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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호 2023년 9월] 뉴스 모교소식

동아리탐방: “반상 앞에선 국적도, 나이 차이도 잊어요”

서울대 바둑부

동아리탐방 바둑부

“반상 앞에선 국적도, 나이 차이도 잊어요”

연구생 출신부터 초보까지 다양
국내대학·동경대 등 교류 활발




8월 11~15일 관악캠퍼스 등지에서 모교 바둑부가 주최한 서울대-동경대 바둑 교류전이 열렸다.


모교 바둑부(회장 신지우·정치외교22입)는 8월 11~15일 서울대-동경대 바둑 교류전을 열었다. 올해로 44회째, 매년 8월 양교 바둑부가 번갈아 서로를 초청해 바둑을 두고 친목도 쌓는다. 4년 만에 열린 이번 교류전엔 동경대 학생 9명, 모교 학생 25명이 참여했다. 모교에서 양교 YB 간 대결과 서울대OB-동경대YB 간의 대국이 펼쳐졌고, 종로구 형제기원을 찾아 기원 손님들과 대국하기도 했다. 광장시장과 명동, 창경궁 구경에 이어 1박 2일의 을왕리 MT에선 물놀이를 하며 정을 듬뿍 쌓았다.

교류전 외에도 올해 모교 바둑부의 일정은 쉴 틈이 없다. 5월엔 모교에서 150명이 참가한 대학생 아마추어 바둑대회 관악국수전을 개최했다. 전국 대학바둑대회 중 최대 규모였다. 같은 달 연세대에서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교류전에 참가하고,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바둑부와도 교류전을 가졌다. 신지우 회장은 “학과, 나이, 기력대가 달라도 바둑을 사랑해서 모인 동아리”라며 바둑부를 소개했다.

“사람마다 각자의 기풍이 있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토와 전략, 파고드는 지점, 사활·행마·포석·수읽기 등 강점이 모두 다르기에 각자의 바둑은 인격을 가졌다고 할 수 있죠. 그렇기에 저희 바둑부는 실력 키우기에만 열중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인격을 가진 바둑을 만나며 통찰을 넓혀보려 해요. 다양한 사람과 바둑으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려는 이유입니다.”

동경대 교류전은 초청한 학교에서 상대 학생들의 숙식과 교통비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 올해부터 학교 지원 없이 동아리가 자부담하게 된 상황에 본회에서 교류전 비용을 지원한 것에 거듭 감사를 표현했다.

“동경대 학생들과 처음 본 순간부터 묘한 친근감을 느꼈고, 바둑으로 대화할 때는 오랜 친구같은 기분이 들었죠. 선배님들께서 여러 시련을 극복하고 동경대와 관계를 이어와 주신 덕에 이런 기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양교 바둑부 간 오래 쌓여온 돈독한 네트워크를 지키기 위해 바둑대회 상금도 기부하고, 예산을 절약해 내후년에도 교류전을 잘 치러보려고 해요.”



서울대-동경대 바둑부 교류전에 참가한 양교 바둑부 학생들이 함께 창경궁을 구경했다. 


바둑부원 중엔 어릴 적 바둑학원에 다녔거나 기원 연구생을 지낸 학생도 있지만 생초보도 얼마든 환영이다. “언제든 바둑을 가르쳐줄 부원들이 기다리고, 비슷한 초보들과 대국 매칭도 해준다. 가입 인원이 많아도 탈퇴 인원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신 회장의 설명. 송혜령(대학원21입) 2단이 지도사범을 맡고 있다.

각종 대회 우승 이력 덕에 대학 바둑의 강자로 불려왔다. 그런 바둑부도 바둑 판도를 바꾼 AI의 영향력에선 예외가 없다. 기존의 ‘정석’이 흔들리고, 어떤 수가 얼마나 유리한지 AI가 계산해 보여주는 상황에서 ‘더 스마트하게’ 바둑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동아리방에 AI로 바둑을 학습할 수 있는 컴퓨터를 구비하려 돈을 모으고 있어요. 7월 동문바둑대회 후에 그 소식을 들으신 OB 선배님들께서 직접 모금을 하셔서 200만원을 전달해 주셨습니다. 후원하고 싶다며 명함을 주신 선배님들도 정말 많으셨고요. 선배님들이 저희를 많이 아껴 주시고, 저희도 선배님들과 함께하는 행사를 좋아해요. 곧 있을 한세실업배 바둑동문전엔 선배님들 응원하기 위해 재학생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부원들은 “바둑부의 부흥기를 넘어 전성기를 이끌어내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쳐 다양한 일을 꾸미고 있다. 바둑MBTI를 개발하고, 이세돌바둑학원에 방문해 학생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봉사활동도 했다. “바둑만 같이 두는 게 아닌, 서로 좋은 일은 축하하고, 힘든 일은 위로하며 존재 자체가 위로가 되는 공동체예요. 바둑부에서 잊지 못할 청춘의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