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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호 2017년 1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1가게 다업종 공간 ‘프로젝트 하다’ 기획자 정다운 동문

“더불어 사는 법 궁리합니다”



불꺼진 작업실 가게로 공유
월 16만원에 임대 가능케 해


서울 상수동에 있는 ‘프로젝트 하다’. 본래 이곳은 디자이너 정다운(디자인98-04) 동문과 선배 디자이너가 함께 쓰는 작업실이었다. 지금은 ‘한 지붕 여러 가게’다. 테이블 서너 개 남짓의 아담한 공간은 요일과 시간에 따라 주인과 업종을 달리한다. 낮에는 디자인 스튜디오였다가 밤에는 소박한 음식을 파는 심야식당으로 간판을 바꾼다. 주말엔 워크숍, 델리숍이 열린다.


12월 27일 정 동문을 만나기 위해 ‘프로젝트 하다’를 찾았다.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는 인근 음식점과 주점들이 모두 문을 닫아 한낮의 상수동 거리는 한산했다. 대기업과 에이전시에서 일한 정 동문은 이곳에서 독립 디자이너 생활을 시작했다. 작은 가게 하나 내기 쉽지 않은 홍대 인근에 자리 잡은 후 든 생각은 “이 공간을 비워두는 시간이 아깝다”는 것. 정 동문의 경우 작업실 문을 닫는 저녁 시간과 주말이 그러했다.
“내가 쓰지 않는 시간에 다른 사람들이 활용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솜씨는 좋은데 가게 차릴 엄두를 못 내던 친구들에게 저녁과 주말에 작업실을 내줬죠. 하다 보니 찾아오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이 공간이 누군가에게 기회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불황 속 임대료를 절약하기 위한 점포공유 사례는 더러 있다. 임대료 개념으로 받는 ‘프로젝트 하다’의 공간 사용료는 평일 하루 기준 한 달에 16만원. 매우 저렴한 편이지만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동기가 전부는 아니다. 매주 금요일 밤, 공간을 빌린 회사원은 직접 개발한 칵테일과 스페인 음식을 선보이고 싶다는 ‘로망’을 이루고 훌쩍 본업으로 돌아갔다. 주 2일 식당을 운영하고 용기를 얻어 고향에 자신의 가게를 낸 청년도 있다. 한국에 여행 온 칠레인이 음식을 팔기도 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20개 남짓의 가게들이 거쳐갔다.



저녁 나절 '프로젝트 하다'는 작은 레스토랑이 된다. (사진 제공 정다운 동문)



정 동문은 “젊은 분들뿐만 아니라 시니어 분들도 종종 공간을 문의한다”며 “은퇴하신 분들도 부담 없이 좋아하는 일을 시도해볼 수 있는 곳이 필요함을 느낀다”고 했다.


“아무리 요리를 좋아해도 매일 업으로 하는 건 다른 얘기잖아요.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해보면서 나에게 맞는지 알아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생각만큼 쉽지 않구나’ 느끼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취미생활처럼 하면서 본업에 활력소를 얻는 것도 괜찮은 일이고요.”


낮 시간 ‘프로젝트 하다’에서는 정 동문의 디자인 브랜드 ‘ibeka’의 작업이 이뤄진다. 종이와 인쇄 과정의 낭비를 줄인 친환경 청첩장과 소품을 제작한다. 배우 한재석 박솔미 부부, 가수 육중완의 청첩장으로도 알려졌다. 대학원에서 그린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평소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공유하는 삶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프로젝트 하다’에 앞서 셰어하우스 생활을 먼저 시작했다.


“공유하면 과하거나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어요. 소유할 때보다 나눴을 때 더 좋은 것도 있고요. 하루 내내 아낌없이 돌아가는 이곳을 보면 작은 공간도 낭비되지 않고 잘 쓰인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습니다.”



'프로젝트 하다'의 낮은 정 동문의 디자인 브랜드 'ibeka'의 작업을 하는 시간이다.(사진 제공 정다운 동문)



정 동문은 보다 ‘더불어 사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작은 것도 그냥 보아 넘기지 않는 관찰력은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요즘 시선이 가는 곳은 가게 맞은편 벤치에 매일 머무르는 동네 어르신들의 모습. “새해에는 지역 어르신들과 ‘프로젝트 하다’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구상 중”이라며 밝게 웃었다. 정 동문의 눈길이 닿는 곳마다 세상은 조금 더 알차고, 따뜻하게 변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