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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호 2015년 12월] 오피니언 학생기자의 소리

모교 페이스북 ‘대나무숲’, 새로운 아고라가 될까

김예원(언론정보13입) 학생기자



모교 페이스북 대나무숲’, 새로운 아고라가 될까

김예원(언론정보13) 학생기자    


2015년 현재 서울대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들여다보는 게시판은 복도도, 거리도 아닌 손 안에 있다. 바로 페이스북 서울대학교 대나무숲페이지(이하 대나무숲)이다. 한 동화에서 대나무숲이 비밀을 들어주는 역할을 했듯이, 이 페이지에는 익명으로 제보된 글이 관리자의 확인 후에 업로드된다.


현재 43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르고 게시물을 구독하고 있다. 이용자 수로 보건대, 과거의 대자보나 학내 신문에 버금갈 만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대나무숲의 내용은 이들보다 훨씬 다양하다. 대나무숲 제보 페이지에서는 제보 유형을 인간관계, 진로, 토론이슈(학내/사회), 연예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로 201511월 기준으로 수능 제도에 대한 비판, 에스컬레이터 두줄서기 운동에 대한 생각, 연애 고민 등이 최근 게시물로 올라와 있다.


이처럼 학내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있는 대나무숲은 크게 세 가지의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첫째, 공론장 역할을 한다. 익명의 제보자가 게시글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면 댓글을 통해 찬반 토론이 벌어진다. 토론의 주제는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꽤 다양하다. 둘째, 학내 소식의 전달 창구이다. ‘찾아가세요제보를 통해 분실물을 신고하는 것부터 부조리 고발, 미담 전파 등 뉴스의 범위는 매우 넓다. SNS의 특성상 최신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 셋째, 공동체 의식이 강화된다. 서울대 학생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이나 고민에 대한 글이 올라오면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공감과 위로를 보내며 우리임을 확인한다.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관리 체계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현재 대나무숲은 8명의 재학생이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제보 중 음담패설, 노골적 비난, 특정인을 지목하는 글 등을 걸러내고, 특정 주제에 대한 논의가 과열되면 관련 게시물 업로드를 중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언론사의 편집권에 해당하는 중요한 역할이지만 그것이 제대로 수행되는지 감시할 수단이 없고, 관리자가 내용을 검증하는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앞서 언급한 토론과 소식 전달 기능을 수행할 때 관리자의 주관에 따라 의제 설정이 편향될 수도 있고, 검증 부재로 허위사실이 유통될 위험도 있다. 또한 모교의 평판에 영향을 준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최근 대나무숲 게시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포되거나 기사화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때 일부 이용자 혹은 비서울대생의 의견이 서울대를 대표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부적절한 내용이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한다.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있는 법이다. 대나무숲도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것이 사라져가는 학내 소통을 활성화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가능성을 실현하고 우려를 지울 수 있을지 여부는 이용자들의 역량에 달렸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애교심을 바탕으로 자율적인 관리 체계를 수립하고, 대나무숲을 건강한 소통의 장으로 가꿔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