
수익성 공공성 두토끼 잡아


문주호(건축03-10)·임지환(건축03-09)·조성현(건축03-10), 모교 건축학과 03학번 동기 셋이 모여 큰일을 냈다. 건축계의 신인상이라 불리는 ‘2018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것. 45세 이하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심사하는데 이들은 이제 갓 30대 중반. 10년 가까이 일찍 인정받은 만큼 앞으로 보여줄 건축물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축가지만 여느 젊은 부부들과 똑같이 집 걱정을 하고, 그런 걱정 때문에 보다 현실적인 주거공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는 ‘경계없는작업실’ 멤버들을 지난 11월 23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작품 하는 건축가들에게 수익성은 금기시됐었어요. 개발 위주의 건축과 작품으로서의 건축이 양분돼 있었죠. 또한 1970년대엔 우리 건축의 전통성에 대한 담론이, 2000년대 초반엔 철학적 사유와 건축이 결합되면서 형이상학적 거대 담론들이 대세를 이뤘죠. 반면 저희는 수익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추구했고 거창한 이론보단 생활밀착형 건축물의 실례를 선보였습니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 건축계의 새로운 흐름을 대변했다는 점에서 과분한 상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경계없는작업실은 이름 그대로 건축을 둘러싼 여러 관계자 및 요소들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건축주와 설계자, 시공사 등으로 나눠지더라도 수평적·적극적 의사소통을 통해 총괄적인 조정을 해나간다는 취지다. 또한 단일 건축물에 구현된 공간 구조와 그 안에서 이뤄지는 활동뿐 아니라 해당 건물을 둘러싼 다른 건물들과 가로(街路), 녹지 등 전반적인 도시의 맥락을 건축설계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토지는 매우 한정된 자원입니다. 그 한정된 자원에 수없이 많은 이해관계와 무척 다양한 요구들이 얽혀있죠. 그 복잡다단한 문제를 최대한 많은 이해와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풀어내는 것이 저희가 감당해야 될 몫이라고 생각해요. 건축주의 희망 수익률을 맞추면서도 주변 도시 맥락에 잘 어울리는 건물을 설계하는 것은 그중 일부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죠. 그것이 똑같은 비용, 똑같은 시간을 들여 건물을 짓더라도 저희가 나름대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계없는작업실은 7년여에 걸쳐 개발한 빅데이터 기반 주택개발 자동화 프로그램 ‘랜드북’을 무료로 공개했다. 홈페이지에 들어와 간단한 클릭 몇 번이면 원하는 곳의 필지면적, 용도지역, 지목, 건물연면적, 노후정도, 개발추정 수익까지 알 수 있다. 수없이 많지만 형태도 제각각이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개인이 찾고 분석할 엄두를 못 냈던 주택 관련 데이터를 한데 모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최근엔 관련 법규 파일 다운로드 기능과 여러 필지를 합쳐 사업타당성을 검토해볼 수 있는 ‘필지추가 시나리오’ 기능까지 탑재됐다. IT기술의 접목은 공간의 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그들에게 긴요한 무기다. 그런 기술의 성과물을 대중과 공유함으로써 건축의 저변을 넓혔다고 평가 받는다.

“정책제안도 하고 싶습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 대상이 되는 사업지 분포는 국토교통부도 전체를 파악하고 있진 못해요. 관련 데이터가 있다면 정비가 시급한 곳부터 추려 효과적으로 정책자금을 집행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건축법규엔 패턴이 있어서 특정시기부턴 내진 설계, 화재방지 대책, 피난규정 등이 달라지는데 이를 활용해 안전에 취약했던 시기를 찾고 건물 준공연도를 대입하면 개선이 필요한 건물들을 쉽게 찾을 수 있죠.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국내 유관 기관은 물론 한국국제협력단과 함께 베트남의 주거사업 프로젝트에도 랜드북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2003년 모교에 입학하면서 인연을 맺은 문주호·임지환·조성현 동문은 엇갈린 군복무 기간에도 불구하고 졸업 전 1년 동안 호흡을 맞추며 동업을 결심했다. 건축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졸업 후 각자 자신에게 맞는 건축사무소에서 3년여의 실무경력을 쌓았고 모교 입학 10주년이 되는 2013년에 개업, 지난 5년 동안 25개의 건물을 지어 올렸다.

2009년 완공한 강남구 논현동의 ‘테트리스하우스’는 도시형 생활주택과 사무실이 결합한 형태로 대지면적 113.3㎡의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연이율 12%를 기록했다. 용산구 후암동에 지은 다가구주택 겸 근린생활시설 ‘후암동 복합주거’는 삼각형 대지라는 단점을 60도 주차장을 만들어 극복했고 상권이 형성되는 주가로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1, 2층까지 상가로 설계했다.

이들은 각자 맡은 분야의 전문성을 더욱 심화시키고자 최근 분사했다. 임지환 동문은 설계·시공 중심의 ‘제로투엔’, 조성현 동문은 빅데이터·인공지능 중심의 ‘스페이스워크’의 대표가 됐다. 30대 중반 젊은 건축가들이지만 30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문의 02-6929-2888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