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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호 2017년 10월] 뉴스 단대 및 기과 소식

15년 넘는 매월 산행…그 뒤엔 한상복 교수

인류학과 산악회 내산회


인류학과 산악회 내산회

15년 넘는 매월 산행…그 뒤엔 한상복 교수



2007년 2월 남해 금산 등산 후 내산회 회원들과 한상복 교수(왼쪽에서 네 번째).



한 개인을 중심으로 15년 이상 지속되는 모임이 있어 화제다. 한상복(사회56-61) 모교 인류학과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모이는 인류학과 산악 모임 내산회. 내산(奈山)은 한상복 교수의 호다. 그의 매력에 끌려 매월 모이는 멤버는 신용식(65-72)·박종렬(67-71)·유지현(67-74)·이강승(67-71)·유영표(68-80)·김영일(71-75)·류희락(71-78 회장)·정상모(70-74)·정문호(72-76)·허명구(76-81)·정기동(80-88)·이태주(80-84)·박용성(87-93)·정응균(87-93) 동문 등이다.


첫 산행은 2001년 7월, 한상복 교수 정년 퇴임 이듬해였다. 모임은 류희락, 유영표 동문이 주도해 유 동문이 초대회장을 맡았다. 현 회장은 류희락 동문이며 산행대장은 정기동 동문이 맡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내산회의 산행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 그대로 산행이다. 한 달에 한 번 넷째 토요일이 산행날이다. 근교 산행을 주로 하지만 1년에 한두 번은 봉고차를 몰고 1박 2일로 산행과 답사여행을 한다. 정기동 대장은 “보통 운전은 내가 하고 뒷자리에서는 온갖 갑론을박과 정견발표와 만담이 펼쳐진다”며 “눈보라 휘몰아치던 온통 무채색 하산길에서 한 교수님과 함께 나누던 황금빛 시바스 리걸은 광고 카피 그대로 바로 ‘This is the life’”였다고 내산회의 매력을 표현했다.


내산회에는 또 하나의 산행이 있다. ‘평지산행’이다. 실상은 ‘평지주(酒)행(?)’이다. 간간이 이런저런 명목을 만들어 저녁 시간을 갖는다. 이 또한 내산회의 중요한 전통이자 자산이다.


내산회의 백미는 해외원정. 주제를 정해 대만 양명산 국립공원의 대둔산과 칠성산, 중국 산동성의 태산, 청도의 노산, 낙양의 숭산, 화산, 무이산 등 오악을 등반했다.


해외원정도 산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학도답게 인근의 유적과 경승지를 답사하는 것은 물론이다. 비정성시(悲情城市)의 무대가 된 쥬펀(仇分), 태안의 대묘(岱廟), 곡부의 공묘(孔廟)와 공림(孔林), 제남의 표돌천, 청도의 칭따오 맥주박물관과 팔대관 거리, 낙양의 용문석굴과 소림사 등을 방문했다.


유영표 초대회장은 “주자가 기거했던 무의산 무의구곡을 뗏목 타고 여행했던 게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산행과 답사를 마친 뒤의 저녁 자리는 해외산행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낯선 제목만으로 현지 음식을 고르는 재미도 괜찮고 무엇보다 그 음식과 더할 수 없는 궁합을 이루는 중국 백주의 맛은 비할 데가 없다. 마침 한 교수를 비롯한 모든 대원이 술을 즐겨하니, 음식과 술과 사람이 한데 어울려 멋진 여행을 완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3~4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객지에서 맨몸으로 부닥치는 내산회 여행의 즐거움은 일수로 계산할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험한 산은 자제하고 둘레길을 주로 다니고 있다. 북한산, 관악산 등 서울 둘레길을 모두 완주했다.


유영표 초대회장은 15년 이상 매월 끊기지 않고 등산회가 이어질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무엇보다 한 교수님의 인간적 매력때문인 것 같다. 포용력이 넓고 함께하며 배우는 지식, 지혜의 깊이가 남다르다. 은사를 중심으로 모이다 보니 10살 이상 차이 나는 선후배도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점도 오래 이어질수 있었던 비결이다. 등산이 남녀노소 접근이 쉬운 운동이란 점도 있고. 이 모임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다. 교수님도, 회원들도 욕심부리지 말고 자연스럽게 가자고 했다.”


한상복 명예교수는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학회 일로 요르단을 다녀올 예정이고 가거도와 그 지역 어민들을 연구한 책을 곧 출간한다고 했다. 한 교수는 국내 알피니즘 산악 흐름을 이끌었던 서울대 문리대산악회 회장을 역임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