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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6호 2017년 11월] 뉴스 단대 및 기과 소식

모임 탐방: 사학과 여성동문모임 난우회

학과 나뉘었어도 한결같은 60년 우정


사학과 여성동문모임 난우회

학과 나뉘었어도 한결같은 60년 우정




난우회 회원들이 올해 3월 장학금 수여 후 재학생 후배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앞줄 왼쪽부터 이은정 모교 동양사학과 교수, 김선리 전 회장, 박지향 모교 서양사학과 교수, 고혜령·최정연 전 회장.


모교 사학과는 1969년 국사·동양사·서양사 등 세 개 학과로 분리됐다. 1975년엔 문리대에서 인문대로 소속 단과대학도 바뀌었다. 학제는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사학과 여성동문모임 ‘난우회’는 1957년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우정을 지켜오고 있다.


난우회(蘭友會) 명칭은 사학계 원로였던 고 김상기 선생이 지어줬다. 각별한 우정을 뜻하는 고사성어 ‘금란지교(金蘭之交)’에서 유래됐다. ‘두 사람이 한마음이면 그 날카로움이 쇠를 자를 수 있고 한마음에서 나온 말은 그 냄새가 난향과 같다(二人同心基利斷金 同心之言基臭如蘭)’는 의미로 난향 같은 우정을 지니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한 해 신입회원이 적을 땐 두세 명, 많아야 서른 명 들어오는 작은 모임이지만 지난 60년 동안 총 650명이 등록했다. 모교가 대한민국 현대사의 격동을 지나온 것처럼 난우회도 혼돈과 침체의 시기를 겪었다. 일부 회원들이 해외로 이주하거나 생업에 바빠 연락이 끊기는 등 모임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웠던 시기도 없지 않았던 것. 그러나 초창기 선배들이 난우회에 보여준 사랑과 열정을 1960, 70년대 학번 후배들이 경험했고 이들 중 상당수가 대학이나 박물관 등 학계에 남아 모임의 구심점 역할을 해줬다.


박용옥(사학55-59) 전 성신여대 교수, 정옥자(사학61-65) 모교 국사학과 명예교수, 고혜령(사학64-68) 백석대 초빙교수, 부정애(사학65-70) 메리어트호텔 감사 등 동문들이 어려울 때 물심양면으로 모임을 지원했고 김현옥(사학68-72)·최정연(동양사70-74)·박지향(서양사71-75) 동문 등 역대 회장들이 모임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었다.


강명희(동양사73-77·한세대 교수) 현 회장은 “난우회 같은 작은 모임이 격렬한 사회변화에도 불구하고 60년 동안 지속돼 온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며 “졸업 후 적지 않은 난우들이 난우회와 멀어진 게 사실이지만 어떤 계기가 있어 다시 접점이 생기면 친정에 온 것 같은 푸근한 분위기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선임된 강 회장은 멀어진 회원들이 다시 가까워질 수 있는 접점과 계기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난우회는 기본적으로 친목모임이지만 동문들이 한 사람씩 특강을 이어가는 학구적 모임을 열기도 했다. 김선리(사학64-68) 전 회장의 기부로 최근 10년 동안 매년 학부 여성 재학생 및 대학원생 중에서 서너 명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강 회장은 “60대 선배세대와 20대 후배세대들을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장학금”이라며 “난우회의 중요사업으로서 앞으로도 꾸준히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정기총회를 겸한 대규모 친목모임을 1년에 한번 개최하며, 회장단을 중심으로 답사여행이나 박물관·미술관 견학모임도 진행하고 있다. 회원 중 유명인사로 이인호 전 KBS이사장, 이난영 전 국립경주박물관 관장, 정성희 동아일보 논설위원, 최영인 SBS PD, 최영미 시인 등이 있다.


박지향 전 회장은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우리 세대만 해도 여성 동문들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좁았다”며 “사회에 자리 잡지 못하고 전업주부가 된 동문들은 모임에서 멀어지기 쉬웠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이렇게 멀어질 뻔한 여성 동문들을 끌어당겨 서울대 동문으로서의 소속감과 애교심을 고취시킨 점을 난우회의 자랑으로 꼽았다.


나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