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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호 2023년 5월] 인터뷰 화제의 동문

“4수 끝에 오른 프로 무대, 우선 목표는 살아남기”


“4수 끝에 오른 프로 무대, 우선 목표는 살아남기”

유준하 (체육교육20입)
경남FC 프로 축구선수





여섯 번째 서울대 출신 프로 선수
먼 훗날 프로 은퇴 후 복학 희망


“축구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하이라이트 장면이 적습니다. 100골도 심심치 않게 터지는 농구, 몇십 점은 우습게 넘기는 배구나 야구에 비해 축구는 골이 매우 적게 나와요. 그만큼 한 골 한 골의 가치가 매우 소중합니다. 그 한 골을 위해 경기장에서 뛰는 22명의 선수들과 수많은 코칭·스태프들의 노력을 잘 알기에, 골을 넣었을 때나 막았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모교 체육교육학과 20학번 유준하 선수가 말하는 축구의 매력이다. 전공을 살려 체육 교사가 될 수도, 서울대 학벌로 더 안정된 직업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프로 축구선수라는 오랜 꿈을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올 시즌 경남FC에 입단, 지난 4월 2일 김천 상무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한 그는 1988년 황보관(체육교육84-88), 1989년 양익전(체육교육85-90), 1991년 이현석(체육교육87-91), 2017년 이건엽(체육교육13-21)·이정원(체육교육13-18) 동문에 이어 프로 무대에 오른 서울대 출신 축구선수가 됐다. 경기 등으로 바쁜 유준하 선수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데뷔 전 주 2군 연습경기 때 골을 넣었습니다. 데뷔 2일 전 있었던 FA컵 2라운드에선 선발로 경기를 치렀고요. 골은 못 넣었지만, 팀이 이겼고 활약도 나쁘지 않아 ‘혹시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경기 전날 코치님이 내일 선발 출전한다고 알려주셨어요. 데뷔 당일엔 동료들이 긴장했냐고 놀려 외려 긴장을 풀어줬고 컨디션도 무척 좋았습니다. 상대 팀의 첫 홈 개막전이어서 관중이 많았어요. 군악대도 있었고요. 좀 어수선했지만, 꿈을 이뤄냈다는 사실에 감정이 북받쳐 오르더군요.”

유 선수는 10세 때 우연히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려가는 모습이 초등학교 축구부 코치의 눈에 띄어 축구를 시작했다. 공격수로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내 강원FC의 유스팀인 주문진중학교에 스카우트됐고, 강릉중앙고 2학년 땐 2018 금강대기 전국고교축구대회 결승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고교 졸업 때까지 영입 제안을 못 받았다. 좌절감이 컸지만 동시에 서울대 입학이란 기회를 얻었다. 고3 6월, 대학입시를 치르기로 마음먹은 지 반년여 만에 거둔 성과다.

“수시 전형엔 수능 비중이 높지 않았습니다. 특성화고 재학 중이어서 내신을 따기가 비교적 수월했고요. 축구부 내에서 매년 서울대 체육교육학과를 준비하는 형들이 있어 조언도 많이 구했죠. 축구를 비롯해 엘리트 청소년 선수들이 대학 진학을 하려면 명확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냉철하게 자기 실력과 가능성을 분석해 당장은 프로 진출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빨리 희망하는 대학의 입시전형을 살펴 거기에 맞게 공부 방향을 잡아야 해요. 시간 관리가 중요하죠. 계획을 잘 짜야 하고요.”

다수의 입상실적과 전국대회 우승 등에 힘입어 모교 입시엔 ‘현역’으로 붙었다. 그러나 프로 선수의 꿈을 이루기까진 ‘4수’의 시간이 필요했다. 2020학번 새내기 시절은 부상과 코로나 때문에 아쉬움이 많은 한 해였고, 2021년엔 관악에서 대중교통으로 2시간 걸리는 노원까지 오가며 아마추어 리그 팀에서 훈련했다. 학업과 축구를 병행하는 와중에도 6골 1도움을 기록해 몇 군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으나 테스트에서 떨어졌다. 실력이 부족해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아픔은 축구를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딱 1년만 더 해보자는 심정으로 지난해 휴학계를 냈습니다. 4부 리그 27경기에 출전해 7골 2도움으로 영플레이어상을 받았죠. 축구 할 때가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재밌습니다. 돌아보면 축구가 주는 기쁨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때의 고통도 견디게 해줬던 것 같아요. 축구화, 노트북, 수업 자료에, 땀에 전 운동복까지 상당한 무게의 짐을 메고 다녔죠. 지금은 클럽하우스에 거주하며 식사, 빨래, 청소는 물론 물리치료까지 좋은 플레이를 위한 모든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축구장은 걸어서 2분 거리고, 웨이트 훈련장이 숙소 내에 있어 프로와 아마추어의 확연한 차이를 느끼고 있어요.”

대우만큼 실력의 차이도 확연한 프로와 아마추어. 프로 선수로서 유준하는 즐거움보다 부족함을 느낄 때가 더 많다고 한다. 그러나, 꿈꾸던 무대에 오른 만큼 여기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목표와 도전의식이 샘 솟는다고. 프로 리그에 자리 잡아 즐거운 축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롤모델로는 안정환과 네이마르를 꼽았다.

“드리블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네이마르는 패스와 킥, 경기 조율 능력도 훌륭해 경기 전체에 관여하는 플레이메이커로서의 모습이 멋집니다. 안정환 선수는 수비가 붙었을 때 동료를 이용할 때와 기술로 상대를 제치고 나가야 하는 타이밍을 정확히 아는 선수고요. 이전의 한국 선수들이 스피드를 이용해 수비를 제치는 ‘돌파형’이었다면, 안 선수는 기술과 방향전환으로 떨쳐내는 ‘지능형’이죠. 본받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꼽은 축구선수로서의 장점은 드리블과 볼 터치 등 축구 센스. 부족한 점은 피지컬과 체력이다. 아침 8시에 일어나 8시 30분에 아침을 먹고 10시부터 2시간 30분 정도 단체훈련을 한다. 점심 식사 후엔 치료실에서 1시간 정도 마사지를 받고, 오후엔 피지컬 코치와 함께 1시간 정도 개인 웨이트 훈련을 한다. 저녁 식사 후엔 주로 영어 공부나 드라마 시청, 게임 등을 하고 10시 30분쯤 잠자리에 든다.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고 좋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서울대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목표는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는 것이기에 먼 훗날 은퇴하면 재입학 등 방도를 찾아 남은 학업을 마치고 싶어요.”

나경태 기자