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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호 2018년 2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동문 맛집을 찾아서: 좋아했던 요리하며 100세 시대 산다

한승양 칼국수한마당 대표

동문 맛집을 찾아서
좋아했던 요리하며 100세 시대 산다

한승양(무역80-85) 칼국수한마당 대표




“저희 칼국수를 드시고 맛있다며 좋아하시는 손님들의 모습을 볼 때 보람이 큽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이 일을 했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도 가끔 들어요.”

1985년 모교 졸업 후 신한금융투자의 전신인 쌍용투자증권 채권부에 입사, 국민연금 채권 운용팀장까지 지냈던 한승양(무역80-85) 칼국수한마당 대표는 자산유동화증권의 국내시장 정착에도 기여한 ‘정통 금융맨’이다. 그런 그가 IMF후폭풍도 점차 가라앉을 무렵인 2003년 돌연 금융계를 떠나 요식업계에 뛰어들었다. 평소 즐겨먹던 칼국수를 메인 아이템으로 내세워 6년 전 용인민속촌점을 연 것이 시작이었다. 지금은 용인터미널점, 분당구미점, 분당미금점 등 3개 점포를 추가 직영하면서 용인과 분당 일대 칼국수 마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1월 22일 분당구미점에서 한승양 동문을 만났다.

“금융 쪽 일을 할 때도 자부심은 컸어요. 국민연금 시스템의 초석을 다지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죠. 부모님한테서 좋은 머리 물려받았고 환경이 받쳐준 덕에 마음 편히 공부했고 서울대를 나와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다녔습니다. 그러나 그건 저 스스로 결정한 삶이 아니라 제 주변 여건에 떠밀려 살아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40대 중반에 이르렀을 때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 결심하게 됐죠.”

시련도 없지 않았다. 칼국수한마당이 자리를 잡기까지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좌절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던 것. 해물·채 소 등 원재료부터 밀가루 반죽에 이르기까지 조리과정이 조금만 달라져도 천양지차로 변하는 칼국수 맛을 잡기 위해 한 동문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유명 칼국숫집을 찾아가 어깨 너머로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하고, 좋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서울대 후광도 금융계 인맥도 소용없는 ‘정글’ 속에서 오로지 칼국수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오늘날의 성공을 일궜다.

“5년간 하루도 쉰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새벽 6시에 나와 밤 11시 넘어 퇴근하는 일상을 6년째 이어오고 있죠. 옆에서 보기엔 고돼 보이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니 저절로 힘이 납니다. 직장 다녔던 시절엔 감기도 잘 걸렸는데 요즘엔 제가 이렇게 강골이었나 싶을 정도로 활력이 넘치고 건강해졌어요.”




칼국수 맛을 완성한 한 동문은 또 다른 모험을 감행했다. 가정에서도 손쉽게 칼국수를 즐길 수 있도록 반조리 상태로 배달서비스를 시작한 것. 라면보다 간편한 조리에 힘입어 6개월 만에 전체 매출의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인터뷰 당일에도 배달 앱을 통해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느라 소형승합차를 타고 도로 위를 달리며 한 동문의 얘기를 들었다. 환갑이 눈앞이니 이제 그만 쉬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묻자 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은퇴 후 집에서 쉬면서 여행 다니는 즐거움은 3개월을 못 가요. 저는 활기차게 일을 하면서 건강도 지키고 삶의 보람도 느낍니다. 100세 시대엔 정년 후에도 30년, 40년을 살아가야 하잖아요. 그땐 학벌보단 새롭게 시작하는 일에 대한 전문성이 중요합니다.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동문들이 왕년의 지위에 연연하지 말고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자세로 인생 2막을 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